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약세와 미·중 긴장 재점화에 뉴욕 증시 동반 하락

S&P 500 지수,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 나스닥 100 지수가 모두 일제히 하락하며 23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는 뚜렷한 약세를 기록했다. 12월물 E-미니 S&P 500 선물은 0.52% 떨어졌고, 12월물 E-미니 나스닥 100 선물은 0.96% 하락했다.

2025년 10월 2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반도체 업종 전반의 급락과 중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특히 텍사스 인스트루먼츠가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4분기 매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반도체 섹터에 투매 압력이 확산됐다.

넷플릭스 역시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예상치를 크게 하회하며 9% 이상 급락, 기술주 전반에 부담을 가중시켰다. 반면,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의 연간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13% 급등했고, 캐피털 원 파이낸셜도 서프라이즈 실적에 힘입어 1% 넘게 상승했다.

주목

S&P 500 차트

미·중 무역 긴장 재점화

장중 약세가 심화된 직접적인 계기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에 대응해 미국 소프트웨어가 포함된 제품의 대중(對中) 수출을 폭넓게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는 로이터통신 보도였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1일까지 합의가 없으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추가 인상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다음 주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동이 예정돼 있어, 향후 협상 결과가 시장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미국 주택금융협회(MBA)가 집계한 10월 17일 기준 주간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0.3% 감소했다. 구매(주택 구매 목적) 지수가 5.2% 급감한 반면, 재융자 지수는 4.0% 증가했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평균은 6.42%에서 6.37%로 5bp 하락했다.

주목

연방정부 셧다운이 4주 차에 돌입하면서 고용 및 물가지표 발표가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9월 소비자물가지수를 이번 주 금요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초기실업수당 청구건수 등 다른 핵심 지표들은 줄줄이 밀리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셧다운이 장기화될 경우 64만 명의 연방 직원이 업무에서 배제돼 실업률이 4.7%까지 오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기업 실적 시즌 관전 포인트

3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85%의 S&P 500 기업이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내고 있다Bloomberg Intelligence 집계. 다만 연간 기준 이익 증가율은 7.2%로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며, 매출 성장률 또한 5.9%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0월 28~29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은 97%로 반영되고 있다.


글로벌 증시·채권·외환 동향

해외 증시도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다. 유로 스톡스 50 지수는 0.84%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07%, 일본 니케이225 지수는 0.02% 각각 하락 마감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4bp 내린 3.949%를 기록했다. 같은 만기 선물가격은 경기 우려 속 쇼트 커버링(공매도 청산 매수)으로 반등했다. 200억 달러 규모 2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응찰률(Bid-to-Cover Ratio) 2.73배를 기록해 최근 10차 평균(2.63배)을 상회, 견조한 수요를 확인했다.

유럽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독일국채 금리는 2.563%로 1.1bp 상승했고, 영국 10년물 길트금리는 4.417%로 6bp 하락, 6개월 반 만에 최저치로 내려갔다. 영국 9월 소비자물가(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로 전망치(4.0%)와 전월치(3.8%)를 모두 밑돌았고, 근원 CPI 역시 3.5%로 둔화됐다.

ECB(유럽중앙은행) 루이스 데 긴도스 부총재는 현 정책금리 수준이 적절하다며 “물가 전망의 하방·상방 위험이 균형적”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은 오는 10월 30일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2% 미만으로 보고 있다.


주요 종목별 등락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XN)는 4분기 매출 전망 중앙값이 45억 달러로 시장 예측치 45억 달러를 하회하며 5% 넘게 급락, 반도체주 약세를 주도했다. 이에 따라 ON 세미컨덕터,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AMD, 마벨 테크놀로지, 인텔 등이 3~5%대 하락했고, 아날로그 디바이스, 램리서치, 마이크론 등도 2% 이상 밀렸다.

비트코인 가격이 2%가량 급락하며 코인베이스, 마라톤 디지털, 라이엇 플랫폼스 등 암호화폐 관련주가 4% 이상 조정받았다.

넷플릭스(NFLX)는 3분기 EPS 5.87달러로 컨센서스(6.94달러)를 크게 밑돌며 10% 이상 급락했다. 반면 에이버리 데니슨은 월마트와 RFID 라벨 공급 계약 체결 및 3분기 호실적 발표로 9% 급등했다. 에너지 섹터에서는 WTI 유가가 2% 넘게 반등하며 할리버튼, 마라톤 페트롤리엄, 옥시덴털 페트롤리엄 등이 2~4%대 상승했다.

이 밖에도 힐튼은 연간 조정 EBITDA 가이던스를 상향하며 3% 올랐고, 아바델 파마슈티컬스는 알케르메스의 21억 달러 인수 소식에 3% 이상 뛰었다.


전문가 시각

시장 전문가들은 경기 둔화 우려무역 분쟁이라는 복합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부각된 만큼, 향후 실적 모멘텀정책 변수에 대한 민감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진단한다. 특히 반도체 업종의 실적 가이던스가 연말 수요 지표의 선행 신호로 해석되는 만큼, 관련 발언과 수출 지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국채 시장에서는 정책 피봇(pivot)에 대한 앞서가는 베팅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 간 괴리를 심화시켜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 변동성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지적된다.


달러-위안 환율

향후 일정 및 체크포인트

이날 장 마감 후 발표될 테슬라·인텔·포드 등 대형 기업 실적과, 24일 예정된 미 노동부의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 지표가 단기 변동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아울러 APEC 정상회의에서 발표될 미·중 정상간 공동 성명 여부가 환율과 상품시장에 미칠 영향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