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pple Inc.)이 현지시간 14일(목) 자사 스마트워치에 적용될 혈중 산소(Blood Oxygen, SpO2) 측정 기능을 전면 재설계해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업데이트는 수년간 이어져 온 지적재산권(IP) 분쟁이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서 가능해졌다.
2025년 8월 1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이날부터 애플워치 시리즈 9·10과 애플워치 울트라 2 일부 모델 사용자에게 새롭게 설계된 혈중 산소 기능을 배포한다. 회사 측은 “미국 세관(U.S. Customs)의 최근 판정 덕분에 업데이트가 가능했다”고 밝혔다.
지난 2023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애플의 혈중 산소 센서가 의료기술기업 마시모(Masimo)*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했다. 이에 따라 애플은 해당 기능이 포함된 일부 모델의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혈중 산소 측정을 제거한 ‘변경 모델’을 우회적으로 판매해 왔다.
“애플의 팀은 과학적 근거와 개인정보 보호를 바탕으로, 업계를 선도하는 건강·웰니스·안전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 애플 보도자료 중
현재 혈중 산소 기능이 비활성화된 사용자는 아이폰을 iOS 18.6.1, 애플워치를 watchOS 11.6.1으로 업데이트하면 기능을 재활성화할 수 있다. 측정 결과는 아이폰 ‘헬스(Health)’ 앱의 호흡(Respiratory) 섹션에서 확인 가능하다.
배경 설명: 혈중 산소 포화도란 무엇인가
혈중 산소 포화도(SpO2)는 혈액 내 헤모글로빈이 산소를 얼마나 많이 운반하고 있는지를 백분율(%)로 표시한 값이다. 일반적으로 95% 이상을 정상 범위로 보며, 수면 무호흡증·천식·COPD(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 모니터링에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지적재산권 분쟁의 경과
ITC의 특허 침해 결정으로 애플은 2023년 말 미국 시장에서 일부 애플워치 판매를 중단해야 했다. 이어 2024년 1월에는 혈중 산소 기능을 아예 비활성화한 모델을 출시하며 ‘임시 봉합’에 나섰다. 이번 세관 판정은 이러한 제한을 완화시킨 것으로, 업계에서는 “소비자 경험을 저해하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CNBC는 마시모 측에 공식 논평을 요청했으나, 14일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향후 마시모가 어떤 법적·사업적 대응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애플의 헬스케어 전략과 시장 영향
애플은 최근 몇 년간 ‘웨어러블·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을 집중적으로 확장해 왔다. 2024년 9월에는 수면무호흡증 탐지 기능을, 같은 해 9월에는 에어팟을 이용한 청력 건강 기능을 공개했다. 올해 2월에는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과 공동으로 5년 만의 대규모 건강 연구(Apple Health Study)를 시작하며 의료 분야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웨어러블 시장은 4억 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애플워치의 재정비된 헬스 기능은 경쟁사 삼성·핏빗·가민 등과의 기술 격차를 다시 한 번 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전문가 시각
IT 전문 애널리스트이자 티로 프라이스(T. Rowe Price) 포트폴리오 매니저 토니 왕(Tony Wang)은 CNBC 인터뷰에서 “애플은 여전히 프리미엄 AI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방대한 방법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헬스케어·칩 설계 간 시너지를 애플 생태계의 장기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본 기자 역시 IP 분쟁 해결이 가져올 두 가지 함의를 주목한다. 첫째, 규제·특허 리스크 완화로 애플워치 판매량이 반등할 가능성이다. 둘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기능을 회복한 사례는 ‘디지털 의료기기’ 규제 방향에 선례가 될 수 있다. ITC와 세관 판정은 기술기업과 의료기기 기업 간 경계를 재정립하면서, 앞으로 특허 교차라이선스 협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점을 시사한다.
향후 과제
애플은 혈중 산소 기능을 보강했지만, FDA(미 식품의약국) 등 규제기관의 의료기기 인허가 문제와 데이터 프라이버시 요구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복합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정밀 의료 영역으로 확장하려면 임상시험·알고리즘 투명성에 대한 국제 표준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 마시모(Masim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본사를 둔 의료기술 기업으로, 펄스 옥시미터(산소포화도 측정기) 분야의 선두주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