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소송 고비 넘긴 구글, 크롬 브라우저에 ‘제미니’ AI 통합

구글(Alphabet Inc.)이 미국에서 데스크톱용 크롬(Chrome) 브라우저에 ‘제미니(Gemini)’ 인공지능(AI) 모델을 2025년 9월 19일(현지시간 기준)부터 단계적으로 탑재한다고 밝혔다. 이는 불과 수 주 전, 미 연방판사가 구글에 대해 강제적인 사업 분할 명령을 내리지 않기로 한 반독점 판결 이후 나오는 첫 ‘공격적 제품 강화 조치’로 풀이된다.

2025년 9월 18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맥(Mac)·윈도우 데스크톱 사용자가 운영체제 언어를 영어로 설정할 경우, 추가 확장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제미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측은 공식 블로그에서 “미국 사용자를 시작으로 글로벌 확대를 준비 중”이라며 배포 범위 확대 로드맵을 공개했다.

이번 배포 일정은 ▲미국 데스크톱 환경(9월 19일) ▲구글 워크스페이스(몇 주 내) ▲iOS 크롬 앱(곧 적용) ▲미국 내 안드로이드·iOS 모바일 브라우저(추가 배포) 순으로 예정돼 있다. 구글은 아울러 캘린더·유튜브·맵스 등 자체 생태계 서비스와 제미니의 심화 연동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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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독점 재판 배경
9월 초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아밋 메타(Amit Mehta) 판사는 구글이 크롬 브라우저 및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유지하도록 허용한 반면, 경쟁사와의 데이터 공유 확대와 일부 배타적 계약 금지를 명령했다. 이 판결은 ‘빅테크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드문 승리 사례로 평가된다.

법원 결정으로 구글은 애플(Apple) 등 파트너사에 검색 엔진 기본 탑재 대가로 지급해 온 ‘트래픽 유치 수수료’를 계속 지불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구글 검색 점유율을 유지하는 핵심 전략 가운데 하나다.


• 제미니, 무엇이 다른가?*1
제미니는 멀티모달 AI로 텍스트·이미지·코드 등 다양한 입력을 동시에 이해·처리한다. 구글은 앞으로 ‘에이전틱(agentic) 기능’을 적용해 사용자가 지시한 다단계 업무(예: 여행 일정 짜기, 이메일 초안 작성)를 한 번에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방문 페이지 탐색, 다중 웹사이트 콘텐츠 요약 등 브라우저 전용 기능도 예고했다.

“제미니가 크롬에 내장되면 사용자는 탭을 옮겨 다닐 필요 없이 주소창에서 바로 고급 AI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구글 제품 담당 부사장


• 경쟁 구도
구글의 행보는 AI 브라우저 시장을 노리는 스타트업 및 경쟁사의 공세에 대한 방어책이기도 하다. 예컨대, 신생 기업 퍼플렉시티(Perplexity)는 지난 8월 크롬 인수를 목표로 345억 달러 상당의 인수 제안을 ‘현금 일시불’로 제시한 바 있다. 퍼플렉시티가 자체 개발한 브라우저 ‘코멧(Comet)’은 사용자 대신 특정 작업을 실행하는 에이전틱 워크플로를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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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블룸버그가 8월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애플은 음성비서 ‘시리(Siri)’를 전면 개편하기 위해 구글 측과 제미니 도입 협상을 벌이고 있다. 업계는 양사 협력이 성사되면 음성 인터페이스 경쟁이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 사용자·사업자 영향
미국 기업들은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통해 제미니를 업무용 브라우저에 도입, 문서 자동 작성·회의 요약·코딩 보조 등 생산성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제미니 탑재 크롬은 개인화된 추천·검색 효율성 개선에 의해 사용자 체류 시간광고 수익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프라이버시 문제콘텐츠 저작권 이슈를 향후 과제로 지적한다. 특히 AI가 여러 웹사이트에서 정보를 긁어와 ‘요약본’을 제공할 때, 원 저작자 보상 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용어 풀이
*1 ‘에이전틱(agentic)’ 기능: AI가 사용자의 복합 지시를 이해한 뒤, 여러 단계를 스스로 계획·실행해 결과를 제공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다음 주 뉴욕 출장 항공권 예약 후 일정표 공유’처럼 복합적 요청을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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