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발 주요 거시경제 뉴스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당장 교체할 계획이 없으며, 후임 지명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절차를 시작했지만 급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가 전한 바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후보 추천은 어디까지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몫이며, 행정부 차원에서 초조해할 사안이 아니다”
라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현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임기가 끝난 뒤에도 그는 이사회 이사(govenor) 자격으로 2028년 1월까지 남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파월은 물러나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지만, 해임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베선트 장관은 전날(22일)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도 “지금 당장 파월이 사퇴해야 할 필요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미셸 보우먼 이사가 후보군에 포함돼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름을 특정하진 않겠다. 연준 이사뿐 아니라 여성 지역 연방은행 총재, 연준 외부 인사 등 여성 유력 후보가 다수 존재한다”
라고 답했다.
그는 또 “파월 의장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파월이 2028년 이전에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인지 여부를 직접 들은 적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개인적 견해로는 그가 임기 중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하는 편이 연준이라는 제도와 본인 모두에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용어·배경 설명
연방준비제도(Fed)는 미국의 중앙은행 체계다. 의장(Chair)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이끌며, 임기는 4년이지만 이사(govenor)로서의 임기(14년)가 남아 있으면 의장직 임기를 마친 후에도 이사로 재직할 수 있다.
‘지역 연방은행 총재(regional Fed president)’란, 샌프란시스코·뉴욕·시카고 등 12개 연방준비은행의 책임자를 뜻한다. 이들은 FOMC에서 투표권을 돌려가며 행사하며, 통화정책 논의에서 중요한 목소리를 낸다. 국내 독자에게 낯선 개념인 만큼, 이들이 차기 의장 후보군에 올라 있다는 언급은 미국 중앙은행 인사 관행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 기자 해설·전망
베선트 장관의 발언은 두 가지 함의를 지닌다. 첫째, 2024년 말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서 백악관과 연준 간 관계 재정립이 진행되는 가운데, 의장 교체 시점을 정치적 카드로 쓰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둘째, 여성 후보를 전면에 언급함으로써 연준 수뇌부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는 최근 국제 금융계 전반에서 성별·인종 다양성을 중요 가치로 삼는 흐름과도 궤를 같이한다.
다만 실제 인선은 인플레이션, 미국 국채금리, 실업률 등 경제지표 추이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이 남은 임기 동안 ‘연착륙’에 성공한다면 재임 논의가 재부상할 수 있지만, 경제가 예상 밖 충격을 받으면 조기 교체론이 힘을 얻을 전망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을 해임하지 않겠다”는 발언으로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대통령의 공개 압박이 이어질 경우 연준 독립성 논란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시장 참가자들은 차기 의장 후보군의 통화정책 성향(매파·비둘기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결국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 뒤에는 경제 상황과 정치 일정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타이밍을 찾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투자자·기업·가계는 앞으로도 연준과 백악관 간 미묘한 힘겨루기를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