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반커(万科, China Vanke)가 채권자 투표 결과에 따라 단기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지, 아니면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전환될지 갈림길에 섰다. 반커는 한 온쇼어(onshore) 채권의 상환에 대한 예정된 유예기간 연장안을 채권자들이 승인함으로써 월요일(현지시각) 단기간 디폴트는 가까스로 피했다는 회사 공시를 냈다. 그러나 동시에 채권자들은 원금 상환 유예(1년 연기) 제안은 거부해 추가 불확실성은 남겼다.
2025년 12월 22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반커가 제시한 20억 위안(약 2,840만 달러×10 → 실제 환산: 20억 위안 = 약 2억8천4백만 달러로 기재된 원문 수치)1 규모 채권 상환 연장 관련 안건에서 채권자들은 유예기간을 ‘5거래일’에서 ’30거래일’로 연장하는 안에는 찬성했으나, 원금 상환을 1년 연기하는 안에는 반대했다. 이로써 반커는 일시적으로 채무불이행을 피했으나, 장기적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세 경위
문제가 된 채권은 원래 12월 15일 만기였으며, 반커는 이전에도 상환 연기를 제안했으나 채권자들이 이를 거부한 바 있다. 반커의 공시에 따르면 이번 표결에서 유예기간을 30거래일로 연장하는 안건이 90.7%의 찬성을 얻어 통과했으나, 원금 상환을 1년 미루는 달콤한(이자를 만기 유예기간 내에 지급해주는) 제안은 78.3%의 반대로 부결됐다.
영향 및 향후 일정
유예기간 연장이 통과됨에 따라 반커는 이제 1월 27일(거래일 기준 종료 시점)까지 채권자들과 협상해 상환 연장 조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시간을 확보했다. 만약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해당 채권은 디폴트로 공식 전환되며, 이는 반커가 보유한 모든 부채에 대한 구조조정(재조정)을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 반커는 또한 12월 28일 만기인 37억 위안 규모의 온쇼어 노트에 대해 원금·이자 상환을 1년 연기하고, 유예기간을 30거래일로 연장하는 안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 중이며, 해당 투표는 월요일에 시작해 목요일 07:00 GMT에 마감될 예정이다.
시장 반응
상장주식의 움직임은 엇갈렸다. 선전(Shenzhen) 상장 주식은 월요일 장에서 0.6% 상승 마감했으나, 홍콩 상장 주식은 장중 상승분을 반납하며 1.9% 하락했다. 온쇼어(위안화) 채권 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다. 투자자와 시장의 관심은 반커의 협상 성사 여부와 그에 따른 신용 상태 변화에 쏠려 있다.
전문가 견해
“반커는 유예기간 연장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원래의 5일 유예는 협상에 충분하지 않다“
— 잭슨 찬(Jackson Chan), FSMOne 홍콩 글로벌 채권 선임매니저
잭슨 찬은 시간이 확보되면 반커가 온쇼어 채권에 대해 연기 합의를 도출해 디폴트로의 전환을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유예 승인 자체는 시장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는 반커의 다른 위안화 채권들이 따라갈 수 있는 전형(템플릿)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 스티븐 렁(Steven Leung), UOB Kay Hian 이사
그러나 렁 이사는 채권자들이 제안을 거부할 경우 반커가 채무 ‘삭감(haircut)’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시행해야 할 수 있으며, 이는 반커가 채무 규모를 줄이고 상환 부담을 완화하는 점에서는 ‘실질적으로 더 이상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맥락과 섹터 영향
중국 부동산 섹터는 2021년 에버그란데(Evergrande)의 유동성 위기 이후 계속된 부채 위기와 신뢰 붕괴로 큰 충격을 받았다. 에버그란데 사태 이후 대다수 건설사와 개발업체들이 채권 상환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시장을 흔들었다. 반커는 상대적으로 1선(Top-tier) 도시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어, 해당 지역의 주택 구매 심리와 주택가격 안정에 민감하게 작용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반커 사태가 1선 도시의 주택시장 신뢰에 악영향을 미치면 가격 안정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동산 부문은 과거 중국 GDP의 약 25%를 차지했던 만큼, 대형 개발사의 신용 충격은 광범위한 경제적 파급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용어 설명
본 기사에서 다수 등장하는 금융·채권 관련 용어에 대해 일반 독자를 위해 간단히 정리한다. 온쇼어(onshore) 채권은 중국 국내 시장(주로 위안화 표시)에서 발행·거래되는 채권을 의미한다. 유예기간(grace period)은 만기 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지급 지연을 허용하는 일정 기간으로, 이 기간 내에 상환하거나 채권자와 재협상하면 공식적인 디폴트로 전환되지 않는다. 구조조정(restructuring)은 채무의 만기 연장, 이자율 변경, 원금 삭감 등 채무 조건을 변경하는 과정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채권자 동의를 필요로 한다. 국제 신용평가사가 부여하는 “C” 등급은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하며, 해당 등급 하향 이후에도 상환이 지연되면 “restricted default(제한적 디폴트)”로 추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신용평가와 규정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주 반커의 신용등급을 두 단계 낮춰 “C”로 조정했다. 피치는 반커가 유예기간 이후에도 채무를 갚지 못하면 등급을 다시 내려 “restricted default” 상태로 표기하겠다고 명시했다. 이는 공식적 디폴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시장 충격을 확대시킬 수 있는 신호다.
정책적·제도적 고려
반커는 올해 지분을 보유한 국영주주인 선전지하철(Shenzhen Metro)로부터 수십억 위안 규모의 대출 지원을 받은 바 있어 단기간 자금 조달의 완충 장치가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채권 연장을 요청하는 것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정부와 규제당국의 개입 여부, 혹은 추가적인 국유기관의 지원 가능성은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정책 당국은 대형 개발사의 충격이 금융·거시경제로 전이되는 것을 우려해 제한적 지원 혹은 점진적 리스크 경감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가능한 시나리오와 경제적 파급
시장에서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채권자들과의 재협상으로 추가 연장·이자 지급 합의가 이뤄져 반커가 디폴트를 피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단기적 신용 스프레드 상승은 발생하겠지만, 광범위한 시스템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둘째, 일부 채권자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가 유예와 부분적 구조조정(이자만 지급하거나 원금 일부 삭감 등)이 합의되는 시나리오다. 이는 반커의 부채 규모를 줄여 중기적 재무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으나 채권자 손실이 발생한다. 셋째, 합의 실패로 공식 디폴트에 진입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반커의 온쇼어·오프쇼어 채권 전반에 걸친 연쇄 재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신용경색이 심화되며 부동산 신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
결론
이번 표결은 반커의 향후 운영과 중국 부동산 시장의 추가 충격 가능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유예기간 연장(30거래일) 통과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을 완화했으나, 원금 상환 유예안 거부는 근본적 해결책 부재를 드러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음 표결 결과와 1월 27일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후속 협상 내용을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속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신용평가 추가 하향과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따른 채권 손실 가능성을 경고한다.
1 원문에서는 20억 위안(약 2억8,400만 달러)으로 표기됨. 기사 내 환율 표시는 원문 참고: $1 = 7.0408 중국 위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