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월가에서 경영 승계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2위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이하 BofA)의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모이니핸이 “가까운 시일 내에는 회사를 떠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2025년 9월 17일,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모이니핸 CEO는 “중·장기적으로는 승계 작업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내가 회사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같은 초대형 은행에서는 차기 경영진이 규모와 복잡성에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서 후계 육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이사회에 대한 우리의 의무 가운데 하나는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 잠재 후보군을 지속적으로 준비해 두는 일이다.” — 브라이언 모이니핸 CEO
● 새로운 공동( Co-) 사장 선임…‘포스트 모이니핸’ 구도 본격화
BofA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딘 아타나시아와 짐 드메어를 공동 사장(Co-President)으로 임명했다. 두 사람은 각각 소비자·소기업 부문과 글로벌 시장 부문을 책임져 왔으며, 이번 인사는 차기 CEO 후보로서의 자질을 검증받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또한 알래스터 보스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총괄 부사장(Executive Vice President)으로 승진해 재무·전략 부문을 폭넓게 관장하게 됐다. (CFO: Chief Financial Officer, 기업의 자금 조달·배분·위험 관리를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
● 모이니핸 체제 15년 차…“규모 3조 달러, 복잡성은 JP모건 못지않다”
모이니핸 CEO는 2010년 1월 취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을 털어내고, 디지털 전환·비용 절감·리스크 관리에 공을 들여 왔다. 2025년 현재 BofA의 총자산 규모는 약 3조 달러로, JP모건 체이스에 이어 미국 은행권 자산 2위다. 지점망·투자은행·자산관리·카드사업 등이 얽힌 복합 구조 탓에, 내부에서는 “경영 수업에만 최소 3~5년이 걸린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결국 이번 공동 사장 체제는 모이니핸이 ‘레이더 아래’에서 육성해 온 잠재 CEO 군(群)을 공개 무대에 올려놓은 상징적 조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월가 대형은행들의 승계 트렌드
최근 미국 대형은행들은 예기치 못한 리더십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2인 사장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 역시 2021년 다니엘 핀토·고든 스미스를 공동 사장으로, 씨티그룹은 2023년 제인 프레이저 체제에서 애리 재인·마크 메이슨을 핵심 운영 책임자로 각각 삼았다. 이러한 모델은 후보자들이 실전에서 리더십·전사(全社) 관점을 체득하는 동시에, 이사회가 객관적 성과 지표를 바탕으로 비교·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투자자 반응 및 주가 영향
이날 블룸버그 TV 인터뷰가 공개된 뒤, BofA 주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 개장 전 +0.8% 안팎에서 거래됐다. 투자자들은 ‘모이니핸의 단기 잔류’라는 안정 요인과, ‘후계 구도 가시화’라는 전략 변수를 동시에 호평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국채 금리 상승과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 긴축 장기화 우려가 여전해 향후 주가 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공동 사장(Co-President)은 회사 운영 전반을 두 명 이상이 분담·협의하며 이끄는 직위다. CEO·이사회 의장과 달리 법적 의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아 기업마다 역할·권한이 크게 다르다. 주로 승계 레이스를 공식화하거나, 사업 부문 간 균형을 잡기 위한 목적에서 채택된다.
경영 승계 계획(Succession Plan)은 CEO가 예상치 못하게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정해진 임기가 만료될 때 조직·전략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마련되는 내부 정책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형 상장사의 승계 계획 공개 여부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검토해 왔다.
● 전망 및 결론
모이니핸 CEO는 “향후 3~5년간은 직접 회사를 이끌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다. 동시에 이사회와 경영진은 ‘포스트 모이니핸’ 체제를 체계적으로 준비하며, 조직 안정성과 시장 신뢰를 모두 잡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딘 아타나시아 vs. 짐 드메어라는 경쟁 구도가 어떻게 전개될지, 그리고 알래스터 보스윅 CFO가 어떤 차별화 카드를 제시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향후 BofA의 투자은행(IB) 수수료 확대·소비자 금융 디지털화·규제 대응 등이 차기 CEO 선정의 핵심 평가 잣대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매 분기 실적뿐 아니라, 경영진 인사 변화와 조직 재편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모이니핸 CEO의 ‘단기 잔류’ 발언은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차기 리더십 경쟁의 막이 오른 신호탄이 됐다. 투자자·직원·규제당국 모두가 이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