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BofA)가 수익성 지표 상향을 발표하며 월가 경쟁사와의 격차 축소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최고경영자(CEO) 브라이언 모이니핸(Brian Moynihan)은 기술 투자 확대와 지리적 확장을 포함한 시장점유율 확대 전략을 공개했다.
2025년 11월 5일,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모이니핸과 주요 경영진은 보스턴에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투자자 데이(Investor Day)를 열고 그간 동종 업계 대비 뒤처진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 답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행사에서 BofA는 은행 성과를 평가할 때 핵심으로 쓰이는 유형자기자본이익률(ROTCE) 중기 목표치를 16%~18%로 상향 제시했다.
BofA는 기존에 중-10%대 중반 수준의 ROTCE를 제시해왔으나, 이번 상향을 통해 격차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3분기 ROTCE는 15.4%였고, 대형 경쟁사인 JP모건체이스는 같은 기간 20%를 기록했다고 공시됐다. 애널리스트들은 사전에 BofA가 16%~18% 범위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스티븐 비거(Argus Research 애널리스트)는 “ROTCE 목표는 BofA를 동종사 중 상위권으로 올려놓는다. 새로운 목표는 달성 가능해 보이지만, 특별히 공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한편, 바클레이즈 애널리스트들은 ROTCE 목표가 “100bp(=1%포인트) 더 높았어야 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기타 목표는 대체로 예상에 부합하거나 우호적이라고 분석했다.
BofA는 2028년까지 6개 추가 지역 시장으로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확장 대상에는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오하이오 등이 포함되며, 이를 통해 2,220억 달러 이상의 예금 기반에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학생·가족·직장인 대상 리테일 뱅킹 공략을 병행해 고객 생애주기 전반을 포섭한다는 전략이다.
투자은행(IB) 부문에서는 향후 3~5년 동안 수수료 점유율을 50~100bp 높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글로벌 IB 리그테이블에서 BofA는 그동안 JP모건과 골드만삭스에 비해 후행해 왔으며, 이번 목표는 그 격차를 좁히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트레이딩(시장조성 및 매매 중개) 부문에서는 중기적으로 업계 매출 풀의 9%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재 BofA의 시장점유율은 7.6%로, 약 1.4%포인트의 추가 확대를 노리는 셈이다. 이에 대해 비거는 “마켓셰어 확대는 말처럼 쉽지 않으며, 투자은행 환경이 개선되면서 경쟁사들도 동시에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 프리마켓에서 BofA 주가는 1.1% 하락했다.
소비자 신용과 거시 환경
BofA는 미국의 경제성장세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고용 지표에서는 일부 약세 신호가 관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 자체 결제·계좌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소비자 지출은 전년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BofA는 “소비자 신용은 안정적이다. 다만 신용 스펙트럼의 하단(저신용 계층)은 노동시장이 약화될 경우 주의 깊게 살펴야 할 항목”이라고 전했다.
BofA는 순이자수익(NII)—즉, 은행이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와 예금에 지급하는 이자의 차이—이 향후 5년 동안 연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동 성장률은 대출 자산의 확대와 고정금리 자산의 재가격조정(repricing)에 의해 견인될 것으로 봤다. 주당순이익(EPS)은 연 1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이니핸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 CEO에 취임한 이후, ‘책임 있는 성장(responsible growth)’이라는 기조로 체질 개선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여전히 투하자본 대비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번 목표 상향은 그 요구에 대한 구체적 응답으로 해석된다.
핵심 용어 풀이와 맥락
ROTCE(Return on Tangible Common Equity)는 무형자산을 제외한 유형 보통주 자본 대비 순이익 비율을 말한다. 이는 은행이 실질적 자기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해 이익을 내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수익성 지표다. 예컨대 16%~18%의 ROTCE는 투자자 입장에서 경쟁사와의 상대 비교가 용이하며, 자본 효율성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NII(Net Interest Income)는 은행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다. 금리 레벨, 예·대마진(스프레드), 대출 성장, 예금 조달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BofA가 제시한 연 5%~7% 성장 가이던스는 금리 및 자산구성 변화에 따른 재가격 효과와 대출 증가가 결합될 때 가능한 경로를 시사한다.
bp(베이시스 포인트)는 1bp = 0.01%포인트를 뜻한다. 프리마켓은 정규 거래시간 이전의 시간외 거래를 말하며, 투자자 심리와 뉴스의 초기 반응을 가늠하는 데 활용된다.
전략 평가: 경쟁사 추격과 실행 변수
수익성 목표 상향은 대차대조표의 질과 비용 통제, 성장 투자의 균형을 요구한다. BofA가 ROTCE 16%~18%를 제시한 것은 JP모건의 20%에 근접하려는 의지 표명으로, 기술 투자와 영업망 확장, IB·트레이딩 점유율 확대 등의 실행이 복합적으로 맞물릴 때 현실화할 수 있다. 특히 앨라배마·루이지애나·오하이오 등 남부·중서부 축은 상대적으로 미개척된 예금 기반과 리테일 고객군을 품고 있어, 저비용 예금 확대 및 교차판매에 유리한 토양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장점유율 확대는 경쟁사의 역공을 동반한다. 바클레이즈의 지적처럼 목표가 더 공격적일 수도 있었지만, BofA는 달성 가능성과 실행 가시성을 중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레이딩 점유율 7.6% → 9% 상향은 리스크 관리와 테크 스택 개선, 고객 커버리지 확대가 결합돼야 하며, IB 수수료 50~100bp 증대에는 딜 파이프라인 강화와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거시환경 측면에서 BofA가 밝힌 소비자 지출 5% 증가와 소비자 신용의 안정성은 리테일 기반의 수익성 방어에 긍정적이다. 동시에 저신용 계층의 민감도와 노동시장 둔화는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NII 연 5%~7% 성장 가이던스는 대출 성장과 재가격의 조합을 전제로 하며, 금리 경로와 예금 이동성(디파짓 베타)에 따라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
요컨대, 이번 투자자 데이에서 제시된 로드맵은 “책임 있는 성장”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수익성 상향과 지리적 확장, 수수료·트레이딩 부문의 점유율 제고를 동시에 도모하는 균형 전략으로 정리된다. 목표 자체는 보수·중립적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집행력과 테크 투자 회수, 고객 획득 비용의 효율화가 뒷받침된다면 ROTCE 16%~18% 달성에 대한 시장 신뢰도는 점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