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드릴 인더스트리스(Anduril Industries)가 미국 방위산업에서 30여 년간 지속돼 온 고체 로켓 모터(Solid Rocket Motor·SRM) 공급 양강 체제를 깨고 세 번째 대규모 공급사로 공식 진입했다.
2025년 8월 5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앤드릴은 이번 진입으로 미사일 생산 과정에서 가장 큰 병목 현상으로 지적돼 온 SRM 부족 문제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미국 내에서 L3해리스 테크놀로지스와 노스럽 그러먼 두 곳만이 SRM을 대량 생산해 왔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지역 갈등 등 지정학적 긴장 고조가 전 세계 탄약 수요 급증을 불러왔다. 각국 군은 재고를 보충하고 비축량을 확대하는 동시에, 미래 분쟁에 대비해 장거리·고정밀 유도무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시시피주 매캐니에 들어선 ‘풀레이트’ 생산 라인
앤드릴은 미시시피주 매캐니(McHenry)에 총 7,500만 달러(약 1,015억 원)를 투입한 고체 로켓 모터 전용 공장을 가동 중이라고 밝혔다. 2024년 초 40명이던 인력이 현재 100명 이상으로 늘었으며, 2026년 말까지 연 6,000기의 전술용 모터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앤드릴 측은
“로켓 추진제 혼합·주입·양생 전 공정을 자동화·디지털화한 설비를 도입해, 수십 년간 정체돼 있던 모터 제조 기술에 획기적 변화를 꾀했다”
고 설명했다.
‘블레이드 없는 고속 믹서’와 알루미늄-리튬 연료 조합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블레이드(날개) 없이 소용돌이만으로 추진제를 혼합하는 고속 믹서와, 알루미늄-리튬 합금 연료 도입이다. 회사는 “해당 조합이 탄도 효율을 높여 미사일 사거리를 최대 40%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SRM은 고체 연료를 이용해 순간적으로 고출력을 낼 수 있어, 전술 지대공·지대지 미사일에서 극초음속 무기까지 광범위하게 쓰인다. 하지만 연료 배합 비율과 양생 조건이 까다로워, 품질 보증·안전성 확보가 산업 진입의 ‘높은 문턱’으로 꼽혀 왔다.
美 육군 차세대 4.75인치 모터 개발 사업 수주
앤드릴은 자율 드론·AI 기반 통합 국방 시스템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으나, 올해 미 육군의 장거리 정밀포병(LRPF)용 4.75인치 SRM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며 추진체 분야로도 입지를 확장했다.
또한 2025년 6월 시리즈 F 투자에서 25억 달러를 추가 조달해 기업 가치를 305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대규모 자금이 확보되면서, 고체 추진체 사업 확대와 해외 고객 대응 여력이 충분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 분석 및 용어 설명
고체 로켓 모터(SRM)는 산화제와 연료가 단단한 고체 상태로 혼합돼 있어, 공기 공급 장치 없이 점화만으로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액체 로켓 엔진보다 구조가 단순하고 보관·취급·발사 준비 시간이 짧아 ‘즉응형 무기’로 분류된다. 다만, 한번 점화하면 정지·추력이 조절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현재 미국은 우크라이나 지원 물자와 인도-태평양 억제 전략 수행을 위해 미사일 생산량 증대를 시급 과제로 삼고 있다. SRM 공급 병목은 지상발사·해상발사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앤드릴의 시장 진입이 “국방부 전체 조달 일정에 긍정적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동화 중심 설비로 초기 불량률이 높아질 위험과, 알루미늄-리튬 연료의 장기 저장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앤드릴은 “700기 이상 발사 시험을 통해 신뢰성을 입증했다”고 밝힌 상태다.
향후 전망
방산 업계에서는 “미국 내 SRM 공급사가 세 곳으로 늘어난 것은 가격 경쟁·기술 혁신을 동시에 촉진해, 방위 산업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DHA(Defense Health Agency)를 비롯한 연방기관들은 빠르면 내년부터 앤드릴 제품을 미사일 통합 시험에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스타트업 → 대규모 방산 공급망 진입’이라는 사례가 현실화되면서 민간 혁신 기술의 국방 분야 전이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방산 중소·벤처 기업에도 적잖은 시사점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