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안보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력 발전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며 관련 밸류체인 전반에 자금과 인력이 집중되는 양상이다.
2025년 9월 19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은 최신 보고서에서 아시아 지역 원전 산업의 두 핵심 종목으로 두산에너빌리티(034020)와 캐메코(Cameco, 티커: CCJ)를 꼽았다. 번스타인은 “SMR 시장이 203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폭발할 것”이라며 양사가 구축해 온 제조·연료 공급 역량이 앞으로 10년간 높은 성장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MR(소형모듈원자로)은 출력 300MW 이하의 모듈형 원자로를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 현장에 조립·설치하는 차세대 원전 기술이다. 대형 원전 대비 건설 기간·비용·입지 제약이 획기적으로 감소해, 신흥국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수소 생산시설 등 민간 수요처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제조 강자’에서 ‘SMR 톱티어’로 도약
번스타인은 두산에너빌리티를 섹터 ‘톱픽’으로 제시했다. 회사는 전통적인 대형 원전 주기기(원자로·증기발생기·터빈)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연간 20기 SMR 제작이라는 공격적 생산 목표를 내걸었다. 2025년 첫 12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완전 양산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다음과 같은 글로벌 SMR 개발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생산 일정을 가시화했다.
· NuScale — 77MW급 SMR 12기를 제조 중이며, 일부는 루마니아에 수출 예정
· X-energy — 2039년까지 총 5GW 규모 배치를 목표로 아마존 데이터센터 등에 공급
· TerraPower — 내트리움(Natrium) 고속로 핵심 부품(코어 배럴·가드 베셀·내부 지지체) 제작
이와 더불어 회사는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서 이미 27억 달러(약 3조6,000억 원) 규모 수주고를 확보했으며, 번스타인은 “실제 계약 총액은 이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가스 터빈 부문도 잠재력이 크다. 현재 가이드라인은 연 6기 생산이지만 수요 추이에 따라 12기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번스타인의 시나리오다. 이러한 변수까지 반영하면 두산에너빌리티 매출은 2030년 14조 원으로, 2024년 대비 연평균 8%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회사 자체 목표치(2029년 11조3,000억 원)를 상회한다.
수익성 또한 동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번스타인은 고마진 영역인 원전·터빈 장비 비중 확대로 영업이익률이 2024년 3%에서 2027년 약 9%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노무라증권·HSBC가 최근 ‘매수(Buy)’ 의견을 부여했고, JP모건은 ‘중립(Neutral)’으로 커버리지를 개시해 기관 커버 범위가 확대됐다.
캐메코: 서방 원전 연료 공급망의 ‘키플레이어’
번스타인은 캐메코를 “서방권 연료 사이클을 대표하는 챔피언”으로 규정했다. 캐메코는 SMR 붐과 더불어 미국 내 원전 부활에 따른 최대 수혜주로 꼽혔다.
보고서가 제시한 투자 포인트는 다섯 가지다.
1 차세대 레이저 농축 기술기업 GLE(Global Laser Enrichment) 지분 보유로, 미국이 자국 농축 설비를 우선시할 경우 높은 진입장벽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음.
2 웨스팅하우스(원전 설계·서비스 기업) 인수를 통해 단순 우라늄 광산 기업을 넘어 원자로 서비스·연료 서비스까지 사업 모델을 확장.
3 업계 최상위권의 저비용·고품질 우라늄 광산 포트폴리오.
4 절제된 증산 전략으로 견조한 잉여현금흐름 확보.
5 향후 SMR·대형 원전 신규 건설 계약 체결시 추가적인 업사이드.
골드만삭스와 CLSA는 최근 캐메코에 대해 각각 ‘매수(Buy)’·‘아웃퍼폼(Outperform)’ 등급을 부여하며 긍정적 시각을 강화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전략 비축 우라늄(Strategic Uranium Reserve) 확대 의사를 내비친 점도 캐메코에게는 장기 호재로 작용한다.
전문기자 시각: ‘원전 르네상스’의 현실적 조건
단기적으로는 금리·정책 리스크가 밸류에이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탄소중립 이행과 에너지 안보라는 이중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정책적 합의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은 중장기 투자 명분을 강화한다. 특히 SMR은 계통 안정성과 분산형 전력원이라는 장점을 앞세워,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헐성 문제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공통된 기대다.
다만, 규제 승인·표준화·경제성 등 넘어야 할 장벽도 뚜렷하다. 이에 따라 기자는 SMR 및 우라늄 수요가 실물 계약으로 이어지는 2026~2027년 전후가 실질적인 모멘텀 구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 시점까지는 글로벌 EPC(설계·조달·시공) 역량, 공급망 안정성, 자금 조달 여력 등 ‘펀더멘털’이 탄탄한 기업이 상대적 초과수익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번스타인이 지목한 두산에너빌리티와 캐메코는 각각 제조·서비스와 연료·농축이라는 다른 가치사슬 구간에 포지셔닝돼 있어, 투자자는 분산 효과까지 고려한 포트폴리오 구성을 검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