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베이징시 정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베이징 이타운 세미콘덕터 테크놀로지스(Beijing E-Town Semiconductor Technologies)가 미국 최대 반도체 장비 기업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pplied Materials)를 상대로 무역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2025년 8월 1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타운은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에 민사소장을 제출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플라즈마 소스(plasma sources) 및 웨이퍼 표면처리(water surface treatment)와 관련된 핵심 기술 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고소장에 따르면 이타운은 총 9,999만 위안(미화 약 1,394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으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중국 특허를 출원하면서 자신들의 기술을 무단으로 공개하고 특허 권리를 주장해 왔다고 밝혔다.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측은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소송 배경 및 기업 관계
2016년, 이타운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반도체 웨이퍼 가공장비 설계·제조사 매트슨 테크놀로지(Mattson Technology)를 인수해 해외 기술·인력을 확보했다. 인수 이후 매트슨은 중국 반도체 생태계와의 시너지를 높이며 장비 국산화 전략의 핵심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매트슨이 자사 전직 직원을 영입해 기술 정보를 탈취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매트슨이 비슷한 혐의로 맞소송
을 제기하면서 갈등이 본격화됐다.
이번 소송의 쟁점
이타운은 새로 제기한 소장에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매트슨 출신 전 직원 두 명을 고용해 중국 지식재산권국에 특허를 출원했으며, 이 두 명을 주요 발명자로 등재했다고 주장했다.
이 특허는 이타운과 매트슨이 공동으로 보유하던 비공개 기술 노하우를 상세하게 드러내고 있어 중국 반부정당 경쟁법 및 중국 반도체 산업 진흥 관련 규정에 따라 무역비밀 침해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타운 측 입장이다.
베이징 지식재산권법원은 소장을 접수했으나, 아직 공판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기술 용어 해설
플라즈마 소스는 반도체 식각·증착 공정에서 사용되는 이온화 가스 발생장치로, 고주파 전력을 가해 가스를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 웨이퍼 표면에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웨이퍼 표면처리 공정은 회로 형성 전후에 오염·산화막을 제거하거나 보호층을 형성해 제품 수율과 신뢰성을 좌우하는 핵심 공정으로, 관련 장비의 기술 격차가 기업 경쟁력을 결정한다.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의 의미
중국 정부는 2020년 이후 반도체 자립을 위해 1조 위안이 넘는 정책자금을 투입하며 장비·소재 국산화를 강조해 왔다. 이타운과 같은 지방 정부 지원 기업이 다국적 장비업체와의 기술 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이번 소송은, 중국 ‘첨단제조 2025’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특히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로 장비·공정 기술이 국가 안보적 가치를 띠게 된 현 상황에서, 무역비밀 침해 여부를 둘러싼 중-미 양국 기업 간 법적 공방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산업계 반응 및 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이 글로벌 특허 전략과 인재 이동 관리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이타운이 승소할 경우, 중국 기업들이 해외 경쟁사와의 분쟁에서 국내 법원을 통한 방어 수단을 적극 활용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대로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가 승소하거나 합의를 이끌어낸다면, 미국 기업들은 중국 내 연구·개발 및 특허 출원 전략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명분을 얻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은 글로벌 반도체 장비 가치사슬의 지형 변화와 관련해 중장기적 파급 효과를 미칠 것이라는 데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