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광업체 배릭골드(Barrick Mining)가 캐나다 온타리오주 마라톤 지역에 위치한 헴로(Hemlo) 금광을 미국계 투자사 캐르체티 캐피털(Carcetti Capital)에 최대 10억9,000만 달러(약 1조4,500억 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환율 1달러=1,330원 가정 이번 거래는 배릭골드가 추진해 온 포트폴리오 간소화 전략의 일환으로, 40년 가까이 이어 온 캐나다 현지 금광 운영을 사실상 마무리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이목을 끈다.
2025년 9월 11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배릭골드는 헴로 금광 매각 대금으로 즉시 현금 8억7,500만 달러와 캐르체티 지분 5,000만 달러어치를 받게 된다. 거래가 완료되면 캐르체티는 ‘헴로 마이닝(Hemlo Mining Corp)’으로 사명을 변경할 예정이어서, 해당 금광의 브랜드·지역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추가적으로 배릭골드는 2027년부터 5년간 헴로 금광의 생산량·금 가격에 연동해 최대 1억6,500만 달러의 성과급(Contingent Payment)을 받을 수 있다.
배릭 측은 “금·구리 탐사 및 개발 기회를 캐나다 내에서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며, 이번 매각은 자본 배분 효율성과 핵심 광산 개발 역량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헴로 금광은 어떤 곳인가
1985년 상업 생산을 시작한 헴로는 배릭골드가 ‘가장 오래 보유한 캐나다 자산’으로 꼽혔다. 그러나 광석 등급 하락과 운영 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최근 몇 년간 회사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수익 기여도가 감소했다. 반면 금 가격은 2024~2025년 평균 온스당 1,900~2,000달러 수준으로 고공행진 중이어서, 고도화·재투자가 가능한 신규 운영 주체를 찾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캐르체티 캐피털의 전략적 의도
사모펀드 성격의 캐르체티는 최근 북미 광업 자산에 대한 공격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거버넌스 개선·설비 현대화·친환경 채굴 방식 도입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다. 업계에서는 “캐르체티가 헴로 마이닝이라는 새 법인을 통해 노후 설비를 대체하고, 광산 수명을 연장하는 추가 자본 투입을 빠르게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적 시각: 캐나다 광업 생태계와 배릭의 셈법
배릭골드의 캐나다 ‘철수’는 상징적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글로벌 자본 재배치 전략으로 해석된다. 배릭은 이미 네바다 골드, 파푸아뉴기니 포르피리 구리·금 프로젝트 등 저비용·대규모 자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노후화된 헴로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는 편이 자본수익률(ROIC) 관점에서 합리적이다. 또한 금 가격 고점(온스당 2,000달러 내외)에서의 현금화는 위험 대비 수익(Sharpe Ratio)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의사결정으로 읽힌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2030년까지 ‘비전 2030 핵심광물 전략’을 통해 금·구리·니켈·희토류 등 핵심 자원의 자국 내 채굴·정련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배릭의 헴로 매각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캐나다 광업 투자 전망이 밝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전문가 견해
토론토 소재 자산운용사 노스채널 캐피털의 애널리스트 리사 장은 “배릭은 고비용 자산을 처분해 대차대조표를 정리했고, 캐르체티는 저평가된 전통 금광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친화적 모델로 전환해 기업 가치 리레이팅을 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금 가격과 생산량이 높은 구간을 유지한다면, 배릭이 받게 될 성과급 1억6,500만 달러도 충분히 현실적인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거래가 캐나다 광업계에 M&A 모멘텀을 촉발할지 주목하고 있다. 금·은뿐 아니라 구리·니켈 등 에너지 전환 핵심 금속 가격이 강세를 띠고 있어, 대형 투자사들의 광산 자산 ‘사냥’ 트렌드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