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워싱턴발 — 미국 재무부는 27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이 일본 재무상 가타야마 사쓰키(片山さつき)와 전날 도쿄에서 회동을 갖고 ‘건전한 통화정책의 수립과 효과적인 소통’이 물가 기대심리를 앵커링하고 급격한 환율 변동을 차단하는 데 핵심적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2025년 10월 2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회동은 2012년 아베노믹스(일본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기부양·엔저 정책)가 시작된 지 12년이 지난 현재, 미·일 양국이 서로 다른 통화·재정 환경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책 공조’를 재점검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재무부 발표문은 “베센트 장관은 ‘건전한 통화정책의 설계 및 커뮤니케이션’이 인플레이션 기대를 단단히 고정하고 과도한 환율 변동을 방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히면서 “아베노믹스 도입 12년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과거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전했다.
아베노믹스란 무엇인가?
아베노믹스는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직후 시작된 ‘3개의 화살’―1) 대규모 금융완화, 2) 재정지출 확대, 3) 성장전략(구조개혁)―을 골자로 한 일본의 거시경제 정책 패키지를 말한다. 일본은행(BOJ)의 공격적 자산매입, 2% 물가목표 제시, 초저금리 유지 등이 핵심이었다.
그 결과 엔화 가치는 대폭 하락해 일본 수출기업의 이익 개선 및 주가 상승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국가부채 비율이 250%를 넘어서는 부작용도 초래했다. 12년이 지난 현재 일본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장기간 초저금리·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미·일 통화정책의 ‘엇박자’
한편 미 연준(Fed)은 2022년부터 5%p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통화긴축을 단행해왔는데, 이는 일본은행의 완화적 스탠스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금리 차이 확대는 달러-엔 환율을 150엔 선 위로 밀어올리며 일본 수입물가에 압력을 가했고, 일본 정부와 BOJ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9조엔 규모의 달러 매도·엔화 매수 개입을 실시했다.
베센트 장관은 “시장 참가자가 정책 당국의 메시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군더더기 없는 커뮤니케이션이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환율이 ‘정책 효과의 의도하지 않은 증폭 장치’로 작동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건전하고 예측 가능한 정책 프레임워크가 투자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첩경”이라며 “일본이 임금 주도형 성장을 달성하려면 물가와 임금 사이의 악순환을 끊고 생산성 제고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 기자 시각 (Opinion·Insight)
본 기자가 취재한 복수의 외환전문가들은 “미국이 일본의 통화정책 기조에 공개적으로 ‘건전성’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구두 경고’ 성격이 짙다고 진단했다. 달러 강세·엔화 약세가 글로벌 물가와 자본 흐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경계한 행보란 해석이다.
또한 2024년 하반기부터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후반으로 높아졌고, 이는 BOJ 내부에서도 ‘통화정책 정상화’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이번 베센트 장관의 발언은 BOJ가 내년 초 정책 금리를 플러스 영역으로 돌려세울 가능성을 염두에 둔 ‘사전 포석’으로 풀이된다.
향후 전망
① BOJ 회의 스케줄 — 일본은행은 10월, 12월, 내년 1월 총재 기자회견을 통해 점진적 긴축 로드맵(수익률곡선 목표 상단 확대·단기 정책금리 인상 여부)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②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 — 내달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미·일 양국은 ‘강한 달러, 약한 엔’ 문제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주제로 추가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③ 시장 반응 — 회동 직후 28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149.70엔까지 상승했으나, 베센트 발언이 전해지자 148.90엔 선으로 되돌림 현상을 보였다. 시장 참가자들은 BOJ의 정책 전환 속도를 가늠하며 포지션 조정에 나선 모습이다.
※ 용어풀이
앵커링(anchoring) — 시장 참가자들이 특정 수준(예: 2% 물가목표)에 기대를 고정해 행동하는 현상. 중앙은행의 소통 전략이 이를 유도한다.
과도한 환율 변동성 — 실물 경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급격한 환율 움직임이 발생해 수입물가·기업 실적·투자 심리에 충격을 주는 상황을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