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부(富)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자산조사기관 뉴 월드 웰스(New World Wealth)와 글로벌 이주·투자 컨설팅사 헨리 & 파트너스(Henley & Partners)가 공동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0년 사이에 고액 자산가(자산 100만 달러 이상 — 일명 ‘밀리어네어’*) 수가 가장 빠르게 증가한 20개 도시가 새롭게 부(富)의 축으로 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9월 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백만장자 증가율’이라는 비교적 직관적인 지표를 통해 도시별 부 창출 속도를 측정했다. 특히 중국 선전(Shenzhen)은 142%라는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며 단연 1위를 차지했고, 미국 도시 8곳이 톱20에 포함되며 여전히 미국의 부 창출 역량이 건재함을 입증했다.
※ 용어 설명
• 밀리어네어(Millionaire): 순자산이 100만 달러(약 13억 원) 이상인 개인을 의미한다. 현금·주식·채권·부동산 등 유동 및 비유동 자산을 모두 합산하되, 주요 거주용 부동산 가치는 제외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 헨리 & 파트너스: 글로벌 국적·거주권 취득 자문사로, 세계 고액 자산가들의 이주 트렌드를 추적·분석한다.
“어디에서 부가 탄생하는지를 읽는 것은 투자 기회뿐 아니라, 향후 주거·생활비 부담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 보고서 요약본 중
보고서는 도시별 ‘밀리어네어’와 ‘빌리어네어(자산 10억 달러 이상)’ 보유 현황을 동시에 집계했다. 중국의 선전·항저우·광저우·상하이·베이징은 IT·제조·바이오테크 등 다변화된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고도 성장을 달성했고, 중동의 두바이·아부다비·리야드 역시 에너지 전환 정책과 금융 허브화 전략에 힘입어 빠르게 부를 끌어모았다.
미국은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125%)을 필두로,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112%)·마이애미(94%),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98%), 워싱턴 D.C.(92%), 그리고 텍사스 3대 도시인 오스틴(90%)·댈러스(85%)·휴스턴(75%)이 리스트에 올랐다. 특히 텍사스는 주 정부 차원의 친(親)기업 정책과 낮은 세율, 견조한 인구 유입을 무기로 ‘차세대 테크 허브’로 도약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시별 상세 통계 및 사진
1) 선전, 중국
• 백만장자 증가율: 142%
• 백만장자 수: 5만 800명
• 억만장자 수: 22명
2) 스코츠데일, 애리조나(미국)
• 증가율: 125%
• 백만장자: 1만 4 800명
• 억만장자: 5명
3) 벵갈루루, 인도
• 증가율: 120%
• 백만장자: 1만 3 600명
• 억만장자: 8명
4) 웨스트팜비치, 플로리다(미국)
• 증가율: 112%
• 백만장자: 1만 1 500명
• 억만장자: 10명
5) 항저우, 중국
• 증가율: 108%
• 백만장자: 3만 2 200명
• 억만장자: 12명
6)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 증가율: 102%
• 백만장자: 8만 1 200명
• 억만장자: 20명
7)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 미국
• 증가율: 98%
• 백만장자: 34만 2 400명
• 억만장자: 82명
8) 마이애미, 미국
• 증가율: 94%
• 백만장자: 3만 8 800명
• 억만장자: 17명
9) 워싱턴 D.C., 미국
• 증가율: 92%
• 백만장자: 2만 8 900명
• 억만장자: 12명
10) 오스틴, 텍사스(미국)
• 증가율: 90%
• 백만장자: 3만 2 000명
• 억만장자: 10명
11) 광저우, 중국
• 증가율: 88%
• 백만장자: 2만 4 300명
• 억만장자: 9명
12) 댈러스, 미국
• 증가율: 85%
• 백만장자: 7만 2 400명
• 억만장자: 16명
13) 바르샤바, 폴란드
• 증가율: 83%
• 백만장자: 1만 2 800명
• 억만장자: 4명
14) 델리, 인도
• 증가율: 82%
• 백만장자: 3만 1 200명
• 억만장자: 16명
15) 아부다비, 아랍에미리트
• 증가율: 80%
• 백만장자: 1만 7 800명
• 억만장자: 8명
16) 휴스턴, 미국
• 증가율: 75%
• 백만장자: 8만 1 800명
• 억만장자: 16명
17) 베이징, 중국
• 증가율: 72%
• 백만장자: 11만 4 300명
• 억만장자: 38명
18) 뭄바이, 인도
• 증가율: 69%
• 백만장자: 5만 1 200명
• 억만장자: 25명
19) 상하이, 중국
• 증가율: 67%
• 백만장자: 11만 500명
• 억만장자: 35명
20) 리야드, 사우디아라비아
• 증가율: 65%
• 백만장자: 2만 명
• 억만장자: 11명
전문가 시각 — 자본 흐름 분석가들은 IT·AI·클린테크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집중된 도시일수록 고액 자산가 유입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한다. 특히 텍사스·플로리다처럼 주(州) 차원의 세제 혜택과 이주 친화적 규제가 결합될 경우 ‘세컨드 실리콘밸리’로 불리며 스타트업과 투자자, 고연봉 인재들이 한데 모이는 선순환이 가속화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인도·폴란드·사우디아라비아 등 신흥국 도시가 다수 포함된 점도 주목된다. 이는 디지털 전환·인구 증가·제조업 리쇼어링(자국 회귀) 같은 구조적 변화가 ‘신흥 중산층’의 소비·투자 여력을 끌어올리며 자산 증식 사다리를 강화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뉴 월드 웰스는 “향후 10년 역시 세금·이민·규제 경쟁이 도시 간 ‘부의 쏠림’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산가 이주 트렌드를 선제적으로 파악하면 투자 포트폴리오 다각화뿐 아니라 주거·은퇴 계획 수립에도 전략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