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은행 업계와 암호화폐(가상자산) 업체 대표들을 불러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핵심 쟁점에 대해 협상을 중재하려 한다.
2026년 1월 28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이 주최하는 암호화폐 정책 자문회의에서 은행권과 가상자산 업계를 대표하는 단체 및 경영진들이 참석해 의회에 계류된 획기적(landmark) 암호화폐 법안의 향후 진행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세 명의 업계 소식통이 전했다.
이 회의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으로 알려진 달러 연동 토큰에 대해 가상자산 회사들이 고객 보유분에 지급할 수 있는 이자(interest)와 기타 보상(rewards)을 법안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이 회의를 가장 먼저 보도했다.
백악관 측은 즉각적인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소식통들은 사적 정책 논의의 성격상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블록체인협회(Blockchain Association)의 최고경영자(CEO)인 서머 머싱거(Summer Mersinger)는 성명에서 이 단체가 “다음 주 회의에 참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블록체인협회는 코인베이스(Coinbase), 리플(Ripple), 크라켄(Kraken) 등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의회가 지속 가능한 시장 구조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이 세계의 암호화폐 중심지로 남도록 하겠다”고 머싱거는 덧붙였다.
또 다른 주요 암호화폐 단체인 The Digital Chamber의 CEO 코디 카본(Cody Carbone)은 백악관이 “모든 이해관계자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다”고 평가했다.
의회 내 진행 상황을 보면 상원은 수개월째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 작업해 왔으며, 이 법안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연방 규칙을 마련하려는 목적을 가진 일명 Clarity Act로 불리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하원은 지난해 7월 자체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상원 은행위원회는 이달 초로 예정된 법안 심의 및 표결을 막판에 연기했다. 연기 사유로는 의원들 사이와 양 업계 모두에서 대립을 초래한 ‘이자 지급’ 문제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공화당 내부에서도 스테이블코인 규정 조항을 두고 이견이 있었으며, 법안을 주도하는 상원의원들은 통과를 위한 충분한 표 확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쟁점의 핵심은 지난해 제정된 한 법률에서 비롯됐다. 해당 법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연방 규제 틀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암호화폐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으나, 제3자(예: 암호화폐 거래소)가 토큰에 대해 수익률(yield)을 지급하는 것을 허용할 여지를 남겨 은행 예금과의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가상자산 업체들은 이자 등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신규 고객 유치에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은행 측은 이러한 경쟁 심화가 예금의 유출(exodus)을 초래해, 대부분 은행의 주요 자금원인 예금 기반이 약화될 수 있으며 이는 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관해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가 화요일 내놓은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이 2028년 말까지 미국 은행에서 약 $5000억(약 5000억 달러) 규모의 예금을 끌어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추정치는 은행 자금 조달구조와 예금 기반의 민감성을 드러내는 수치로 받아들여진다.
용어 설명: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예: 미 달러)에 고정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가격 변동성이 적어 결제나 가치저장 수단으로 사용되려는 목적이 있다. 이자(interest) 또는 수익률(yield)은 고객이 보유한 자산에 대해 플랫폼이나 제3자가 지급하는 보상으로, 전통 금융권의 예금 이자와 유사한 기능을 한다. 은행 예금은 일반적으로 예금보험(FDIC 등)에 의해 보호되며, 이 점이 스테이블코인이 제공하는 수익과 비교될 때 경쟁력의 핵심 요소가 된다.
정책적 함의 및 전망
이번 회의는 법안 타결을 위한 중재 시도로 평가되며, 실제 타협안은 몇 가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대한 전면 금지 유지와 제3자 지급의 엄격한 규제이다. 다른 하나는 제3자의 이자 지급을 허용하되, 투명성·자본요건·KYC(고객확인)·예금보험과의 관계 명확화 등 보완 장치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또한 지급 상한선을 설정하거나 특정 유형의 플랫폼에만 허용하는 절충안이 논의될 수 있다.
경제적 영향은 구조적이다. 만약 가상자산 업체들이 고객에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예금이탈이 가속화되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 상승과 대출 여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금융기관의 수익성 압박과 더불어 신용공급 축소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실물 경제의 투자·소비에 파급될 수 있다. 반대로, 규제가 엄격해 가상자산의 이자 지급이 제한되면 암호화폐 플랫폼의 고객 유치 능력이 제약되어 암호화폐 시장 성장 둔화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감독 당국의 감독 강화, 유동성 규제, 예치금 흐름 모니터링 강화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으며,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도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규모 예금 이동은 은행 간 시장 금리나 단기 유동성 수요를 변화시켜 단기금리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정치적 고려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기간 동안 암호화폐 자금을 환영하며 암호자산의 채택을 장려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행정부 차원에서 입법 추진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다만, 상원 내에서 공화당 내 의견 차이와 표 확보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음 일정과 관전 포인트
백악관 주최 회의 결과는 상원 은행위원회의 재개 일정과 표결 전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관건은 회의에서 은행과 암호화폐 업계 간의 기술적·정책적 쟁점을 얼마나 세부적으로 조정해 의회가 수용 가능한 타협안을 도출하느냐다. 특히 이자 지급의 허용 범위, 규제 감독 주체, 소비자 보호 및 금융안정 장치의 설계가 최종 법안의 수용성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산업 이해관계의 충돌을 넘어 금융체계의 구조 변화를 예고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향후 법안의 구체적 조문과 의회 심의 과정, 규제 당국의 해석이 나오는 대로 업계의 자금 흐름과 금융시장 반응을 통해 실질적 영향이 드러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