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샬럿=로이터통신—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이하 BofA)가 글로벌 마켓(Global Markets) 부문의 공동 대표(President & Co-Head)로 데니스 마넬스키(Denis Manelski)와 수피안 주베리(Soofian Zuberi)를 전격 임명했다.
2025년 10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인사는 내부 메모를 통해 직원들에게 공유됐으며, 세일즈&트레이딩 부문의 성장세를 가속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BofA는 무려 14분기 연속 매출 증가를 달성하며 월가 경쟁사 가운데서도 돋보이는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마넬스키는 2004년 입행 후 채권·외환·상품(FICC) 영업 총괄을 맡아 왔고, 주베리는 30년 넘는 경력을 바탕으로 최근 4년간 글로벌 주식(Equities) 부문장을 지내며 실적을 견인했다. 이들의 승진은 글로벌 마켓 전체를 이끌던 짐 디마레(Jim DeMare)가 은행 공동 사장(Co-President)으로 올라서면서 발생한 공백을 메우는 절차이기도 하다.
실제 2025년 3분기 BofA의 세일즈&트레이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한 54억 달러를 기록했다. 높은 거시경제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이벤트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은 포지션 헤지(위험 회피)를 강화했고 이는 거래 데스크의 수익 증가로 직결됐다.
주요 리더십 변동
이날 내부 메모에는 공동 대표 인사 외에도 굵직한 조직 개편이 포함됐다.
• 카렌 팡(Karen Fang)·사랑 가드카리(Sarang Gadkari): 글로벌 캐피털 솔루션(Global Capital Solutions) 공동 책임자로 선임. 복합적 자금조달(공·사모 시장) 수요를 다루는 신설 조직
• 아쇼크 크리쉬난(Ashok Krishnan): 플랫폼 부문장으로 승진, 생성형 AI 도입을 포함한 자동화 및 효율성 제고 총괄
• 매트 맥퀸(Matt McQueen): 글로벌 FICC 마이크로(Micro) 책임자. 모기지·증권화 상품, 뮤니시펄 뱅킹, 글로벌 크레디트 등 세부 영역 감독
• 로라 체푸카베이지(Laura Chepucavage)·카를로스 페르난데스-알레르(Carlos Fernandez-Aller): 글로벌 FICC 매크로(Macro) 공동 책임자. 금리·선물·외환 등 거시상품 영역 지휘
• 브라이언 카로시엘리(Brian Carosielli): 글로벌 마켓 세일즈 총괄. FICC 세일즈, 주식 배포, 전략적 관계 관리 담당
• 글렌 코(Glenn Koh)·스튜어트 본(Stuart Bourne): 글로벌 주식 공동 책임자. 코는 주식 트레이딩, 본은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 담당
• 밥 먼지(Bob Munsey): 글로벌 마켓 리스크·비즈니스 컨트롤 책임 지속
용어 해설 및 시장 맥락
FICC는 Fixed Income, Currencies, Commodities의 약자로 채권·외환·원자재를 통칭하는 기관 영업용 용어다. FICC Micro는 개별 신용·모기지·증권화 상품처럼 상대적으로 세분화된 시장을 뜻하고, FICC Macro는 금리·선물·외환 등 거시경제 요인에 더 크게 좌우되는 상품군을 말한다.
프라임 브로커리지(Prime Brokerage)는 헤지펀드·연기금 등 대형 고객에게 레버리지·대차·리스크 관리 등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으로, 주식 파생·대차 수익이 결합돼 은행 수수료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꼽힌다.
전문가 시각
시장 참여자들은 이번 인사를 “단순 승진”이 아닌 ‘2단계 성장 로드맵’의 신호로 해석한다. 글로벌 캐피털 솔루션과 플랫폼 자동화 조직을 분리·강화함으로써, BofA는 향후 복합금융·AI 기반 트레이딩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포석을 깔았다. 특히 생성형 AI 도입은 거래 실행 속도를 높이고 리스크 관리 정확도를 개선함으로써 마진 압박에 시달리는 트레이딩 부문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분·채권 등 자본시장 부문 간 ‘사일로’를 허무는 구조 재편은 고객의 전방위적 니즈를 하나의 솔루션으로 해결하려는 최근 월가 트렌드와 맥을 같이한다.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이 이미 유사한 통합 조직을 운영 중이라는 점에서 BofA의 이번 행보는 ‘후발 주자의 추격’이 아닌, 14분기 연속 실적 성장에 따른 선제적 체질 개선에 가깝다는 평이 많다.
다만 거시경제 불확실성, 미 연준(Fed)의 고금리 기조, 지정학 리스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마켓 볼륨이 줄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FICC-Macro 부문 수익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공동 대표 체제 아래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세일즈&트레이딩 실적 추이
• 2024년 3분기: 49억 달러
• 2025년 1분기: 52억 달러
• 2025년 2분기: 53억 달러
• 2025년 3분기: 54억 달러(+9% YoY)
실적 성장 배경에는 고변동성 장세가 주효했으며, 유럽 국채·원자재 가격 급등락 등 거래 기회가 비수기였던 3분기 실적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일정 및 관전 포인트
글로벌 마켓 부문은 2026 회계연도부터 AI-트레이딩 플랫폼 가시적 성과를 제시할 예정으로, 투자자들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s)로 ▲거래 체결 속도 ▲리스크 조정 수익률(RAROC) ▲고객 유지율 등을 주목하고 있다.
또한 공동 대표로 선임된 마넬스키와 주베리가 디마레 공동 사장 체제와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 그리고 차기 CEO 후보군 경쟁 구도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국내 금융사들도 프라임 브로커리지와 FICC 부문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황이므로, 글로벌 은행들의 조직 재편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문가들은 “AI·데이터 인프라를 중심으로 자본시장 영업구조가 재편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국내 증권사 역시 플랫폼 혁신과 글로벌 상품 라인업 다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