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 비용 절감·조직 재편 위해 1만3천명 이상 감원 단행

[워싱턴] 미국 무선 통신사 버라이즌(Verizon)이 비용 축소와 조직 재편을 추진하며 1만3천 명 이상의 인력을 감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회사 역사상 단일 규모로는 최대의 감원에 해당하며, 운영 효율화를 통한 경쟁력 회복을 목표로 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2025년 11월 20일, 로이터(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버라이즌은 직영 리테일 매장 179곳프랜차이즈(가맹점) 형태로 전환하고, 매장 1곳을 폐쇄할 계획이다. 회사는 매장 운영 모델의 전환과 인력 구조 재편을 통해 고정비를 낮추고,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버라이즌의 신임 CEO 댄 슐먼(Dan Schulman)은 임직원 대상 서한에서 조직 전반에 걸쳐 1만3천 명 이상의 감원을 단행하고, 외주 및 대외 인력 관련 비용도 크게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부 메모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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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비용 구조는 고객 가치 제안에 대규모로 투자할 우리의 역량을 제한한다. 우리는 운영을 단순화해 우리를 지연시키고 고객을 좌절시키는 복잡성과 마찰을 해소해야 한다.”

회사 대변인도 감원 계획을 확인하며, “이번 결정은 버라이즌이 리셋(reset)·리스트럭처(restructure)·리얼라인(realign)을 통해 통신 서비스 리더십 회복에 집중할 기회”라고 설명했다.

앞서 로이터 등 복수 매체는 지난주 버라이즌이 약 1만5천 명 규모의 감원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감원의 대부분은 미국 내 인력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슐먼 CEO는 또한 해고 대상 직원들을 위한 2천만 달러(USD 20 million) 규모의 커리어 전환 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기금이 “AI 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요구되는 기회와 필요 역량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버라이즌은 이번 감원이 AI 도입의 결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버라이즌은 최근 신규 고객 풀 축소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기존 경쟁사들의 저가 요금제케이블 사업자의 무선 시장 진출 확대시장 압박이 증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업계 전반의 판촉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비용 구조 재정비는 수익성 방어투자 여력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로 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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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먼은 2018년부터 버라이즌 이사회 멤버로 활동해 왔으며, 올해 10월 CEO로 취임했다. 그는 페이팔(PayPal)을 이끌던 경력을 바탕으로 버라이즌을 지휘하게 됐다. 그가 직면한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AT&TT-모바일신형 아이폰 출시에 맞춰 공격적인 할인 및 보상판매(트레이드-인)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가입자 측면에서도 성과는 엇갈렸다. 버라이즌은 3분기에 월 단위 요금을 내는 무선 가입자(포스트페이드)를 4만4천 명 순증하는 데 그쳐 AT&T에 뒤처졌다. 반면 T-모바일100만 명을 넘는 순증 가입자를 기록하며 선두를 달렸다.

인력 현황을 보면, 버라이즌은 2024년 말 기준 미국 내 약 10만 명의 직원을 보유했고, 이 중 비노조(non-union) 인력은 약 7만 명이었다. 지난 3년간 누적 약 2만 명의 인력 감축도 이미 단행했다.

투자 측면에서는, 버라이즌이 2021년 경매에서 5G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핵심 무선 미드밴드 스펙트럼을 확보하는 데 520억 달러를 지출했다. 또한 작년에는 프론티어 커뮤니케이션즈(Frontier Communications) 인수를 위해 200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체결했고, 선불형(프리페이드) 이동통신사 트랙폰 와이어리스(TracFone Wireless) 인수에 60억 달러를 투입했다.


용어 설명 및 맥락

프랜차이즈 전환: 본사가 직접 운영하던 매장을 가맹점 형태로 전환해, 운영비와 자본적 지출을 낮추고 현금흐름 변동성을 줄이는 방식이다. 본사는 브랜드·운영 표준을 제공하고, 가맹점은 매장 운영을 맡는다.

포스트페이드(월 납부) 가입자: 청구서 기준으로 매월 요금을 지불하는 핵심 고객층으로, 일반적으로 수익성과 충성도가 높은 편으로 간주된다. 기사에서 언급된 3분기 4만4천 명 순증은 이 범주를 지칭한다.

미드밴드 스펙트럼: 5G5세대 무선 통신에서 속도와 커버리지의 균형을 제공하는 주파수 대역으로, 도심·교외 환경에서 기지국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분석: 비용 구조 재설계와 영업 모델 전환의 의의

이번 대규모 감원179개 매장의 프랜차이즈 전환은 버라이즌이 자본집약적 구조에서 보다 가벼운(cost-light) 구조로 옮겨가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슐먼 CEO가 밝힌 대로 “운영 단순화”는 내부 프로세스 슬림화와 고정비 축소를 의미하며, 이는 고객 가치 제안에 투입할 투자 여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매장 운영의 프랜차이즈화는 본사의 비용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단위의 민첩한 판매 운영을 가능하게 해 판촉 경쟁이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응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한편, AI 관련 커리어 전환 기금(2천만 달러)은 해고자 지원의 성격과 더불어, 향후 역량 지형의 변화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전략적 메시지를 담는다. 다만 회사가 “감원이 AI 사용의 결과는 아니다”라고 명확히 한 만큼, 이번 구조조정의 직접 원인경쟁 심화와 비용 구조 개선 필요에 방점이 찍힌다. 요약하면, 버라이즌은 단기적으로 비용을 줄이고, 중기적으로는 고객 가치 제안으로의 재투자를 통해 리더십 회복을 노리는 셈이다.

시장 측면에서는, T-모바일의 100만+ 순증버라이즌의 4만4천 명 순증이라는 격차가 상징하듯, 고가 요금제 중심의 방어 전략만으로는 판촉 경쟁을 버텨내기 어렵다는 현실이 확인됐다. 경쟁사들이 아이폰 출시에 맞춘 대규모 보상판매로 전환율을 끌어올리는 동안, 버라이즌은 가격·가치 조합의 재정의채널 운영의 효율화를 병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리스크와 변수로는, 첫째, 대규모 인력 감축서비스 품질과 고객 경험에 미칠 잠재 영향, 둘째, 프랜차이즈 전환에 따른 운영 표준 유지브랜드 일관성 관리, 셋째, 투자여력 재배분5G 네트워크 품질·커버리지에 주는 실질적 성과가 꼽힌다. 특히 520억 달러 규모의 스펙트럼 투자와 과거 인수들의 시너지가 가입자 순증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요금제·디바이스 프로모션·네트워크 품질 간 균형점을 더 정교하게 찾아야 한다.

종합하면, 버라이즌의 이번 조치는 비용 구조 재설계영업 모델 리셋을 한 축으로 묶는 전사적 체질 개선으로 요약된다. 감원의 고통채널 전환의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대신, 회사는 고객 가치 제안에 재투자할 기동성을 확보하려 한다. 향후 분기 실적에서 가입자 흐름 반전수익성 방어의 가시적 신호가 확인된다면, 이번 구조조정은 리더십 회복의 분기점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