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제약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글로벌 증권사 번스타인(Bernstein)으로부터 투자의견 상향을 받으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번스타인은 기존 ‘마켓 퍼폼(market perform)’에서 ‘아웃퍼폼(outperform)’으로 조정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노보 노디스크의 장기 성장 모멘텀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번스타인은 ▲주가 급락에도 불구하고 복수의 촉매(캘리스트)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경영진 리프레시 등을 근거로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2024년 6월 사상 최고치 대비 60% 급락해 시가총액이 약 4,000억 달러 증발했지만, 번스타인은 이를 ‘과도한 조정’으로 해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4년 들어 제약·바이오 섹터 평균 대비 약 40% 부진을 기록했다. 번스타인은 주가 부진의 주된 원인을 위고비(Wegovy) 판매 둔화, 미국 경쟁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공세, 그리고 2025년 두 차례의 실적 경고라고 짚었다. 그러나 보고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구조적 성장과 노보 노디스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고려하면 하락세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번스타인은 노보 노디스크에 대해 새 목표주가 540덴마크크로네(DKK)를 제시했다. 이는 직전 목표가(DKK 620)보다 다소 낮춘 수준이나, 9월 5일 종가(DKK 350) 대비 54%의 상승 여력을 의미한다. 번스타인은 노보 노디스크가 세계 비만 치료제 시장 점유율 약 30%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해당 시장은 향후 정점에서 1,300억 달러(약 17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 내 비만 치료제 잠재 환자 수는 현재 400만 명에서 2030년 1,400만 명, 2030년대 말에는 2,500만 명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번스타인은 “환자 풀 확대와 보험 커버리지 개선이 맞물리면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글로벌 확산 속도를 강조했다.
1) 위고비 반등 시나리오
보고서는 2026년 미국 내 복제형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퇴출을 첫 번째 촉매로 꼽았다. 현재 미국 비만 치료제 시장의 약 30%를 ‘컴파운딩 약국(compounding pharmacy)’이 제조한 불법 복제 제제가 차지하며, 이 중 80%가 세마글루타이드 유사품이다. 번스타인은 “이들 제품은 대부분 미 FDA 미승인 중국 공장에서 제조되고 있어, 고도의 규제를 받는 미국 시장에서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복제약 절반이 위고비로 전환될 경우 처방량이 30%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두 번째 촉매는 2025년 말로 예상되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미국 승인과 2026년 출시다. 번스타인은 해당 치료제가 2030년 64억 달러 매출을 창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질환 부위·도즈 편의성을 무기로 삼는 경구제는 일라이 릴리의 경쟁 후보물질 ‘오포르글리프론(orforglipron)’과 격돌하겠지만, “효능·내약성 지표에서 노보 노디스크가 우위”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3) 차세대 복합제 카그리시마(CagriSema)
세 번째 촉매는 세마글루타이드+카그릴린타이드(cagrilintide) 복합제 ‘카그리시마’다. 2026년 초 일라이 릴리 ‘제프바운드(Zepbound)’와의 직접 비교시험 결과가 공개될 예정인데, 번스타인은 “82주차 기준 체중 감소율 20% 이상으로 우월성 입증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이 치료제는 2030년 110억 달러 매출로 노보 노디스크의 차세대 캐시카우가 될 전망이다.
다변화 전략과 신임 CEO 효과
보고서는 세마글루타이드 의존도 완화도 호재로 꼽았다. 1년 전만 해도 노보 노디스크 매출 중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오젬픽, 위고비 등)이 70% 이상이었으나, 번스타인은 향후 2031~2032년에는 해당 비중이 4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카그리시마, 아미크레틴(Amycretin) 등 신약이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8월 취임한 신임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두스다르(Mike Doustdar)에게도 주목했다. 두스다르는 국제사업본부장 출신으로 “비만 프랜차이즈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번스타인은 “투자자 설득 능력 및 신제품 출시 실행력”을 관전 포인트로 제시했다.
가격 압력·경쟁 심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번스타인은 2025~2030년 노보 노디스크 연평균 순이익 성장률 12%를 제시하며, 업계 평균을 상회할 것으로 봤다. “새 목표주가 DKK 540은 50% 이상의 업사이드를 암시한다”는 결론으로 리포트를 마무리했다.
용어 풀이 및 시장 맥락
①세마글루타이드: 식욕 억제 및 혈당 조절을 돕는 GLP-1 계열 약물로, 오젬픽(Ozempic)·위고비(Wegovy)의 주성분이다.
②컴파운딩 약국: 환자 맞춤형 제제를 소량 조제·판매하는 시설이나, 규제 사각지대를 악용한 ‘유사 복제약’ 생산 사례가 문제로 지적된다.
③카그릴린타이드: 아밀린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체중 감량 호르몬 유사체로, 세마글루타이드와 병용 시 시너지가 보고되고 있다.
“비만은 21세기형 팬데믹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보건 이슈다. 약물치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규제·보험·제형 간 경쟁의 속도전이 성패를 좌우할 것” – 전문가 코멘트
전문가 시각 및 전망
기자는 GLP-1 계열 약물의 ‘블록버스터 사이클’이 이제 막 2막에 돌입했다고 판단한다. 특히 경구용 제형 출시와 복합 호르몬 기반 신약은 투약 편의성과 치료 효능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시장 저변을 크게 확장할 예정이다. 다만 보험 급여범위·장기 심혈관 안전성 데이터 확보, 저가 복제약 단속이 관건으로, 정책·규제 흐름을 면밀히 추적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노보 노디스크는 ‘혁신 파이프라인 + 탄탄한 현금흐름’이라는 드문 조합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번스타인 리포트처럼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중시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 있다. 또한 유럽·아시아 보험 시장 확대 여부, 일라이 릴리·아스트라제네카 등 경쟁사의 임상 결과도 동사의 밸류에이션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