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미국 대표 가전업체 월풀(Whirlpool, 티커: WHR)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한 단계 낮췄다. 애널리스트 레이프 야드로식(Rafe Jadrosich)은 보고서를 통해 종전 ‘중립(neutral)’에서 ‘언더퍼폼(underperform)’으로 등급을 낮추고, 목표주가 역시 100달러에서 70달러로 30달러(−30%) 삭감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주가 대비 추가 하락 여력 28.5%를 의미한다.
2025년 7월 2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하향 조정은 2분기 실적 부진과 배당금 대폭 축소, 그리고 레버리지(부채비율) 상승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결과다. BoA는 “단기적으로 선택소비재 수요 둔화, 판촉 경쟁 심화, 국제시장 불확실성 확대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멀티플을 억제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풀은 전날(28일) 장 마감 후 공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하회했다. 특히 북미·라틴아메리카·아시아 각 지역의 대형 가전 판매가 전년 대비 감소하며, 연간 조정 EPS 가이던스도 컨센서스(시장 평균전망)보다 낮게 제시했다. 그 여파로 주가는 프리마켓(pre-market) 거래에서만 16% 넘게 급락했으며, 연초 이후 누적 낙폭은 약 14.5%로 확대됐다.
배당 쇼크도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회사 경영진은 이사회에 연간 배당금을 주당 7달러에서 3.6달러로 절반가량(−48.6%) 줄일 것을 권고했다. BoA는 “높아진 부채 부담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면서도 “주주수익률 약화를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월풀은 미국 내 생산기반이 탄탄함에도 불구, 아직 관세(tariff) 효과를 주가에 반영받지 못했다. 2관세 시행 전 재고를 선제 확보한 유통사, 3마진을 포기하며 점유율을 지키려는 외국 경쟁사 등이 원인” – 레이프 야드로식, BoA 애널리스트
야드로식은 또 “추가 관세로 업계 가격이 다시 오를 경우, 소비 경기 부진 속에서 판매 물량이 더 위축될 위험도 있다”며 북미 사업 부진이 2025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용어 해설
언더퍼폼(Underperform)은 ‘시장 평균 대비 부진’을 뜻하는 증권가 용어다. 해당 의견이 붙은 종목은 향후 주가 흐름이 벤치마크 지수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목표주가(Price Target)는 애널리스트가 향후 12개월 내 예상하는 적정 주가 수준이다. 투자 판단 시 참고용 지표로 활용된다.
레버리지(Leverage)는 차입을 통한 자산 확대 전략을 의미한다. 재무 건전성을 따질 때 순부채/EBITDA와 같은 비율을 함께 본다.
프리마켓(Pre-market) 거래란 정규장 시작 전 전산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주식 매매를 가리키며, 실적 발표나 거시 변수에 즉각 반응하는 가격 변동을 파악할 수 있다.
• 기자 시각
월풀 사례는 선택소비재 업종 전반에 드리운 수요 둔화와 고금리·고물가 환경의 복합 악재를 보여준다. 특히 배당 정책 변화는 방어적 투자 성향을 지닌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도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연준의 금리 경로·미국 주택 경기·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월풀 주가 회복의 핵심 변수라고 본다. 단기 리스크는 크지만, 향후 관세 효과가 실적에 현실화하는 시점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전 업계 전반에 걸친 판촉 경쟁 심화는 원가율 상승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 원가 부담 전가가 쉽지 않은 환경에서 특정 업체만의 차별화 전략이 요구된다. 월풀이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가전 라인업 투자,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 등에 얼마나 공격적으로 자본을 배분하느냐가 중장기 투자가치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