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ing.com에 따르면 주말 사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체결한 대규모 무역협정이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불확실성을 완화할 수 있으나, 근본적으로 이를 제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분석이 나왔다.
2025년 7월 28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워싱턴과 브뤼셀은 전날인 27일(현지시간) 15% 단일관세를 골자로 하는 ‘랜드마크 협정’에 합의했다. 반도체·제약품 등 광범위한 품목이 적용 대상이나, 철강·알루미늄에는 여전히 50% 고율 관세가 유지된다.
BoFA 애널리스트 아디티야 바브 팀은 28일자 보고서에서 “합의 세부 항목이 미완성이고, 각 회원국 비준 절차도 남아 있어 협정은 불안정하다”며 “불확실성은 잊히는 듯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EU가 궁지에 몰리면 전략적으로 협상할 기민함과 힘이 부족하다는 점이 이번 협정에서 드러났다.” — BoFA 보고서
이번 합의는 EU의 대미 에너지·군수 장비 대규모 구매와 미국 내 막대한 투자를 포함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EU가 7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6000억 달러를 미국 경제에 재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EU가 자국 시장을 제로 관세 수준으로 개방하고 막대한 양의 군사 장비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EU 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15% 단일 관세 조치는 양측 교역을 ‘재균형(rebalance)’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미국이 수입한 $3.3조 규모 상품 중 EU가 차지한 비중은 6,000억 달러 이상이다.
투자자들은 8월 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도입된 ‘상호주의 관세’가 발효될 가능성을 우려해 왔다. EU는 30% 고율 관세 위협 속에서 제로 대 제로 합의를 추진했지만, 이번 합의로 평균 관세율이 15%로 높아졌다.
BoFA는 “최종 협정 형태에 따라 EU의 대미 평균 관세율은 작년 1%에서 약 15%로 급등한다”며 “향후 몇 분기 동안 EU 국내총생산(GDP)의 약 15~20bp가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면 미국은 최대 교역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불확실성이 감소했으나, EU에 대한 실효 관세율이 두 배로 뛴 만큼 물가상승률이 10bp가량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고 BoFA는 경고했다. 이는 성장을 동일한 폭 만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의미다.
BoFA 보고서는 “여타 국가와의 잠재적 협상까지 감안하면 평균 관세율은 기존 전망치 10%보다 높은 15% 수준에 머물 공산이 크다”며 “인플레이션 충격이 내년까지 장기화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는 “관세발(發) 경기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준금리(4.25~4.50%)를 동결할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 BoFA의 시각이다. 연준은 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2일간의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어 풀이1
※ bp(베이시스포인트)는 금리·물가 등을 표시할 때 사용하는 0.01%p 단위다. 예컨대 10bp 상승은 0.10%p 상승을 의미한다. 무역협상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낯설 수 있어 설명을 덧붙인다.
전문가 시각
이번 협정은 정치적 ‘휴전’ 성격이 강하다. 단일관세가 설정됐지만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가 그대로인 만큼 산업별로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특히 친환경·방위 산업 등 미국이 전략적으로 육성하려는 분야에서는 EU 기업의 비용 구조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은 단기간 더 높아져 연준의 ‘고금리 유지’ 명분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U 입장에서는 GDP 대비 위험 노출이 크지 않더라도, 무역정책에서 주도권 상실을 확인했다는 점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역설적으로 이번 협정은 “잊혀진 듯하지만 사라지지 않은” 불확실성을 재확인시켜 주며, 향후 글로벌 공급망·통상 지형 변화 속에서 EU의 협상력이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