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센트 미 재무장관, 연준 비통화 정책 운영 전면 검토 촉구

워싱턴발 — 미 재무부 수장인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장관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Fed)의 비(非)통화정책 업무(non-monetary policy operations) 전반에 대한 ‘전면적이고 철저한(exhaustive) 검토’를 촉구했다. 그는 이러한 검토가 연준 본연의 통화정책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미션 크리프(mission creep)’ 현상을 방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베센트 장관은 이날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연준의 자율성은 그 핵심 임무를 벗어난 영역으로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권한(계속되는 mandate creep) 때문에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정당한 비판을 불러일으켜 통화정책 분야에서 연준이 확보해 온 소중한 독립성마저 불필요하게 훼손한다”고 말했다.

장관은 특히 연준이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본관 리노베이션(건물 개·보수) 프로젝트를 승인·추진한 결정 과정을 별도로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했다. 다만 해당 조사를 어떤 기관이 맡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션 크리프’란 무엇인가

‘미션 크리프(mission creep)’는 원래 군사용어로, 처음 승인된 임무의 범위를 점차 넘어서는 현상을 뜻한다. 정책 기관의 경우, 설립 목적에 포함되지 않는 업무까지 확대하면서 조직이 비대해지고 핵심 기능이 희석될 위험이 있다. 베센트 장관은 이러한 위험이 연준 내에서 현실화할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연준은 금리 조정, 대차대조표 관리, 물가·고용 안정이라는 ‘이중 책무(dual mandate)’를 수행하는 독립 기구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회사채 매입, 지방정부 지원시설, 기후변화 리스크 연구 등 다양한 비전통적 역할을 병행하면서 정치권과 학계 일각에서는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졌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베센트의 문제 제기 배경

베센트 장관이 언급한 본관 리노베이션 건은 약 수십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대형 프로젝트다. 로이터는 프로젝트가 수년 전 승인됐으나 최근 연준이 운영 손실을 기록하면서 “시기상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커졌다고 전했다. 연준은 통상적인 재무구조상 손실이 나더라도 의회나 납세자로부터 직접 지원을 받지 않지만, 손실이 지속될 경우 정치적 압박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연준이 금리 정책의 독립성을 유지하려면 재정·행정 부문에서의 신뢰가 뒷받침돼야 한다.” —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

미국 정부 내에서 현직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연준 운영 방식에 관한 구조적 검토를 촉구한 사례는 드물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으면서도, 정책 외적 활동에 대해서는 사법적·행정적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한다.


시장과 의회의 반응

베센트의 게시물이 올라오자, 일부 의원들은 즉각 환영 입장을 표명했다. 연준 비판 강경파로 분류되는 케빈 매카시 하원 의원(R-캘리포니아)은 “재무부가 연준의 역할 확장을 제어하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연준의 광범위한 연구·감독 권한을 지지해 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D-매사추세츠) 측은 “정치적 압력으로 독립성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채권·외환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큰 변동은 없었으나, 애널리스트들은 “연준 재정·운영 이슈가 의회 청문회로 번질 경우 정책 커뮤니케이션 노이즈가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필라델피아 연준을 거쳐 조지타운대에서 중앙은행론을 가르치는 앤서니 마르케스 교수는 “베센트 장관의 제안은 중앙은행 거버넌스라는 학계의 오랜 화두와 정확히 맞물린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이 지난 15년간 위기 대응 과정에서 거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감독·규제·결제 인프라 등 광범위한 업무를 맡으면서 “사실상 4~5개의 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측통들은 “X 한 줄 게시물”이라는 간접적 방식이 주는 신호 효과에 주목한다. 백악관 경제팀 고위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재무장관이 직접 브리핑 대신 SNS를 택한 것은, 정책 협의의 ‘공론화’ 전략으로 읽힌다”며 “앞으로 의회·감사원·심지어 국제통화기금(IMF)까지도 거버넌스 이슈를 논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금융안정·기후리스크 연구 등을 병행하면서 유사한 논쟁이 존재한다. 중앙은행의 ‘정체성’과 ‘독립성’ 논쟁은 선진·신흥국을 막론하고 확대 추세인 만큼, 이번 베센트-연준 논쟁은 글로벌 중앙은행 거버넌스 논의에 의미 있는 선례가 될 전망이다.


정책적 함의

법적·제도적 검토 착수 가능성 — 연준 감사(Audit)에 대한 의회 요구가 강화될 수 있다.
연준 내부 구조조정 압박 — 비통화 분야 예산·인력 삭감 혹은 외부 위탁 검토.
시장 커뮤니케이션의 복잡성 증가 — 통화정책과 행정 이슈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이중 리스크’.

결국, 연준이 ‘비전통적 기능’에서 어느 정도 선을 그으면서도 금융안정·결제시스템 혁신 등 불가피한 분야에선 역할을 지속해야 하는 균형점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