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에 AMD 칩 기반 AI 클러스터에 10억 달러 이상 투자

Vultr(벌처)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 새로 조성되는 데이터 센터에서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 칩으로 구동되는 인공지능(AI)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해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와 차별화된 가격 경쟁력으로 AI 인프라 수요를 흡수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2025년 12월 2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새 클러스터는 50메가와트(MW) 전력 규모에 2만4,000개 칩을 탑재하는 설계로, AMD의 Instinct MI355X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투입한다. 이 클러스터는 데이터 전송 속도와 트래픽 흐름을 개선하는 이더넷 기반 패브릭으로 상호 연결될 예정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MI355X와 ‘이더넷 패브릭’이란 용어는 일반 투자자에게 다소 낯설 수 있다. MI355X는 AMD의 데이터센터급 AI 가속용 GPU 제품군으로, 대규모 모델 학습과 추론을 염두에 둔 병렬 연산을 처리한다. ‘이더넷 기반 패브릭’은 여러 서버와 가속기를 고대역폭·저지연 네트워크로 그물망처럼 묶어 자원 활용 효율을 높이는 연결 구조를 뜻한다. 요약하면, 많은 GPU가 빠르게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설계된 네트워크 토대를 갖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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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처는 하이퍼스케일러( hyperscaler ) 대비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AI 붐의 수혜를 노리고 있다. CEO J.J. 카드웰은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가 “통상 하이퍼스케일러가 청구하는 요금의 절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초대형 데이터 센터와 자체 칩·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갖춘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군을 지칭하는 업계 용어다.

회사는 새 오하이오 클러스터2026년 초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카드웰 CEO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클러스터가 실제 가동되기 전까지 모든 용량이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고객의 테스트와 파일럿을 위해 시카고 리전에 MI355X GPU를 랙(rack)에 이미 장착해 두었다”

고 말했다. 여기서 ‘랙에 장착’했다는 표현은 데이터 센터의 표준 랙 프레임에 서버·GPU 모듈을 설치해 운용 준비 상태에 두었다는 뜻이다.


자금 조달 및 기업가치 측면에서, 벌처는 2024년 12월 진행한 투자 라운드에서 35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라운드는 루미나아크 캐피털 매니지먼트(LuminArx Capital Management)AMD의 투자 부문인 AMD 벤처스가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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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처는 아직 오하이오 클러스터의 확정 고객은 없다고 밝혔지만, 여러 기업과 활발히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다만 기존 고객사 가운데 ChaiLiquidMetal AI 등은 다른 리전에 있는 AMD 기반 클러스터에서 벌처의 서비스를 이미 활용하고 있다.

조달·운영 모델을 보면, 벌처는 AMD엔비디아(Nvidia) 등에서 칩을 직접 구매해, 임대한 데이터 센터 공간에서 이를 운영하는 구조다. 2014년부터는 고객에게 중앙처리장치(CPU) 자원을 제공해 왔고, 2021년 GPU를 서비스에 통합한 이후 지난 2년간에는 AI 인프라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본사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으며, 이번 오하이오 AI 클러스터 투자금은 신디케이트 대출단과의 여신 한도(line of credit) 연장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신디케이트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 골드만삭스, 웰스파고가 참여한다. 여기서 ‘여신 한도’는 금융기관이 특정 기업에 설정하는 차입 가능 한도로, 필요 시 인출해 설비 투자나 운영자금에 활용하는 구조다.


전략적 함의: 가격·공급·속도의 삼각 균형

이번 10억 달러+ 투자와 50MW·2만4,000칩 규모는 벌처가 가격 경쟁력빠른 공급을 무기로 대형 수요처의 분산 니즈를 공략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하이퍼스케일러 대비 “절반 수준”의 가격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비용 민감도가 높은 AI 워크로드(예: 파일럿·프로토타이핑·중간 규모 배치)에서 대체재로 부상할 여지가 있다. 이는 ‘충분히 빠른 납기’와 ‘예측 가능한 네트워킹 성능’을 함께 충족할 때 유효성이 커진다.

네트워킹 토폴로지로서의 이더넷 기반 패브릭 선택도 주목된다. 일반적으로 AI 학습은 GPU 간 대량의 동시 데이터 교환이 핵심 병목이 되기 쉬운데, 벌처는 이더넷 패브릭으로 대역폭·지연·혼잡 관리를 최적화해 가격과 성능의 균형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객에게 ‘총소유비용(TCO)’ 대비 성능 관점의 선택지를 제공한다.


용어 설명과 서비스 모델 이해

하이퍼스케일러: 초대형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를 지칭하며, 거대 규모의 데이터 센터와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스택 및 자체 반도체 전략을 보유한 플레이어를 뜻한다. 벌처는 이들과 직접 경쟁하기보다 가격·유연성 측면의 대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GPU vs CPU: CPU는 범용 연산에, GPU대규모 병렬 연산에 강점을 지녀 AI 모델 학습·추론에 널리 쓰인다. 벌처는 2014년부터 CPU, 2021년부터 GPU 제공을 시작했고, 이후 AI 인프라가 매출의 주력이 됐다.

라인 오브 크레딧: 금융기관이 기업에 설정하는 신용한도로, 필요 시 조달해 설비 확장·운영자금으로 투입한다. 벌처는 뱅크오브아메리카·JP모건·골드만삭스·웰스파고 등과의 협약을 통해 이번 투자금을 마련 중이다.


수요 전망과 판매 전략

카드웰 CEO가 밝힌 대로 가동 전 완판 예상시카고 리전의 사전 테스트 환경 제공은, 대기 수요를 미리 검증하고 온보딩 시간을 단축하려는 전형적인 판매 전략이다. 아직 오하이오 클러스터의 확정 고객은 없지만, 여러 기업과의 협의와 기존 고객(Chai, LiquidMetal AI) 사례는 상용화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한편, 벌처가 AMD·엔비디아 등에서 칩을 조달해 임차 데이터 센터에서 운영하는 구조는 자본집약도를 완화하는 대신, 칩 공급 시의 유연성 확보가 중요해진다. 이번 오하이오 프로젝트는 MI355X라는 특정 GPU군에 맞춰 구성되는 만큼, 조달 일정·랙 밀도·전력·냉각의 정합성 확보가 관건이다.


지역·시기·규모의 의미

오하이오 스프링필드에 새 데이터 센터를 마련해 50MW급으로 시작하는 것은, 전력·부지·연결성 측면에서 균형점을 찾은 선택으로 해석된다. 2026년 초라는 가동 목표는 고객의 파일럿→확장 전환 주기와 맞물려 수요 타이밍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35억 달러 기업가치(2024년 12월)여신 한도 기반 조달은, 성장 국면에서의 자본 효율을 의식한 재무 운용으로 평가된다.

정리하면, 벌처는 ‘합리적 비용의 AI 인프라’를 내세워, MI355X GPU이더넷 패브릭 구성의 대규모 클러스터를 통해 가동 전 선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가격 민감 고객의 수요를 흡수하고, 하이퍼스케일러 중심의 시장에서 대안 채널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