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와이오밍주) 발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제롬 파월이 23일(현지 시각) 개막하는 연례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가늠할 ‘결정적 힌트’를 제시할지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미·중 무역 갈등과 정치적 압력 속에서 양적·질적 지표 간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임기 만료(2026년 5월)를 앞두고 잭슨홀에서 사실상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총괄 메시지’가 될 전망이다.
투자자와 백악관의 기대는 엇갈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를 1% 수준으로 전격 인하해야 한다”는 압박을 공개적으로 거듭하는 반면, 시장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25bp ‘한 차례’ 인하 가능성에 점차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를 상회하는 데다, 트럼프발(發) 관세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장(長)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
정책 결정의 핵심 변수는 노동시장과 물가다. 지난달 실업률은 여전히 3%대 중반에 머물렀지만, 두 명의 연준 이사(가버너)가 “헤드라인 고용지표보다 경고음이 더 크다”며 지난 회의에서 이미 ‘선제적 완화’를 주문하며 소수 의견을 냈다. 반면 4.25~4.50% 범위의 현행 정책금리가 물가안정에 유효하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인플레이션 통제력은 연준의 핵심 자산이다.” — 제프리 슈미드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CNBC 인터뷰, 21일 밤 녹화)
슈미드 총재는 “물가가 목표를 웃도는 상태에서 섣부른 인하는 소비심리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올해 FOMC 표결에서 매번 동결에 표를 던졌다.
• ‘중도 해법’ 가능성
시장 참여자들은 파월 의장이 ‘보험성’ 9월 한 차례 인하를 시사하면서도, 추가 완화에는 신중한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는 고용 둔화를 선제 차단하되, 관세발 물가압력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일부 투자자에게 이는 불충분할 수 있다.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노동시장이 붕괴 수준은 아니며, 현재 정책금리가 제약적(restrictive)이라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둔화+물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과도한 인하는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용어 설명 —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혹은 정체)와 높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책 대응이 특히 어렵다. 또 ‘Fed 반응함수(reaction function)’는 경제지표 변화에 대한 연준의 금리조정 행동 패턴을 가리키는 경제학 용어다.
백악관·연준 갈등, 중앙은행 독립성 시험대
파월 의장은 단순한 통화정책 결정자 그 이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례 없는 공개 비판 속에서, 연준 수장으로서 독립성을 지켜내야 한다는 과제를 동시에 짊어졌다. 트럼프는 파월에게 “사임하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연준 건물 개보수 예산 초과를 이유로 ‘해임 사유’를 검토하라는 참모진 의견까지 흘러나왔다.
최근에는 리사 쿡 연준 이사에게도 사퇴 압력이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미시간·조지아주 부동산 두 곳에서 ‘복수의 주거용 모기지’를 이용했다며 “금융 윤리 위반”을 주장했다. 쿡 이사는 “정치적 괴롭힘(bullying)에 굴하지 않겠다”고 반박하고 있다.
“의장과 지역 연은 총재들이 흔들림 없이 자신들의 전문적 판단을 고수하고 있다.” — 윌리엄 잉글리시 전 연준 통화정책국장·예일대 경영대 교수
잉글리시는 “의회가 설계한 연준 독립성은 의회·사법부가 규칙을 바꾸지 않는 한 유효하다”고 했다. 다만, 현직 이사들의 조기 사퇴가 현실화되면 백악관이 새 인사를 통해 ‘통화정책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도 있다.
전 뉴욕 연은 전략가 크리슈나 구하(에버코어 ISI 부회장)는 보고서에서 “‘트럼프화(化)’가 연준 반응함수를 완화적 방향으로 급격히 비틀 위험”을 경고했다. 그는 2026년 대규모 이사진 교체 시점이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올 초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빈자리에 스티븐 미런(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지명했다. 추가 사퇴·교체가 이어질 경우, 12개 지역 연은행 총재 선임에도 워싱턴의 입김이 한층 세질 가능성이 크다.
새 통화정책 ‘운영 프레임워크’ 윤곽도 공개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또 하나 주목받는 대목은 연준의 차세대 정책 운영체계다. 5년 전 같은 무대에서 발표한 ‘점도표·평균물가목표제 결합’ 모델이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만큼, 파월 의장은 보다 단순화된 ‘스트림라인 버전’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는 이 프레임워크가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여 불필요한 변동성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물가가 높은 구간에서 금리를 내린다면, “연준의 인플레 억제 신뢰도 자체가 균열될 위험이 있다”(슈미드 총재)는 반론도 만만찮다.
• 향후 일정 및 시나리오
9월 FOMC(17~18일)가 임박하면서, 잭슨홀 발언은 시장 정서를 결정짓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연준은 10월 공개 예정인 베이지북(지역 경제동향 보고서)을 통해 물가·임금 피드백을 면밀히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고용이 추가 둔화하면 12월에도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고 보지만, 소비자물가가 3% 중반 이상으로 고착화하면 “연준이 매(통화긴축)에 가까운 절충안”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결국, 파월 의장은 두 극단(성장 둔화·인플레 가속) 사이 줄타기를 이어가야 한다. ‘정치적 독립성’과 ‘경제 안정’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23일 연설에서 첫 단초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