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 오브 싱가포르, 이란 전쟁 리스크에 아시아(일본 제외) 주식 비중 ‘중립’으로 하향

뱅크 오브 싱가포르(Bank of Singapore)아시아(일본 제외) 지역 주식 투자 의견을 기존의 오버웨이트(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군사 충돌로 인한 에너지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은행 측이 목요일 밝혔다.

2026년 3월 1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뱅크 오브 싱가포르의 리서치팀은 이번 의견 변경의 핵심 배경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수송 차질 가능성과 중동 지역의 에너지 인프라 손상 증가를 지목했다.

“우리가 설정한 원유 가격의 기본 가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고, 이는 위험자산 가격의 왼쪽 꼬리(risk of fat left tail) 위험을 두텁게 만든다.”

리서치 노트에 따르면, 아시아(일본 제외) 내에서는 홍콩, 중국, 싱가포르를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반면, 말레이시아는 중립으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언더웨이트(Underweight)로 하향 조정했다. 은행은 아시아(일본 제외) 지역이 미국과 유럽보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성장률과 기업 이익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은행 측은 또한 중동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를 시행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같은 글로벌 충격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도 유사한 부담을 주어 달러 강세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아시아 주식의 밸류에이션(주가 평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뱅크 오브 싱가포르는 중국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하는 원유 비중이 크지만, 거대한 석유 비축분과 전력 생산에서의 석유·가스 의존도 감소, 전기차(EV) 전환 등의 요인으로 단기적 공급 충격에 상대적으로 잘 대비되어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유가 동향에 대해서는, 미국·이스라엘·이란이 2월 말부터 일련의 공격을 주고받으면서 유가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수준으로 급등했다고 은행은 지적했다. 특히 최근 주간에는 중동 내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일련의 공격이 이어지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기 시작한 이후 아시아향 원유 공급 경로가 직접적인 위협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어 설명 및 추가 배경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은 페르시아만(Gulf)과 아라비아해를 연결하는 해상 통로로서 전 세계 원유 수송에 있어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물동량은 전 세계 수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므로, 여기서의 봉쇄나 차질은 즉각적인 국제 에너지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버웨이트(Overweight)·중립(Neutral)·언더웨이트(Underweight)는 기관투자가들이 사용하는 포지션 권고 등급으로, 각각 해당 자산군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중 배분, 시장 평균 수준의 비중, 그리고 낮은 비중을 권고함을 의미한다. 이번 조정은 아시아(일본 제외) 주식의 상대적 매력도가 감소했음을 나타낸다.

왼쪽 꼬리 위험(fatter left tail risks)이란 확률분포에서 예상보다 큰 폭의 하락 가능성(극단적 하방 리스크)이 커진 상태를 의미한다. 즉, 소수의 극단적인 악재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전문가 관점의 체계적 영향 분석

이번 의견 변경은 단순한 투자 등급 수정에 그치지 않고, 금융시장 전반의 구조적 민감도를 재평가하게 만든다. 우선, 유가 상승은 아시아 신흥국의 무역수지와 재정수지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경상수지 악화와 통화 약세 압력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달러 강세가 동반되면 외채 부담도 커져 기업 신용 비용 상승과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은행 정책 관점에서 보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동시에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뱅크 오브 싱가포르는 이 점을 들어 아시아 지역 금리 인하의 여지가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채권시장 금리의 상방 압력과 함께 주식시장에 대한 유동성 지원 축소로 귀결될 수 있다.

기업 실적 측면에서는 에너지 비용의 상승이 제조업과 운송업 등 에너지 집약적 산업의 마진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에너지 현물가격 상승이 일부 에너지 수출국과 에너지 관련 기업들에게는 일시적 수혜를 줄 수 있어, 지역 내 업종별·국가별 차별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유가의 추가 급등 시나리오와 조정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해야 한다. 예컨대 유가가 추가로 급등하여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주식은 더 큰 조정을 받을 여지가 크며 안전자산인 달러와 미국 국채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 반대로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며 공급 우려가 완화되면, 위험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으나 이는 단기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 실무적 권고

뱅크 오브 싱가포르의 조정은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점에서 재검토를 촉구한다. 단기적 방어 수단으로는 에너지·원자재 가격 상승에 취약한 업종의 비중 축소, 환 리스크 관리를 포함한 통화 헤지, 그리고 재무구조가 튼튼한 대형 우량주의 비중 확충 등이 고려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전기차, 재생에너지) 및 공급망 다변화가 진행되는 업종을 점검하는 것이 유효하다.

끝으로, 이번 리서치 변경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경로를 재확인시켜 주었으며, 투자자들은 보다 세밀한 시나리오 기반의 리스크 관리와 자산배분 조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