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과 조율…트럼프 대통령, 연준 본부 전격 방문

(워싱턴)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 없는 본부 방문을 수용하기 위해 백악관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5년 7월 24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연준 대변인은 “연준은 백악관 측 방문 요청을 원활히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대통령이 중앙은행 본부를 찾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며, 이번 방문은 전날 늦게야 백악관 일정표를 통해 공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제롬 파월 의장을 향해 기준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해 왔으며, 심지어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파월 의장을 두고 “멍청이(numbskull)”라고 비난한 바 있다.


연준 통화정책 회의 임박

트럼프 대통령의 방문은 연준 19명의 통화정책위원(FOMC)이 7월 30~31일 이틀간 회의를 열기 불과 엿새 전에 이뤄진다. 시장은 현재 연준 기준금리(4.25%~4.50%)가 지난해 12월 이후 유지되고 있어 동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방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회의 전 금리 인하 압박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는다. 다만 연준의 법적 독립성이 훼손될 경우,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핵심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에피스틴 파일 논란과 건물 개보수 공방

이번 방문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제프리 에피스틴 관련 문건 공개 거부로 불거진 정치적 위기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에피스틴은 2019년 사망했다.

최근 백악관은 연준이 워싱턴 D.C.에 위치한 두 동(1930년대 건축)의 전면 개보수(리노베이션)부실 관리했다며 대대적 공세를 벌이고 있다. 러셀 보트 예산국장은 사업비 초과분을 “$7억 달러 이상”이라고 주장했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연준의 “비통화정책 부문 전반에 대한 광범위한 감사”를 요구했다.

연준은 홈페이지와 의회 서한을 통해 유독 물질 제거, 자재·노동 비용 급등 등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비용이 뛰었다고 해명했다.


연준 적자 구조와 ‘운영손실’ 용어 설명*

연준이 최근 종합 순손실(comprehensive net loss)을 기록하는 이유는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고금리 정책과 밀접하다. 은행들이 연준에 초과지준을 맡기면 지급하는 ‘지급준비금 이자’(IORB)가 급증하면서 2023년 1,146억 달러, 2024년 775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

※ 운영손실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일 때 통화량 조절 비용 증가로 발생하는 일시적 적자를 의미한다. 과거 저금리·저물가 국면에서는 이를 통해 오히려 막대한 흑자를 조성, 재무부에 이익을 환수해 왔다.


방문 일정·시장 반응

제임스 블레어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25일 오후 4시(EDT)에 연준 본부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미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 팀 스콧 의원도 동행할 예정이다. 다만 파월 의장과 면담이 성사될지는 미정이다.

시장 반응은 대체로 차분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감소가 확인되며 소폭 상승했으나, 뉴욕증시는 상승세를 유지했다.


정치적 독립성 논란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에 대한 공개적 비난과 ‘해임 시사’는 과거에도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 독립성은 세계 금융안정의 근간”이라며, 정치 개입이 심화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릴 가능성을 경고한다.

마이크 라운즈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파월 의장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이 연준 시설 투자 내역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으나, 통화정책 결정엔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시각·향후 전망

취재진 분석에 따르면, 이번 방문은 선거를 앞둔 정치적 메시지와 함께 금리 인하 압박 카드를 재차 꺼내든 행보로 해석된다. 연준은 물가상승률 둔화 조짐이 뚜렷해질 때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정치 리스크가 커질수록 ‘비전통적 압력’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기준금리가 장기간 고점에 머물면 연준 손실도 확대돼 향후 재무부 송금이 지연되는 구조적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향후 적정 기준금리 범위와 중앙은행 재무구조의 지속가능성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방문은 정치·경제·제도 리스크가 복잡하게 얽힌 사안임을 방증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연준 독립성 유지 여부FOMC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