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증시가 수요일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기술주가 높아진 밸류에이션과 인공지능(AI) 버블 논란에 따른 매도 압력에 휩싸이며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근접하고 있다는 신호가 겹치며 위험자산 선호를 약화시켰다.
2025년 11월 5일, RTTNews 보도에 따르면, 이날 아시아 주요 지수는 장중 변동성을 확대하며 약세 흐름을 보인 가운데, 기술주 중심 하락이 두드러졌다. 특히 전일 미국 증시에서 AI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이 재부각된 여파가 동조화 거래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향후 정책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과 함께, 물가 상승이 둔화되지 않는 가운데 성장세가 식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러한 매크로 리스크는 밸류에이션 재평가 압력으로 이어져 성장주에 특히 불리하게 작용했다.
중국 본토·홍콩에서 엇갈린 흐름이 나타났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3% 상승한 3,969.25로 마감하며 장 초반 낙폭을 만회했다. 민간 조사에서 중국 10월 서비스업이 3개월 만에 가장 느린 속도지만 확장을 지속한 것으로 나타난 점이 심리 개선에 기여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장 초반의 급락을 일부 회복했지만 결국 소폭 하락한 25,935.41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중국 국무원 관세위원회가 미국산 상품에 대한 추가 24% 관세를 1년간 중단하되, 10%의 기존 부과분은 유지하겠다고 밝힌 이후 낙폭을 축소한 결과다.
일본 증시는 급락했다. 일본은행(BOJ)의 9월 회의 의사록에서 일부 위원들이 금리 인상 필요성을 놓고 논의를 심화한 것으로 나타나며 금리 정상화 우려가 부각됐다. 닛케이225는 2.50% 하락한 50,212.27로 마감했으며, 장중 한때 4.7% 급락해 49,073.58까지 밀리며 10월 27일 이후 처음으로 5만선을 하회했다. 토픽스(TOPIX)는 1.26% 하락한 3,268.29로 거래를 마감했다. 종목별로는 어드반테스트가 6% 하락, 소프트뱅크그룹이 10% 급락, 히타치건설기계가 12.2% 폭락하는 등 낙폭이 컸다.
한국 증시도 급락 마감했다. 밸류에이션 부담과 미국발 AI 버블 우려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코스피는 2.85% 떨어진 4,004.42로 종료했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 종가를 경신해온 만큼, 차익 실현과 리스크 관리 수요가 동시에 불거졌다. 장중에는 한때 6% 넘게 하락해 3,867.81까지 밀리기도 했다. 시가총액 상위인 삼성전자가 4.1% 하락했고, SK하이닉스는 1.2% 내렸다.
호주 증시는 초반 약세를 일부 만회하며 소폭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는 중국이 미국산 주요 농산물(대두·옥수수·밀·수수·닭고기 등)에 대한 보복관세를 1년간 유예한 영향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벤치마크 S&P/ASX 200은 0.13% 하락한 8,802로,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철광석 가격 약세가 광산업 전반을 눌렀다. 올 오디너리즈는 0.30% 하락한 9,071.20으로 마감했다.
뉴질랜드에서는 S&P/NZX-50이 0.11% 상승한 13,620.98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부진한 고용 지표가 이달 말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강화하며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외환·원자재 시장에서는 달러화가 아시아 장중 보합권에서 안정세를 보였다. 현물 금 가격은 1% 이상 상승해 온스당 3,982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1주일 넘게 이어진 낙폭 중 가장 큰 하락 직후 나타난 반등 흐름이다. 국제유가는 소폭 하락했는데, 민간 재고 통계에서 미국 원유 재고가 3개월여 만에 최대 폭 증가했다는 신호가 나온 영향이 반영됐다.
미국 시장 동향도 약세가 이어졌다. 전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은 2% 급락했고, S&P 500은 1.2% 하락, 다우지수는 0.5% 내렸다.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4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했고, 미 국채는 안전자산 선호 속에 강세를 보였다.
RTTNews는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식시장의 버블 가능성을 경고해, AI 관련 기업들의 과도한 밸류에이션 우려를 더욱 키웠다고 전했다.
용어 풀이 및 맥락
• 밸류에이션(valuation)은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하는 개념으로, 주가가 이익·현금흐름·성장성 대비 합리적 수준인지 판단하는 잣대다. 시장이 미래 성장 기대를 과도하게 반영하면 주가가 펀더멘털을 앞서가며 고평가 논란이 발생한다.
• AI 버블은 인공지능 테마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기업 실적과 생산성 개선으로 충분히 입증되기 전에 주가에 선반영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경우 외부 충격이나 기대치 하향 시 밸류에이션 조정이 급격히 나타날 수 있다.
•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경기 침체(저성장)와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상태다. 통화정책의 대응 여지가 제한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기 쉬운 환경이다.
• BOJ 의사록은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논의된 금리·물가·성장 전망 등을 담는다. 금리 인상 논의가 진전됐다는 신호만으로도 엔화·금리·주가에 즉각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다.
• 미 국채(Treasuries) 강세는 통상 수익률 하락을 의미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될 때 자금이 유입되는 경향이 있다.
분석과 시사점
이번 조정은 미국발 기술주 고평가 논란이 아시아로 확산되며 나타난 밸류에이션 재점검 국면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일본·한국처럼 반도체·AI 공급망에 민감한 시장일수록 변동성이 확대됐다. 반면 중국 본토와 뉴질랜드처럼 정책·거시 변수의 뒷받침이 일부 확인된 지역은 상대적 선방 내지 차별화가 나타났다.
단기적으로는 연준의 정책 힌트와 미 경제 지표가 변동성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 수요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가 유효하더라도, 실적·현금흐름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재정렬하는 과정이 불가피하다. 이는 내재가치에 대한 보수적 재평가와 이익 가시성이 높은 기업에 대한 선호 확대로 연결될 수 있다.
또한 원자재 가격과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경우, 아시아 기업들의 마진 압박과 수입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미국 원유 재고 증가가 유가를 누를 경우 운송·소비 등 일부 업종에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밸류에이션, 금리 경로, 실적 모멘텀을 축으로 리스크 관리와 선별적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