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재무장관 ‘대폭 금리 인하’ 발언에 미 증시 상승

뉴욕 증시가 13일(현지시간) 일제히 상승하며 주요 지수들이 장중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S&P500 지수는 0.32% 오른 5,580.12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4% 오른 42,867.54에, 나스닥100 지수는 0.04% 상승한 20,568.3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선물시장에서도 9월물 E-mini S&P 500은 0.32% 올랐고, 동일 만기 나스닥 선물은 0.01% 하락했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현재 금리는 지나치게 긴축적”이라며 “150~175bp(1.50~1.75%포인트) 정도 더 낮아져야 한다”고 공개 발언한 것이 투자 심리에 결정적 동력을 제공했다. 그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50bp 전격 인하가 이뤄질 수 있고, 이후 연속적인 인하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S&P 500 Index chart

현재 연방기금금리(FFR) 목표 범위는 4.25~4.50%이며, 실효금리는 4.33% 수준이다. 연방기금선물 시장은 전날까지만 해도 9월 25bp 인하 가능성을 96%로 반영했지만, 이날 100%로 끌어올렸고 50bp 인하 가능성도 7%까지 가격에 반영했다. 연말까지는 총 64bp 인하를, 2026년 말까지는 134bp 인하를 각각 가정하고 있다.

물가 둔화 흐름도 금리 인하 기대를 지지했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헤드라인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로 예상보다 소폭 낮았고, 근원 CPI는 3.1%로 시장 컨센서스를 살짝 웃돌았다. 노동시장도 진정세다. 5~7월 평균 비농업부문 고용 증가 폭은 3만5,000명에 그치면서 팬데믹 이후 가장 느린 흐름을 보였다.

“현 상황은 경기 과열보다 수요 둔화가 우려되는 국면이다. 연준이 선제적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경착륙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베센트 장관


채권 시장과 글로벌 금리 동향

10년물 미국 국채 선물(9월물)은 12틱 상승했고, 수익률은 5.2bp 하락한 4.237%로 내려앉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데이터에 따르면 10년물 기대 인플레이션(B/E Rate)은 전일 대비 1bp 추가 하락한 2.378%로, 이틀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유럽도 비슷한 흐름이다. 독일 10년물 분트(Bund) 금리는 6.4bp 하락한 2.680%, 영국 길트(Gilt) 10년물은 3.7bp 내려간 4.589%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이 9월 정책회의에서 25bp 인하에 나설 확률을 8%로 가격에 반영했다.


美·中·印 관세 공방과 지정학 리스크

무역 전선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유예를 11월까지 90일 연장하고, 반도체·전자제품·의약품 등의 고율 관세 방안을 잇달아 공개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특히 반도체 수입 관세를 100%로, 인도산 전 품목 관세를 50%로 각각 상향할 계획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 경우 미국 평균 관세율이 15.2%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15일 알래스카에서 열릴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을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탐색전”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양보는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단기간 내 돌파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주요 경제 지표 및 이벤트 일정

● 14일(목)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22만5,000건(전주 대비 –1천건)으로 전망된다. 같은 날 7월 최종 수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2.5%, 식품·에너지 제외 PPI는 2.9%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 15일(금)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5%, 자동차 제외 소매판매는 0.3% 증가가 예상된다.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보합,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8월 예비치는 62.0으로 전망된다.

연방기금선물 가격은 9월 16~17일 FOMC에서 25bp 인하를 100%, 10월 28~29일 회의에서 한 차례 추가 25bp 인하를 73%로 반영 중이다.


실적 시즌: S&P500 이익 ‘서프라이즈’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 결과, S&P500 기업 중 82%가 실적을 발표했으며, 이들 기업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해 어닝시즌 이전 예상치(2.8%)를 크게 웃돌았다. 이례적으로 높은 어닝 서프라이즈로, 최근 4년 내 최대 폭이다.


미 증시 주요 종목 흐름

이날 ‘매그니피센트 세븐’ 가운데 애플과 아마존만 1% 이상 올랐고, 나머지 빅테크는 하락 전환했다. 아마존은 올해 말까지 즉시 배송 서비스를 2,300개 도시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며 1.4% 상승 마감했다.

다우지수가 상대적 강세를 보인 것은 UnitedHealth(+3.4%), Nike(+3.3%), Merck(+3.2%), Sherwin-Williams(+3.1%) 등 방어주가 주도했기 때문이다.

Amazon chart

금리 민감주인 반도체 업종도 강세였다. AMD, NXP, ON Semi, Align Tech가 3% 넘게 올랐고, 암호화폐 기업 Bullish는 전날 기업공개(IPO)에서 11억 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상장 첫날 83.8% 급등, 주당 68달러에 마감했다.

반면, AI 인프라 업체 CoreWeave는 높은 자본 비용과 마진 압박으로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해 20% 넘게 폭락했다. 아동 보육 서비스 업체 KinderCare Learning도 저조한 2분기 실적으로 22% 급락했다.

이밖에 Hanesbrands는 캐나다 Gildan Activewear가 22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공식 발표하면서 이틀 동안 32% 급등했고, C3.ai는 실적 부진 속에서도 오펜하이머의 투자의견 하향에도 10%나 올랐다.


용어·지표 해설

• bp(베이시스포인트) : 채권·금리 시장에서 사용되는 최소 단위로, 1bp는 0.01%포인트를 의미한다. 따라서 150bp는 1.50%포인트, 175bp는 1.75%포인트에 해당한다.

• 연방기금금리(Federal Funds Rate) : 미국 상업은행들이 초과지준을 하루 단위로 빌리고 빌려주는 금리로, 연준(Fed)이 통화정책 수단으로 설정·조정한다.

• 매그니피센트 세븐 : 애플, 아마존, 알파벳(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증시 시가총액 상위 7개 빅테크 종목을 일컫는 신조어다.

투자자들은 베센트 장관의 매파적 발언이 아닌, 예상보다 더 완화적인 스탠스로 해석되면서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대인도 관세 강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황, 그리고 9월 FOMC 결과가 향후 시장 방향성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