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리아—국영 상업은행 방코 두 브라질(Banco do Brasil)이 글로벌 규제 환경 속에서 제기되는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를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입장은 외신의 질의에 대한 공식 서면 답변 형식으로 나왔다.
2025년 8월 19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방코 두 브라질은 브라질 대법관을 겨냥한 미국의 ‘마그니츠키법(Magnitsky Act)’ 적용 여부를 둘러싼 국내 논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자사의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재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그니츠키법은 무엇인가?
마그니츠키법은 2012년 미국 의회가 제정한 글로벌 인권 제재 법률로, 인권 침해 또는 부패 행위에 연루된 외국 개인‧기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법의 이름은 러시아 세르게이 마그니츠키 세무사의 사망 사건에서 유래했다. 미국 재무부의 제재 대상에 오르면, 해당 인물과 직접 거래하는 금융기관까지 2차 제재(Secondary Sanctions)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전 세계 금융사들이 고위험 거래 차단에 나서는 배경이 된다.
“은행은 브라질 법, 우리가 진출해 있는 20개국 이상의 현지 규정, 그리고 국제 금융 시스템을 관통하는 최고 수준의 기준을 모두 준수하고 있다.” — 방코 두 브라질 공식 성명
이번 사태의 단초는 2025년 7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알렉산드리 드 모라이스(Alexandre de Moraes) 브라질 연방대법원(Supreme Federal Court) 대법관을 제재 명단에 올리면서 촉발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라이스 대법관이 “자의적 구금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모라이스 대법관은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Jair Bolsonaro) 전 브라질 대통령의 2022년 대선 패배 후 쿠데타 모의 혐의 사건을 관할한다.
한편, 플라비우 디누(Flavio Dino) 대법관은 8월 18일 별도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브라질의 주권적 승인 없이 외국의 사법‧입법‧행정 명령이 국내에서 자동으로 집행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의견은 사실상 모라이스 대법관 제재의 국내 집행 가능성을 차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판결 이후 브라질 은행권은 ‘미국 제재 위반 위험’과 ‘브라질 사법부 명령 불이행’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특히 글로벌 결제망 달러 의존도가 큰 브라질 금융사는 미국 측 2차 제재를 우려해 자산 동결 범위를 과도하게 확대해 온 관행이 있다.
증시 충격
논란은 즉각 브라질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다. 8월 19일 정오 기준, 방코 두 브라질 주가는 4% 하락하며 낙폭이 가장 컸다. 이어 사적 상업 은행인 브라데스코(Bradesco), 이타우(Itau), 산탄데르 브라질(Santander Brasil), BTG 파쿠아투얼(BTG Pactual)도 모두 3% 넘게 빠졌다.
방코 두 브라질은 “해외 20여 개국 네트워크와 국제 결제망을 통해 각국 규제의 상충 문제를 전문 법률 자문과 협력해 해결하고 있다”며 “거버넌스, 청렴성, 금융 보안 측면에서 최고 기준에 부합하도록 지속적으로 프로세스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 시각※편집자 주: 추가 견해
브라질은 달러 결제 의존도가 약 96%에 달해, 사실상 미국 금융규제의 ‘암묵적 역외효력’(extraterritorial reach)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로컬 법원이 외국 제재 효력을 부인하더라도, 글로벌 프라이머리 딜러나 미국 은행이 개입하는 모든 거래에서 달러 이동이 멈출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브라질 은행권은 앞으로도 ‘법적 충돌 위험(Legal Conflict Risk)’ 관리에 상당한 비용을 투입할 전망이다.
또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브라질 간 외교 긴장을 자극하는 추가 제재가 현실화될 경우 정치리스크 프리미엄이 브라질 국채와 실물 투자 비용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브라질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제공하는 컴플라이언스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세부적일지 주목된다. 둘째, 방코 두 브라질을 비롯한 국영 금융사가 미국 달러 결제선을 다변화해 위안화·유로화 결제 비중을 늘릴지 여부가 새로운 전술로 부상할 수 있다. 셋째, 보우소나루 관련 재판 절차가 본격화되면 모라이스 대법관과 브라질 사법부에 대한 국제적 시선이 다시 집중될 것이다.
결국 이번 사안은 “단일 사건이 아닌 글로벌 규제 충돌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브라질뿐 아니라 신흥국 금융사의 거버넌스 모델, 리스크 헤징 전략, 그리고 비용 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