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 400억 달러 규모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승인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A)가 400억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현재 남아 있던 91억 달러 한도의 기존 매입 권한을 대체할 예정이며, 8월 1일부터 발효된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BoA 이사회는 정기 회의를 열고 이 같은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1

BoA 측은 “이번 프로그램은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주주가치 제고라는 장기 전략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oA 관계자는 “주당 순자산가치(BVPS) 대비 할인 폭이 과도한 구간에서 적극적으로 매입해 주당 지표의 질적 개선을 도모할 계획”이라고 부연했다.


스트레스 테스트와 자본 건전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달 실시한 2025년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통해 “미국 대형 은행 시스템은 가혹한 경기침체 시나리오에서도 충분한 내구력을 보유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 평가에는 BoA,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23개 주요 은행이 포함됐다.

Fed는 실업률 급등·주택가격 급락·여신 부실 확대를 가정한 ‘극한 스트레스(Severely Adverse)’ 시나리오에서 각 은행의 기본자본비율(CET1)이 규제 최소치인 4.5%를 상회한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BoA의 경우 CET1 비율이 9%대로 추정돼, 시장의 우려를 최소화했다. 이러한 결과가 이번 대규모 자사주 매입 승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자사주 매입이란 무엇인가?

자사주 매입(Buyback)은 기업이 공개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사들여 발행주식수 감소주당 가치 증대 효과를 노리는 전략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1982년 자본시장법 10b-18조가 제정된 이후 폭넓게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금융업계는 배당과 함께 쌍두마차 방식으로 주주환원을 실행해 왔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는 구간에서 매입을 단행해, 주가 안정과 지분 희석 방지를 동시에 추구한다. BoA는 2024년 4분기 이후 거시 불확실성으로 주가 ₩30달러 선이 지지선을 형성하자 대규모 매입 결정을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다만 BoA는 정확한 매입 시기·속도·가격대 등 세부 지침은 추후 별도 공시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시장 반응과 업계 파급 효과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BoA의 이번 결정이 “대형 은행 섹터 전반으로 확산될 신호탄”이라고 평가한다. JP모건, 웰스파고, 씨티그룹 역시 스트레스 테스트 이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매입안을 이사회에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주환원 경쟁이 가속화될 경우, 은행주 지수(KBW 나스닥은행지수)에 단기적인 상승 모멘텀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국제결제은행(BIS)은 “과도한 자사주 매입이 위기대응용 완충자본(Buffer)을 훼손할 수 있다”며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경우 연체율 증가로 인한 대손충당금 확대에 자본이 우선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 규제와 향후 전망

최근 미국 의회와 규제 당국은 ‘바젤Ⅲ 최종안(Basel III Endgame)’ 도입을 추진하며 총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을 강화하고 있다. BoA가 400억 달러를 빠르게 집행할 경우, 향후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추가 자본 확충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장기 투자자 관점에서는 지속적·안정적 배당과 더불어 대규모 매입을 병행하는 BoA의 정책이 총주주수익률(TSR)을 끌어올리고, S&P500 전체 EPS 추정치에도 긍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S&P다우존스인디시즈에 따르면, 2024년 S&P500 기업의 총 자사주 매입액은 전년 대비 10% 증가한 9250억 달러로 예상된다.


전문가 의견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로버트 라골 교수는 “BoA의 CET1 여력이 400억 달러 집행 후에도 8%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신용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자사주 매입의 가치는 실제 실적 개선과 동행할 때 극대화된다”면서, 순이자마진(NIM) 둔화 리스크를 주시해야 한다는 견해를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필자의 시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Fed의 추가 금리 인하 관측이 현실화될 경우, BoA의 NIM은 추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탄탄한 소매예금 기반이 방어막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미국 소비자 부채 연체율은 아직 장기평균 수준이지만, 경기싸이클이 악화될 경우 급격히 상승할 여지가 있어 스트레스 테스트 이상의 ‘실전’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셋째, ESG 투자 확산과 자본배분 최적화 기조를 고려할 때, BoA가 기술·디지털 전환 분야에 더 많은 내부 투자를 병행해야 ‘주주환원을 넘어선 성장스토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용어 설명

자사주 매입(Buyback)은 기업이 발행한 자사 주식을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발행주식수가 줄어들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주당지표(EPS, BVPS 등)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중앙은행이나 감독당국이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검증하기 위해 실시하는 시나리오 기반 시험이다. 즉, 가혹한 경기침체·시장 충격을 가정해 손실 규모를 추정하고, 은행이 규정된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확인한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Common Equity Tier 1)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이다. 규제 기준은 4.5% 이상이며, 보수적 자본정책을 선호하는 시장에서는 8~10% 수준을 ‘안전선’으로 간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