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주가 주초 거래에서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이는 베이징 당국이 미국의 반도체 무역 정책에 대해 반덤핑 및 차별 조사를 공식적으로 개시한 데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2025년 9월 15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은 지난주 말 두 건의 조사를 동시에 착수했다. 첫 번째는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정책을 통해 중국 기업을 차별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이며, 두 번째는 자동차·보청기·Wi-Fi 라우터 등에 사용되는 아날로그 칩을 포함한 미국산 수입 반도체의 덤핑(헐값 판매) 의혹을 겨냥한 것이다.
이 같은 조치가 향후 중국 정부의 자국산 칩 산업 지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관련 종목이 일제히 상승했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인 Semiconductor Manufacturing International Corp(SMIC)(홍콩:0981)은 1.4% 올랐고, 동종 업체 Hua Hong Semiconductor(홍콩:1347)은 3.7% 급등했다. 선전에 상장된 NAURA Technology Group(심천:002371)은 0.8%, 후공정·테스트 장비 업체인 JCET Group(상해:600584)은 0.4% 각각 상승했다.
전 거래일 랠리의 후폭풍도 관찰됐다. AI 전용 칩을 설계·생산하는 Cambricon Technologies(상해:688256)은 지난 금요일 약 10% 급등한 뒤 이날 3% 조정을 받으며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美 상무부 ‘엔티티 리스트’ 확대
베이징의 이번 조사 선언은 미국이 9월 13일 상무부 엔티티 리스트에 32개 기업·기관을 추가한 직후 나왔다. 이 가운데 23곳이 중국 기업이었으며, 미국은 이들 가운데 두 곳이 이미 제재를 받고 있는 SMIC에 금지 장비를 공급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들이 미국의 수출 통제를 회피해 SMIC에 첨단 장비를 전달했다”고 미국 상무부는 밝혔다.
중국 상무부는 곧바로 성명을 통해 “무역 장벽과 정치적 간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조치로 이번 조사를 예고했다.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과 ‘틱톡’ 변수
한편 9월 14일(현지시간)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회담에서도 반도체 통제와 함께 TikTok(바이트댄스)의 미국 내 서비스 존속 여부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관련 협상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정치·안보 이슈가 여전히 양국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이라고 진단한다.
중국 반도체 섹터는 8월 초 이후 가파른 반등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AI 개발에 쓰이는 첨단 GPU 수출을 제한하면서, ‘탈(脫)미국’ 공급망 구축을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재정 지원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불을 지폈다.
실제로 지난주에는 알리바바 그룹(홍콩:9988) 등 중국 빅테크가 향후 국산 AI칩 탑재 여부를 테스트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며, 관련주가 한차례 더 급등했다.
용어 해설
- 덤핑(Dumping): 특정 국가에서 제품을 자국 내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다른 나라에 판매해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로, 통상 관세·반덤핑관세 부과 대상이 된다.
- 아날로그 칩: 온도·음향·전압 등 연속적인 신호를 처리하는 반도체로, 디지털 칩에 비해 공정 난이도는 낮지만 자동차·의료·산업용 기기 등 필수 영역에서 사용된다.
-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 미국 상무부가 국가안보·외교정책상의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는 기업·기관 명단으로, 등재 시 미국산 기술 및 장비 수급이 사실상 차단된다.
전문가들은 “베이징의 이번 대응이 단기간 중국 반도체주의 호재로 작용하겠지만, 미·중 간 기술 디커플링이 심화될수록 양국 기업 모두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