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프랑스 에너지 대기업 토탈에너지스(TotalEnergies)에 10억 달러를 지급하고, 미국 동부 해상풍력 사업을 백지화하는 데 합의했다. 해당 금액은 토탈에너지스가 포기한 해상풍력 임대권의 가치와 맞먹는 수준으로, 이 자금은 대신 미국 내 액화천연가스(LNG) 및 석유·가스 생산에 재투자될 예정이다.
2026년 3월 24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 내무부(Department of the Interior, DOI)는 이번 합의를 ‘획기적인 합의’라고 규정하면서 토탈에너지스가 ‘비싸고 신뢰성이 낮은 해상풍력 임대권에 대한 자본을 저렴하고 신뢰 가능한 천연가스 프로젝트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DOI 성명에 따르면 토탈에너지스는 포기한 해상풍력 임대권의 가치인 약 $1,000,000,000(10억 달러)를 미국 내 석유 및 천연가스, 그리고 LNG 생산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후 미 정부는 이 회사가 해상풍력 임대 구매에 지불한 금액에 대해 달러-포-달러(dollar-for-dollar) 방식으로, 즉 지불한 금액 한도 내에서 전액을 환급해줄 것이라고 DOI는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토탈에너지스는 뉴욕과 노스·사우스캐롤라이나 지역에서 계획 중이던 해상풍력 개발을 철회한다. 대신 텍사스의 리오그란데(Rio Grande) LNG 공장에서 4개의 트레인(trains)을 개발하는 데 투자하고, 미국 멕시코만(Gulf) 지역의 전통적 유전 개발과 셰일가스 생산에도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토탈에너지스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경영자인 패트릭 푸얀(Patrick Pouyanné)은 DOI 성명에서 ‘해상풍력 개발이 국가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점을 고려해, 미국에서 해상풍력 개발을 포기하고 임대료 환급을 받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푸얀은 또한 이번 합의가 ‘미국의 가스 생산 및 수출을 지원’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며, ‘이들 투자는 유럽에 필요한 미국산 LNG 공급에 기여하고, 미국 내 데이터센터 개발을 위한 가스 공급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내 자본의 보다 효율적인 사용’이라고 이번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미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옹호해온 도그 버검(Doug Burgum) 내무장관은 이번 합의를 두고 ‘대통령의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에 대한 약속을 또 하나의 승리로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버검 장관은 성명에서 「해상풍력은 미국 가구와 납세자들에게 강요된 가장 비용이 많이 들고 신뢰성이 낮으며 보조금에 의존적이고 환경적으로 파괴적인 계획 중 하나」라고 주장하면서 토탈에너지스의 전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해상풍력 개발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 입장을 보여왔으며, 해당 프로젝트들을 ‘비싸고 보기 흉하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발표는 이 같은 행정부의 에너지 우선순위와 정책 기조를 반영한다.
CNBC는 토탈에너지스 측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기사 게재 시점까지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DOI 성명은 또한 ‘국가 안보상의 우려를 고려해’ 토탈에너지스가 미국 내에서 새로운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용어 설명
액화천연가스(LNG)는 기체 상태의 천연가스를 영하의 저온에서 액체로 전환하여 운송과 저장을 용이하게 만든 연료다. LNG는 부피가 축소되어 선박을 통해 장거리 수출이 가능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는 아시아와 유럽 등으로의 공급원 역할을 한다. 리오그란데 LNG 공장의 ‘트레인(trains)’은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생산 설비 단위를 의미하며, 한 공장에 여러 트레인이 설치되면 액화 처리 용량이 증가한다.
해상풍력 임대(Offshore wind leases)는 정부가 해상영역을 민간기업에 일정 기간 사용하도록 허가하는 계약이다. 임대권 구매에는 초기 입찰 비용과 추가 개발 비용이 수반되며,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금융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영향 분석 및 전망
이번 합의는 단기적·중장기적 측면에서 여러 경제·에너지 시장 영향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첫째, 미국의 LNG 생산 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 미국의 수출용 LNG 공급 능력을 늘릴 여지가 있다. 리오그란데의 추가 트레인 개발이 완료되면 아시아·유럽 시장으로의 공급 여력이 증가해, 특히 이란 관련 갈등 등으로 유가·가스 공급이 불안정한 시기에 대체 공급선으로서 미국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것이다.
둘째, 국제 가스가격과 원유시장은 이번 발표로 인해 즉각적인 하방 압력을 받지 않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공급 증가 기대가 가격 상방 위험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생산 확대와 수출 증대가 실제로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가격 변동성은 남을 것으로 보인다.
셋째, 해상풍력 산업 측면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투자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정부의 정책 방향 전환과 민간 투자자에 대한 보상(임대료 환급) 사례는 다른 에너지 기업에도 중요한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초기 자본투자가 크고, 발전단가 및 인프라 문제, 환경·경관 논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므로 향후 프로젝트 심사와 금융 조달이 더욱 보수적으로 바뀔 수 있다.
넷째, 지역 경제와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토탈에너지스의 투자 전환이 텍사스 LNG 및 멕시코만 지역의 석유·가스 관련 고용과 하청 시장을 활성화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뉴욕과 캐롤라이나 지역에서 계획되던 해상풍력 관련 사업 기회와 지역 산업 활성화 기대는 위축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정책적·정치적 영향은 명확하다. 이번 조치는 현 행정부의 에너지 우선순위가 화석연료 기반의 에너지 안보 및 비용 절감에 집중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재생에너지 전환 정책과의 충돌 가능성을 드러낸다. 에너지 전환과 관련된 산업 및 금융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규제·보조금 정책과 정치적 리스크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추가 정보
이번 합의의 구체적 이행 일정, 리오그란데 4개 트레인의 건설 착수 시점과 완공 예상 시점, 토탈에너지스가 미국 내 어디에 얼마만큼의 upstream 투자를 집행할지에 대한 상세 내역은 DOI 성명과 회사 내부 계획에 따라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현재 공개된 내용은 합의의 골격과 재정적 보상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