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베리사인 지분 3분의 1 매각…1조7,000억 원 회수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도메인 네임 레지스트리(Domain Name Registry) 업체인 베리사인(VeriSign) 보통주 430만 주를 주당 285달러에 처분하며 지분율을 기존 14.2%에서 9.6%로 낮췄다.

2025년 7월 29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블록딜(Block Deal)은 총 12억 3,000만 달러(약 1조 7,000억 원)의 현금을 버크셔에 안겨 줬다. 규모로만 보면 2024년 이후 버크셔의 가장 큰 단일 종목 매도 건이다.

“버크셔는 추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최대 51만 5,032주를 더 매각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지만, 베리사인은 해당 거래로 어떠한 현금도 수취하지 않는다”

는 사실을 베리사인이 공시했다. 이는 규제 기준상 10% 이하로 지분을 낮추면 각종 공시·보고 의무에서 일부 자유로워지는 구조를 활용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가격 조건과 주가 변동

이번 매각 단가는 29일 정규장 마감가 305.98달러 대비 6.9% 할인된 수준이다. 소식이 전해진 뒤 시간외 거래에서 베리사인 주가는 5.9% 하락한 288달러까지 밀렸다.

버크셔는 3월 31일 기준 1,329만 주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당시 평가 가치는 약 40억 7,000만 달러였다. 버크셔가 2012년 베리사인 매수에 나섰을 때 주가는 현 수준의 6분의 1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차익 실현은 10년 넘는 장기 투자 전략의 결실로 풀이된다.


버크셔의 현금·포트폴리오 전략

버크셔는 올해 3월 말 기준 3,477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 중이다. 연속 10개 분기 동안 순매도 기조를 이어 왔음에도 올해 1월까지는 베리사인 지분을 조금씩 늘려 왔다. 이는 ‘버핏의 오른팔’로 꼽히는 토드 콤스(Todd Combs)테드 웨슐러(Ted Weschler) 두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업계는 해석한다.

하지만 지분율 10% 미만을 유지해 규제 부담을 덜고, 탄탄한 현금을 유지하려는 보수적 기조가 재차 확인됐다는 점에서 향후 신규 대형 인수합병(M&A) 가능성에 기대를 거는 시장 참여자도 적지 않다.


경영 승계와 시장의 시각

워런 버핏(94)은 1965년부터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버크셔를 이끌어 왔다. 그는 연말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렉 에이블(63) 부회장이 뒤를 이을 예정이지만, 버핏은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경영 승계 국면에서 현금 비중 확대가 ‘신임 CEO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거래의 주관사는 JP모건 증권(JPMorgan Securities)이다. 대규모 블록딜을 통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 했으나, 할인 폭이 컸던 만큼 단기 주가 변동성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전문가 시각과 용어 해설

도메인 네임 레지스트리란 ‘.com’·‘.net’과 같은 최상위 도메인(TLD)을 공식적으로 관리하고 등록 데이터베이스를 유지·운영하는 사업자를 의미한다. 전 세계 인터넷 주소 체계의 핵심 인프라에 해당하므로 규제당국의 관리·감독이 엄격하며, 세상에 몇 안 되는 독점적 사업 모델로 평가된다.

버크셔가 지분율을 10% 밑으로 떨어뜨린 이유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상 10% 이상 ‘주요 주주’에 부과되는 익월분내 거래 보고서(Form 4) 등 추가 공시 의무 및 내부자 거래 제한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금 비중을 늘리면서도 IT 인프라와 독점 모델에 대한 버핏 특유의 장기적 확신은 여전하다”고 평가한다. 다만 “금리 고점 통과 후 유동성이 회복되더라도,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러운 종목에서는 일부 차익 실현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제시된다.

이번 매각이 베리사인의 펀더멘털에 직접적인 악재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실적·현금흐름이 견조한 가운데, 오히려 유동주 확대로 기관투자가의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향후 관전 포인트

  • 버크셔의 잔여 매각 옵션 51만 주 행사 여부
  • 베리사인 주가가 할인율을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지
  • 버핏의 후계 구도 완성과 대규모 투자 재개 시점

투자자 관점에서 이번 매각이 버핏의 ‘애플 집중 전략’ 강화, 또는 신규 섹터 투자 준비 작업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은 만큼, 추가 공시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