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이 올해 말까지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는 가운데, 후임인 그레그 아벨(Greg Abel)에게 월가의 다양한 조언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들은 아벨의 첫 행보가 향후 버크셔의 투자 방향과 시장 평가에 중요한 신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12월 20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버핏의 퇴임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월가와 투자업계에서는 아벨에게 “버핏처럼 되려 하지 말라”는 조언부터 “개인적으로 대규모 주식을 매입하라”는 구체적 행동 권고까지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Glennview Trust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스톤(Bill Stone)은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아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버핏이 되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톤은 버핏과 찰리 멍거(Charlie Munger)를 역사상 최고의 투자 듀오로 평가하며, 그들의 방식과 동일한 방식으로 경쟁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대신 스톤은 운영이익 증대, 유통주식수 감소,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신속하게 포착할 준비를 아벨이 우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너선 보야(Johnathan Boyar) 보야리서치 회장은 CNBC 출신의 조쉬 리프턴과의 인터뷰에서 아벨이 월가의 신뢰를 얻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개인적으로 버크셔 주식을 엄청나게 많이 매입해 자신의 말에 돈을 걸라”고 말했다. 2025년 연례 주주총회 관련 대리보고서(프록시)에 따르면, 아벨은 이미 대략 미화 1억 7,100만 달러(약 171백만 달러로 표기된 금액) 어치의 버크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야는 다만 이 지분이 대부분 버핏이 회사를 운영할 때 매입된 것임을 지적했다.
보야는 또한 아벨이 버핏보다 관리·감독을 훨씬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버핏은 자회사에 대해 비교적 권한 분산(decentralization) 방식의 경영을 유지하면서 소극적 관리로 유명했는데, 보야는 이러한 구조 때문에 “줄일 수 있는 비효율(보기 싫은 ‘지방비용’)이 많고, 사업부 통합과 수익성 개선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버핏은 역사상 최고의 자본배분자이자 투자자지만, 최고의 운영 관리자는 아니다. 아벨은 버핏이 하지 않거나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시장 반응과 투자 관점
버핏이 5월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말 CEO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뒤, 버크셔의 B주(BRK.B)는 지난 3개월 동안 최대 15% 하락8.4%로 축소
모틀리풀(Motley Fool)의 데이비드 재길스키(David Jagielski)는 글에서 버핏의 장기 재임이 “후계자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제공했으며 아벨은 “CEO 역할을 수행할 만한 준비가 잘 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재길스키는 아벨의 접근법이 버핏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는 중대한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3분기 알파벳(Alphabet) 지분 편입은 향후 버크셔가 성장주에 더 큰 비중을 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재길스키는 버크셔가 향후 느리게 성장하는 투자(예: 크래프트 하인즈 등)에서 일부 전환할 수 있다고 예측하며, “버크셔는 내년 이후 장기적으로 훌륭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썼다.
FBB 캐피털 파트너스의 멜 케이시(Mel Casey)는 버크셔 자회사의 다양성이 회사에 “전천후(all‑weather) 성격”을 부여해 시장 전체에 대한 상대적 저(低)위험 대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시는 미국 대형주 전반에 대한 높은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버크셔의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버핏 프리미엄(Buffett premium)’의 상실 위험을 경고하면서, 일부 핵심 투자자들이 회사의 실제 펀더멘털보다 버핏 개인에 투자해 온 측면이 있음을 지적했다.
BNSF와 업계 규제 이슈
한편 버크셔가 소유한 철도 자회사인 BNSF는 유니온 퍼시픽(Union Pacific)과 노퍽 서던(Norfolk Southern)의 연방 규제당국 제출 합병신청서(약 7,000페이지 분량)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두 회사가 제출한 합병안은 국토 횡단 화물망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제기된 거래 규모는 약 850억 달러에 달한다.
BNSF 최고경영자 캐티 파머(Katie Farmer)는 보도자료에서
“이 거래는 미국 경제와 미국 소비자에게 중대한 위협을 제기한다. 화주들이 선택권을 잃어 운임이 상승하고, 이는 운송되는 상품의 최종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
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유니온 퍼시픽의 CEO 짐 베나(Jim Vena)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딜이 승인될 것이라 확신한다.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 이 거래의 이익은 부인할 수 없다”
고 반박했다.
버핏은 작년 8월 CNBC 인터뷰에서 BNSF를 CSX와 합병해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으나, BNSF와 CSX는 이후 서부에서 동부로의 해안 대 해안(coast-to-coast) 운송을 위한 협력(collaboration)을 발표했다. BNSF는 주로 미국 서부 노선을 보유하고 있으며 CSX는 동부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재무 지표 및 포지션
보도 시점의 공시 기준으로 버크셔의 주요 재무 지표는 다음과 같다. BRK.A 주가는 745,600.00달러, BRK.B 주가 494.53달러이며 BRK.B의 주가수익비율(P/E, TTM)은 15.81이다. 기업가치는 약 1조 68,856억 999만 9,340달러(즉, 1,068,856,999,340달러)에 달한다. 현금 보유액은 9월 30일 기준으로 3817억 달러이고(6월 30일 대비 10.9% 증가), 철도 현금(rail cash)을 제외하고 국채(T‑Bills) 지급액을 차감한 순현금은 3543억 달러로 집계됐다. 또한 2024년 5월 이후 버크셔의 자사주 매입은 없다고 명기돼 있다.
버크셔가 공개한 보유 주식(미국 및 일본 상장)의 상위 목록은 2025년 9월 30일 기준 13F 보고서에 근거해 작성됐으며, 해당 목록은 2025년 11월 14일에 보고됐다. (특정 일본 기업의 보유 기준일은 문서별로 차이가 있다.)
용어 설명
이 기사는 일반 독자를 위해 몇 가지 금융·산업 용어의 뜻을 설명한다. ‘13F 보고서’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되는 기관 투자자의 분기별 공시로, 투자기관이 보유한 미국 상장 주식의 내역을 밝힌다. ‘자사주 매입(share repurchase)’은 기업이 유통 중인 자사 주식을 시장에서 되사오는 행위로, 주당순이익(EPS) 개선이나 잔여지분 축소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사용된다. ‘버핏 프리미엄’은 워런 버핏의 리더십과 명성을 반영해 버크셔 주식이 통상적으로 누려온 초과가치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운영이익(operating earnings)’은 기업의 핵심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뜻하며, 자본배분·인수합병(M&A)과 별도로 자회사 영업의 효율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향후 전망과 시장 영향 분석
월가 및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아벨 취임 이후의 관전 포인트는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포트폴리오 구성의 변화 여부다. 알파벳 지분 편입과 같은 사례는 성장주에 대한 관심 전환 신호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버크셔의 전통적 가치투자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둘째, 자회사 관리 강화와 구조조정이다. 보다 적극적인 경영 감독은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 및 수익성 개선을 가져올 수 있으나, 현지 경영진과의 마찰·조정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 셋째, 자신의 지분 확대(스킨 인 더 게임)에 따른 투자자 신뢰 회복이다. 아벨이 개인 자금을 대대적으로 투입하면 주주 신뢰를 빠르게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철도 업계 합병·규제 사안에 따른 운송비·물가 영향이다. UP‑NS 합병이 승인될 경우 화물 운임 상승 압력이 커져 소비재 가격 전반에 우하향(inflationary)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단기적 주가 변동성은 불가피하나 아벨의 초기 정책과 행동이 투자자 신뢰 회복의 촉매제가 될지, 아니면 ‘버핏 프리미엄’의 축소를 가속화할지가 향후 버크셔 투자 매력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아벨의 취임 직후 내놓을 경영 방침, 자사주 정책, 포트폴리오 조정 신호 등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마무리
워런 버핏의 퇴임과 그레그 아벨의 취임은 단순한 최고경영자 교체를 넘어 전 세계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자본배분 철학과 기업문화의 연속성을 시험하는 사건이다. 아벨이 취임 이후 어떤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이를 어떻게 실행하는지는 버크셔의 재무구조, 포트폴리오, 더 나아가 관련 산업별 경쟁구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투자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수주 내 발표될 아벨의 구체적 전략과 실행 계획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