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Department of Justice, DOJ)는 고(故) 금융인 겸 유죄 성범죄자인 제프리 엡스타인(Jeffrey Epstein) 관련 기록의 공개 과정을 감독할 특별관리자(special master) 임명을 요구하는 미국 하원의원들의 요청을 기각해 달라고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공식 요청했다.
2026년 1월 17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은 연방검찰이 지난 2025년 12월 이후 엡스타인 관련 수사기록 일괄 공개를 진행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법무부는 이미 수개월간 대규모 문서 검토·공개 작업을 진행해 왔으나, 공개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로 칸나(Ro Khanna) 하원의원(캘리포니아·민주)과 토머스 매시(Thomas Massie) 하원의원(켄터키·공화)이 연방법원에 개입을 요청한 상황이다.
법무부는 지난 금요일(서류 제출일 기준) 연방지방법원 폴 엔겔마이어(Paul Engelmayer) 판사에게 제출한 6페이지 분량의 서한에서, 두 의원의 신청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한은 법무장관 팸 본디(Pam Bondi)와 부법무장관 토드 블랜치(Todd Blanche)의 이름으로 제출됐으며, 맨해튼 남부지방검사인 제이 클레이튼(Jay Clayton)의 서명이 포함되어 있다.
“Representatives Khanna and Massie do not have standing, their stated objectives are in-consistent with the role of an amicus as well as the role of the Court, and, in any event, there is no authority permitting the Court to grant the Representatives the relief they improperly seek.”
법무부는 해당 문장에서 칸나·매시 의원이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며, 이들이 제기한 목적은 법원에 제출하는 ‘친(親)법원 서면(amicus brief)’의 역할과 법원의 역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원이 두 의원이 요구하는 구제책을 허용할 근거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 서한은 뉴욕 남부지검(United States Attorney for the Southern District of New York)을 대리한 서신의 형태로 제출됐다.
사안의 배경과 핵심 사실
엡스타인은 미성년자 성폭력 등 혐의로 기소·유죄 판결을 받은 인물이며, 그의 공범으로 기소된 기슬레인 맥스웰(Ghislaine Maxwell)은 현재 징역 20년을 복역 중이다. 법무부는 2025년 말 기준으로 엡스타인 관련 문서 가운데 약 520만 장(5.2 million pages)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를 위해 부서 내 4개 사무소에서 총 400명의 변호사가 도움을 주고 있으며 검토 작업은 1월 말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칸나와 매시 의원은 법무부가 2025년 12월 19일까지 엡스타인 관련 모든 기록을 공개하라는 법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그 결과로 문서 공개를 독립적으로 감독할 특별관리자 및 독립 감시관의 임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에 ‘친법원서면(amicus brief)’ 제출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무부의 법률적 주장
법무부는 서한에서 두 의원의 신청을 standing(소송적격성) 문제로 규정하면서, 의원들이 이 사건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법적 이익을 보호할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원들의 목적이 ‘법원 보조자(amicus)의 역할’을 넘어 법원의 기능을 침해하려는 것이며, 법원이 이들에게 요청한 구제조치를 부여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한은 형식적으로는 팸 본디 법무장관과 토드 블랜치 부법무장관의 이름으로 제출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맨해튼 남부지검 측 서명이 포함되어 접수됐다.
용어 설명
특별관리자(special master)란 법원이 특정 사안의 문서 검토·관리·공개 과정을 독립적으로 감독하기 위해 임명하는 제3자 전문가를 말한다. 주로 대규모 문서 공개 과정에서 민감한 정보의 식별, 비공개 여부 판단, 분류 작업 등을 수행하도록 위임된다.
Amicus(친법원서면)는 본안 당사자는 아니지만 사건의 쟁점에 관해 법원에 의견을 제시하는 제3자의 서면 제출을 뜻한다.
Standing(소송적격성)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절차에 참여할 법적 자격을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신청인은 법적·실질적 이해관계가 있어야 한다.
법적·정책적 함의와 전망
이번 분쟁은 정부의 문서 공개 의무와 의회의 감독 기능 사이의 권한 경쟁을 드러낸다. 법무부가 의원들의 개입을 법적으로 배제하려는 주장은 향후 법원의 판단에 따라 문서 공개 절차의 속도와 투명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만약 법원이 의원들의 친법원서면 제출을 허용하거나 특별관리자 임명을 명할 경우, 문서 공개 과정은 제3자의 개입으로 더 엄격한 독립 검토를 거치게 되어 공개 속도는 더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법원이 법무부의 손을 들어줄 경우, 법무부 주도로 검토·공개 절차가 계속 진행되며 일정 수준의 통제권은 행정부에 남게 된다.
경제적·사회적 영향 분석
직접적인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이나, 대규모 문서 검토에 투입되는 인력과 비용은 연방 검찰 및 관련 기관의 자원 배분에 영향을 준다. 법무부가 추가로 확보한 변호사 인력 400명은 단기적으로 인건비 및 행정비용 상승을 초래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대규모 기록 공개 및 조사로 인해 관련 개인·기관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추구가 이어질 경우 법적 소송·보상 비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공개 문서의 내용에 따라 정치·사회적 파장이 재연될 경우 특정 공직자나 기관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쳐 규제 강화나 정책 변화로 이어질 여지도 있다.
결론
법무부와 두 하원의원 간의 이번 법적 대치에서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공개 절차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공개 기록의 총량이 극히 방대하고(약 520만 장), 검토 인력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만큼 실무적 차원에서 시간소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연방 법원이 어느 쪽 손을 들어줄지에 따라 문서 공개의 속도·투명성·독립성이라는 세 축 중 어느 요소가 우선될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