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라스템, KRAS G12D 표적 치료제로 폐암 치료 새 장 열까
미국 나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베라스템(Verastem Inc., 티커: VSTM) 주가가 12.5% 급등했다. 원인은 KRAS G12D 변이를 표적하는 차세대 경구 치료제 VS-7375(GFH375)가 중국 1/2상 임상시험에서 우수한 종양 반응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2025년 8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베라스템의 중국 파트너사 젠플리트 테라퓨틱스(GenFleet Therapeutics)가 진행한 임상에서 권장 2상 용량(RP2D) 600mg 1일 1회 투여군의 객관적 반응률(ORR)이 68.8%로 확인됐다. 전체 용량을 통틀어도 ORR이 57.7%에 달해, 현재 치료 옵션이 제한적인 진행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에게 새로운 대안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데이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될 국제폐암학회(IASLC) 2025 세계폐암학술대회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미 2025년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초기 자료가 공개됐지만, 이번 업데이트는 대상 환자 수와 추적 기간이 모두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연구진은 “600mg 용량군의 질병통제율(DCR)이 93.8%, 전체 용량군 DCR이 88.5%”라고 설명했다.
주요 수치와 임상 설계
• 총 등록 환자 수: 142명
• 이 중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28명
• 환자의 64.3%가 2회 이상 전신 치료 경험, 96.4%가 면역관문억제제(anti-PD-1/PD-L1) 투여 이력이 있음
• 치료 관련 사망 사례 0건
• 주된 이상반응: 설사·구토·오심 등 Grade 1~2 경증
“추천 용량군 ORR 68.8%, 전체 용량군 ORR 57.7%라는 결과는 인상적이다. 이는 VS-7375가 폐암은 물론, 기타 KRAS G12D 변이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 베라스템 최고경영자 댄 패터슨(Dan Paterson)
KRAS G12D 변이란?
KRAS 유전자는 세포 성장 신호를 조절한다. 이중 G12D 변이는 ‘온코진 드라이버’로 알려져, 변이가 발생하면 세포 분열 신호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암을 유발한다. 비소세포폐암뿐 아니라 췌장암·대장암 등에서 높은 빈도로 발견되지만, 기존 화학·면역치료에 내성이 강해 표적 치료제 개발 수요가 높았다.
특히 KRAS 변이는 ‘약물 결합부위가 없는(undruggable)’ 표면 특성 때문에 제약 업계가 오랫동안 공략하기 어려운 표적으로 꼽아왔다. 그러나 2021년 KRAS G12C를 공략하는 아미겐트(Amgen) ‘루마크라스’(sotorasib)가 FDA 승인을 받으면서 게임 체인저가 등장했고, G12D에 특화된 후보물질 경쟁도 가속화됐다.
시장 반응 및 주가 흐름
베라스템 주가는 발표 직후 12.5% 급등하며 장중 5.11달러까지 올랐다. 올해 들어 주가가 30% 이상 조정받았던 터라, 투자자들의 투심이 단숨에 개선됐다는 평가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후속 2상 진입과 미국 IND(임상시험계획) 제출이 가시화되면 지분 파트너십·라이선스 아웃 협상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한다.
※ 용어 해설
• ORR(Objective Response Rate): 암세포가 30% 이상 줄어든 ‘부분반응’ 혹은 완전 소실된 ‘완전반응’ 환자 비율.
• DCR(Disease Control Rate): ORR에 안정병변(SD)까지 포함한 지표.
• Grade 1~5: 미국 NCI(국립암연구소) 독성 분류로, 1·2는 경증, 3은 중증, 4는 생명 위협, 5는 사망을 의미.
전문가 시각
임상 1/2상에서 확인된 ORR 68.8%는, 동일 적응증의 기존 KRAS 억제제 후보 대비 최상위권 성적이다. 다만 실제 시장 진입까진 대규모 다기관 3상과 안전성 추적이 필요하다. 향후 경쟁사인 미라티 테라퓨틱스·안틸리아 테라퓨틱스가 G12D 파이프라인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퍼스트 무버’ 효과를 선점하려면 속도전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항암제 허가는 임상 지표뿐 아니라 제조 공정·병용 전략·급여 정책까지 종합 심사된다”며 “이번 수치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KRAS 변이 폐암의 표준치료(paradigm)를 바꿀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향후 계획
젠플리트와 베라스템은 2025년 하반기에 VS-7375 2상 글로벌 다기관 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한 췌장암·대장암 등 KRAS G12D 고형암으로 적응증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베라스템 측은 “임상 데이터 업데이트가 잇따라 긍정적으로 나오면, FDA 패스트트랙(Fast Track) 혹은 혁신 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지정도 노릴 수 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KRAS 변이 억제제 시장을 2030년 100억 달러 규모로 추산한다. VS-7375가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펩타이드 기반 경쟁 약물 대비 복용 편의성(경구제) 우위를 앞세워 점유율을 빠르게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결론 및 전망
이번 임상 결과는 베라스템의 기업 가치를 재평가하게 만드는 촉매로 작용했다. 동시에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큰 KRAS G12D 변이 폐암 환자에게 실질적 희소식을 제공한다. 다만 후속 임상에서 안전성·내약성이 일관되게 유지되고, 대규모 데이터로 신뢰도를 높여야 규제기관 승인이라는 최종 관문을 넘을 수 있다.
투자자들은 향후 6~12개월 동안 임상 진행 속도·자금 조달 계획·글로벌 제약사와의 파트너십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VS-7375가 FDA 허가까지 순항할 경우, 베라스템은 차세대 표적 항암제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