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nk of America(이하 BofA)가 인텔(Intel)의 최근 전략 수정에 대해 “신용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고객 적합성과 수익성을 더욱 면밀히 따지는 새로운 파운드리(위탁생산) 접근법을 높이 평가했다.
2025년 8월 1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BofA는 인텔이 14A 공정(node)을 개발하기 전에 고객 수요를 선(先)확보해 설비투자(Capex)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점을 주목했다. 이 방식이 안정적으로 추진되면 인텔은 “비(非)팩리스 또는 준(準)팩리스(fabless/quasi-fabless) 반도체 기업”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텔은 6월 28일 기준 현금 보유액 210억 달러를 확보하고 있으며, 자본집약도(capital intensity)를 크게 낮춰 유동성 필요성도 동반 감소시킬 수 있다. BofA는 이런 변화가 “실질적인 부채 감축의 길을 열 것”이라고 내다봤다.
■ 14A·18A 공정, 왜 중요한가?
반도체 공정에서 ‘A’는 Å(옹스트롬)※을 의미한다. 14A는 1.4나노미터(㎚) 수준, 18A는 1.8㎚ 수준의 선폭을 뜻한다. 숫자가 작을수록 회로가 더 미세해 전력 효율과 성능이 높아지지만, 개발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 1Å = 0.1나노미터(nm)
인텔은 14A를 통해 경쟁사 TSMC·삼성전자와의 미세 공정 경쟁에서 재도약을 노리지만, 18A의 일정과 수율(양품률) 불확실성이 여전히 과제로 지목된다.
■ 부채 구조: 만기 일정과 상환 계획
BofA는 새로운 부채 발행 가능성이 당분간 낮다고 전망했다. 인텔은 2025년 7월 22억 5,000만 달러, 2026년 3월 15억 달러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BofA는 인텔이 상환 재원을 상업어음(Commercial Paper)과 보유 현금으로 조달하며, 필요 시 Mobileye·Altera·NEX(네트워크·엣지) 사업부 매각도 병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BofA는 2025년·2026년 EBITDA 추정치를 각각 8%, 18% 하향 조정했다. 이로 인해 2025년 말 총레버리지(총부채/EBITDA)가 4.1배로 소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남은 과제와 리스크
BofA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유출 억제, AI 워크로드용 제품 로드맵 강화, 18A 불확실성 해소 등의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CEO 립부 탄(Lip-Bu Tan) 반대 움직임과 경영진 충돌설 같은 지배구조 이슈, 미·중 갈등으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위험도 인텔의 향후 실적 가시성을 낮추는 요소로 꼽았다.
■ 용어·배경 설명
• 파운드리(Foundry)는 반도체 설계를 맡지 않고 제조만 위탁받는 사업 모델이다. 반면 • 팹리스(Fabless)는 설계만 수행하고 생산을 외주화한다. 인텔은 전통적으로 ‘IDM(설계+제조 일괄)’ 구조였지만, 최근에는 제조 라인을 외부 고객에게 개방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인텔이 이번에 제시한 “fabless/quasi-fabless”란, 자체 제품 생산 능력을 유지하되 설비투자를 대폭 절감하고 파운드리 매출과 고객 수요를 연동해 ‘유연한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 기자 해설
이번 BofA 보고서는 인텔에 대한 ‘재무 안전판’이 강화되고 있음을 강조한다. 실제로 210억 달러 규모의 현금은 단기 채무를 충분히 상환할 수 있는 수준이며, 자산 매각 카드까지 감안하면 유동성 위험은 크지 않다. 다만, 기술 로드맵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면 외부 고객 확보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14A 공정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다면 인텔은 GPU·AI 가속기 등 고성능 시장에서 엔비디아·AMD와의 경쟁 구도를 상당 부분 재정비할 수 있다. 반대로 18A 일정이 다시 한 번 흔들릴 경우, 투자자 신뢰는 물론 고객사 수주도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공정의 ‘이행 리스크’가 가장 핵심 변수로 떠오른다.
■ 결론
BofA는 인텔이 고객 수요를 선제적으로 반영해 설비투자 구조를 혁신하면 “자본 효율성 제고와 부채 감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회복, AI 제품 포트폴리오 확충, 18A 일정 안정화, 그리고 지배구조 개선 등 복합적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행력(execution)이 여전히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