베일리 기퍼드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계의 에르메스”… TSMC·ASML에 대한 장기 확신 재확인

베일리 기퍼드 “엔비디아는 반도체 업계의 에르메스”… TSMC·ASML에 장기 베팅 지속

글로벌 투자운용사 베일리 기퍼드(Baillie Gifford)의 파트너 마크 어쿼트(Mark Urquhart)는 엔비디아(Nvidia)와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 체제가 보여온 집요한 실행력과 장기 지향적 전략을 높이 평가하며, “엔비디아는 이 시장의 ‘에르메스(Hermès)’”라고 규정했다. 그는 최근 기술주 조정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 대만반도체(TSMC), ASML 등 반도체 밸류체인 핵심 기업에 대한 최고 수준의 확신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18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어쿼트는 CNBC ‘스콰크 박스 아시아(Squawk Box Asia)’에 출연해 자사의 롱텀 글로벌 그로스(Long Term Global Growth) 팀 운용 철학과 보유 종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반도체 시장을 약 30년간 추적해 왔으며, 해당 팀은 평균 8~10년에 이르는 장기 보유 전략을 구사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에 대한 확신은 베일리 기퍼드의 투자 스토리에서 중심을 이룬다. 어쿼트는 “우리는 그곳(엔비디아) 경영진을 항상 좋아해 왔다. 젠슨 황은 정말 특별한 기업가”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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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번 분기만 생각하지 않는다. 2030년과 2035년을 생각한다. 그게 그들의 작동 방식이다.”

라고 전했다. 특히 “지난 3년 동안 매년 매출을 두 배로 늘린 기업”이라는 점을 들어, 그 규모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성장 궤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엔비디아는 이 시장의 에르메스다. 그들은 최고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 발표는 수요일로 예정돼 투자자 관심이 집중돼 있으나, 어쿼트는 이 회사가 단기 프린트보다 장기 로드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재차 말했다. 그는 최근 기술주 조정 국면에서도 엔비디아에 대한 베일리 기퍼드의 장기 보유 기조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어쿼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AI가 글로벌 투자 대세로 부상하기 훨씬 이전인 약 10년 전부터 엔비디아 주식을 보유해 왔다.


경쟁 구도와 ‘DeepSeek’ 순간: 아시아의 도전

어쿼트는 경쟁 측면에서 아시아의 부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초 ‘DeepSeek 순간’을 거론하며, 중국의 모델 개발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양의 칩으로도 AI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주장한 사례를 제시했다. 이는 고사양 GPU에만 의존하지 않는 대안적 접근이 시장에 파급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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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반도체 경쟁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으나, 어쿼트는 엔비디아의 중국 시장 접근 재개 노력이 궁극적으로 절충점에 이르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타협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며 규제와 접근성 사이의 균형 가능성을 언급했다.


ASML·TSMC: ‘수십 년을 생각하는’ 공급망의 핵심

엔비디아 외에도 어쿼트는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ASMLTSMC를 꼽았다. 그는 메모리 시장을 “빠르게 움직이고” “상품화(commoditized)”된 영역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서 장기적 승자로 보기 드문 기업이 바로 이들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두 회사의 공통점으로, “리더십이 ‘수십 년’을 단위로 사고한다”는 점을 들었다. 이는 베일리 기퍼드의 장기 투자 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TSMC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어쿼트는

“수많은 이들이 TSMC를 복제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고 강조하면서,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팹, fab) 건설 과정에서 대만의 숙련 엔지니어를 현지로 투입해 자사 기준을 구현하려 했던 결정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TSMC는 실행력과 전략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

이라고 평했다.

ASML에 대해서는 리소그래피(노광) 공급망의 정점이 반도체 제조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그 정점에 도전하는 일은 극도로 어렵다.”

고 말했다. 이는 첨단 공정에서의 기술적 해상도, 장비 정밀도, 생태계 의존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음을 시사한다.


소비·럭셔리: 마오타이·몽클레르, 그리고 넷플릭스

베일리 기퍼드는 반도체 외에도 소비·럭셔리 부문에서 마오타이(Moutai)몽클레르(Moncler)복제하기 매우 어려운 브랜드에 대한 선호를 유지하고 있다. 어쿼트는 명품 브랜드의 가방이나 다운 재킷이 제조 자체는 어렵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것은 브랜드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들은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건 버킨이 아니고, [에르메스] 켈리가 아니며, 몽클레르가 아니다. 결국 브랜드다.”

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버킨과 켈리 백에 대기자 명단이 존재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것들이 바로 해당 산업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라고 덧붙였다. 넷플릭스(Netflix)에 대해서도 베일리 기퍼드는 장기 보유를 지속하고 있다. 어쿼트는

“디즈니가 올 것이니, HBO가 올 것이니 하며 많은 우려가 있어 왔지만, 실제로는 넷플릭스야말로 가장 복제하기 어려운 플레이어였다.”

고 말했다.


핵심 발언 모음

“그들은 이번 분기가 아니라 2030년, 2035년을 생각한다.”

“지난 3년간 매년 매출을 두 배로 늘린 기업은 전례가 드물다.”

“엔비디아는 이 시장의 에르메스다.”

“아시아가 점심을 뺏으러 오고 있다(Asia is coming for their lunch).”

“TSMC는 복제가 불가능했다.”

“리소그래피 공급망의 정점은 가장 과학적이며 복제가 어렵다.”


용어 설명과 맥락

에르메스(Hermès): 프랑스를 대표하는 명품 브랜드로, 버킨(Birkin)켈리(Kelly) 백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사 속 비유는 엔비디아가 반도체 생태계에서 압도적 선호와 상징 자산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팹(fab): 반도체를 실제로 제조하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의미한다. 고급 인력과 초정밀 장비, 수율 관리 체계 등 복합 역량이 필요해 복제가 어렵다.

리소그래피(노광): 웨이퍼 위에 미세 회로를 전사하는 공정으로, 해상도와 정렬 정밀도가 미세화의 핵심이다. 공급망 정점의 기술 장벽은 매우 높다.

상품화(commoditized): 제품 간 차별성이 낮아져 가격 경쟁이 심화된 상태를 뜻한다. 어쿼트는 일부 반도체 영역의 이러한 특성을 지적하며, 그 속에서도 장기 승자를 가려낸다고 설명한다.

‘DeepSeek 순간’: 올해 초 중국의 모델 개발사들이 낮은 사양의 칩으로도 AI 시스템을 구현했다고 주장해 주목받은 장면을 가리킨다. 이는 AI 연산의 비용·성능 경로에 대한 시장의 인식을 자극했다.


해설: 장기주의의 재확인과 공급망의 불가역성

이번 인터뷰에서 드러난 핵심은 장기주의다. 베일리 기퍼드는 평균 보유 기간 8~10년이라는 원칙을 통해, 단기 변동성보다 구조적 경쟁우위를 중시한다. 엔비디아에 대한 “에르메스” 비유는 단순한 찬사가 아니라, 브랜드·생태계·기술 리더십이 결합된 희소자산이라는 인식의 표현이다. 3년 연속 연매출 두 배 성장이라는 언급은 수요의 강도를 보여주지만, 어쿼트의 초점은 어디까지나 2030~2035년에 있다. 이는 GPU부터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스택, 개발자 생태계에 이르는 총체적 지위의 지속성에 대한 믿음으로 읽힌다.

경쟁의 지평에서는 아시아의 부상을 직시한다. ‘DeepSeek 순간’은 고성능 칩 일변도의 규칙이 전부가 아님을 시사하며, 비용 효율적 AI을 둘러싼 혁신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그러나 반도체 공급망의 최정점, 특히 리소그래피와 파운드리 영역은 지식·장비·공정 노하우가 촘촘히 얽힌 탓에 단기간 복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TSMC의 실행력ASML의 기술 장벽에 대한 언급은 바로 그 구조적 진입장벽을 재확인한다.

소비·럭셔리와 미디어 부문에서의 사례(마오타이, 몽클레르, 넷플릭스)는 “복제가 어려운 무형 자산”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제조 난도가 낮더라도 브랜드·콘텐츠·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선호의 고착은 장기 초과수익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어쿼트의 발언은 이러한 무형 경쟁력이야말로 자본 효율고객 충성을 견인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CNBC의 Martin Soong, Chery Kang이 본 보도에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