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 대두 분쇄 마진 반등에 힘입어 2분기 순이익 시장 전망치 상회

[뉴욕 = 로이터] 세계 최대의 유지종자(오일시드) 가공업체인 번지(Bunge Ltd.)가 2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다. 대두 가격 하락과 대두유(soyoil) 가격 급등으로 대두 분쇄 마진(soy crush margin)이 분기 말 급격히 개선된 것이 주요 배경이다.

2025년 7월 30일, 인베스팅닷컴·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번지의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1.31달러로 LSEG 집계 애널리스트 컨센서스 1.14달러를 15% 이상 상회했다. 회사 측은 “내·외부적으로 복잡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대두 가격은 사료·식품 수요 둔화로 약세를 보인 반면, 대두유는 미국·브라질의 바이오연료(blending) 확대 정책 기대감에 견조한 상승세를 탔다. 이에 따라 유지 추출 후 남는 부산물(박: meal) 가격이 안정돼 분쇄 스프레드가 크게 개선됐고, 번지는 이를 적시에 포착해 마진을 극대화했다.

CEO 그레그 헥먼(Greg Heckman)은 “우리는 고도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기에 효율적 헤지상대가치 트레이딩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했다”고 말했다.

거래·유통(merchandising) 부문 호조도 실적을 지지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재점화되며 글로벌 곡물 이동에 변수가 많았으나, 번지는 지역 간 가격 차이를 활용한 차익거래로 손익을 방어했다. 특히 곡물·오일씨 유통 사업부의 개선이 두드러져 무역 불확실성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했다.


주요 이벤트 및 구조조정

회사는 7월 2일 자로 지연되던 캐나다 곡물업체 비테라(Viterra) 인수에 대한 모든 규제 승인을 확보하고 거래를 종결했다. 2분기 말 미국 옥수수 제분(corn milling) 사업부 매각까지 마무리해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에 속도를 냈다.

번지는 2025년 연간 EPS 가이던스를 7.75달러로 유지했다. 이는 6년 만의 최저치이지만, 경영진은 “비테라 실적을 반영해 3분기 발표 전 가이던스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정책 환경

최근 몇 분기 동안 아처-다니엘스-미들랜드(ADM), 카길(Cargill) 등 동종 업체들은 글로벌 작황 호조로 가공 마진이 축소되고 있다고 토로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교역국들의 ‘손에 잡히는 만큼만 구매(hand-to-mouth)’ 전략을 부추겨 물류 흐름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바이오연료 정책 불확실성도 대두유·팜유 등 녹색에너지 원료 수요에 부담을 주었다. 그러나 미국과 브라질 정부가 혼합 의무비율(RFS·RenovaBio) 상향을 예고하면서 중장기적 수요 전망은 개선되고 있다.

CFRA의 애널리스트 아룬 순다람(Arun Sundaram)은 “관세·인플레이션 등 거시적 역풍이 이어질 것”이라며 “바이오연료 정책이 명확해지면 현재 부진한 환경이 다소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헷갈리기 쉬운 용어 해설

대두 분쇄 마진(soy crush margin) : 대두를 압착해 대두유와 대두박을 얻을 때, 제품 판매가격에서 원료 대두 가격과 가공비를 뺀 차익을 말한다. 분쇄 마진이 클수록 가공업체의 수익성이 높아진다.

바이오연료 혼합의무(blending mandate) : 정부가 정유사 등에 일정 비율의 바이오연료를 석유 기반 연료에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혼합 비율이 높아질수록 대두유·옥수수에탄올 등의 수요가 증가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기자는 두 가지 포인트에 주목한다. 첫째, 대두유와 대두박의 가격 스프레드가 바이오연료 정책 변화에 따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혼합 의무 상향은 구조적 수요 증가를 의미하지만, 정책 집행 지연이나 예외 규정 확대 시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

둘째, 미·중 무역 갈등은 ‘뉴노멀’로 자리 잡아 곡물 유통 기업의 위기관리 역량을 시험하고 있다. 번지는 비테라 인수로 캐나다·호주 거점을 확보해 지역 다변화에 성공했다. 이는 특정 국가 리스크를 분산해줄 수 있는 전략적 포석으로 평가된다.

다만 2025년 EPS 가이던스 7.75달러는 최근 6년 중 최저치라는 점에서, 경영진이 보수적으로 시장 기대치를 관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3분기 실적 발표 시 비테라 실적이 가이던스에 어떻게 반영될지, 그리고 추가적인 자산 매각·인수합병(M&A) 계획이 나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가 반응

실적 발표 직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번지 주가는 장 초반 2.85% 상승한 78.5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분쇄 마진 개선과 비테라 인수 시너지에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