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Oracle)이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평가했다. BoA는 오라클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Neutral)’에서 ‘매수(Buy)’로 한 단계 올리고, 목표주가를 종전 295달러에서 368달러로 24.7% 상향 조정했다.
2025년 9월 1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오라클이 회계연도 1분기(2025 회계연도 기준)에서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직후, 프리마켓(개장 전) 거래에서 주가가 31% 이상 급등했다. 이는 BoA 보고서가 강조한 대로 오라클이 ‘핵심 AI 인에이블러(key AI enabler)’로서 위상을 강화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BoA 애널리스트 브래드 실스(Brad Sills)는 보고서에서 “AI 워크로드의 수익성에 대한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오라클이 AI 인프라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오라클의 잔존 수행 의무(Remaining Performance Obligations·RPO)가 전 분기 대비 230% 폭증한 점을 ‘예외적 성과’로 규정하며, “RPO 증가율이 기업 수주잔고의 질적 변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RPO란 무엇인가? RPO는 이미 계약이 체결됐으나 아직 매출로 인식되지 않은 장래 수주잔고를 뜻한다. 즉, RPO가 급증했다는 것은 클라우드·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에서 장기적 매출 가시성이 강화됐다는 의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기 실적 변동성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진다.
BoA는 오라클의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OCI) 사업이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수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OCI 매출이 앞으로 4년간 연평균 51%(CAGR)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오라클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양 측면에서 축적한 기술 우위를 토대로 OpenAI, xAI, Meta, NVIDIA, AMD 등 대표적인 AI 기업들을 빠르게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 브래드 실스, BoA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또 AI 애플리케이션 산업 규모가 2030년 1,5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며, 오라클이 이 시장에서 차별화된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비투자(Capex) 전망도 대폭 확대됐다. BoA는 오라클의 연간 설비투자가 2026 회계연도(FY26)에 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직전 전망치(250억 달러 이상)보다 100억 달러 늘어난 규모다. 실스는 “투자 회수(Return on Investment·ROI)에 대해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AI 관련 투자가 2027 회계연도(FY27)에 ‘50% 초반대 매출 성장률’을 견인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라클의 ‘엔지니어링 퍼스트(Engineering-First)’ 문화도 강조됐다. 보고서는 오라클이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하드웨어부터 데이터베이스·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까지 수직 통합된 아키텍처를 보유하고 있어, 경쟁사 대비 저비용 AI 컴퓨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고성능·저지연 AI 워크로드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중요한 경쟁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 방식 변경도 눈길을 끈다. BoA는 빠른 성장세와 백로그 증가를 반영해 기존 주당순이익(PS) 멀티플 대신 기업가치 대비 매출(EV/Sales) 방식을 적용했다. 2027년(회계연도 기준이 아닌 달력연도 기준) 매출에 12.4배 멀티플을 부여, 동일 업종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 대비 프리미엄을 책정했다.
BoA의 최신 추정치에 따르면 오라클은 2027년 매출 825억 달러(종전 788억 달러)와 주당순이익(EPS) 8.06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BoA는 “장기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지만, AI 인프라 및 데이터베이스·애플리케이션 포트폴리오를 결합한 오라클의 경쟁적 해자(모트, moat)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궁극적으로 고객들은 인프라·데이터·애플리케이션을 ‘원스톱’으로 해결해 주는 사업자를 원한다. 오라클은 이에 최적화된 위치에 서 있다.”
한편, 시장에서는 AI 연산에 필요한 전력 및 냉각 비용, GPU·ASIC 가격 급등 등 AI 인프라 비용 구조가 중장기 수익성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BoA 역시 “AI 워크로드 수익성은 여전히 주요 논쟁거리”라고 지적하면서도, 거대한 데이터·모델 학습 수요가 실적 증가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BoA 보고서는 오라클이 데이터베이스, ERP·CRM 애플리케이션, 클라우드 인프라를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으로 진화하며, AI 시대의 ‘필수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에 따라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모두 오라클의 향후 행보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