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가 7월 31일(현지시간) 장 후반 급격히 약세로 돌아서며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S&P 500 지수는 0.37% 밀린 5,554.12pt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74% 떨어진 40,967.45pt로 각각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도 0.55% 내려간 20,484.38pt를 기록했다.
2025년 8월 1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날 지수 선물도 약세를 보였다. 9월물 E-mini S&P 선물은 0.43%, E-mini 나스닥 선물은 0.60% 하락했다. 장 초반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나스닥·S&P)가 무색해진 셈이다.
하락 전환의 직접적 원인은 반도체주와 제약주 매도세였다. 영국계 설계사 ARM 홀딩스(ARM)가 2분기 실적 발표 후 13% 넘는 급락세를 보이며 동종 업종 전반에 매도 압력을 확산시켰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7개 제약사에 약가 인하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형 제약·바이오주도 동반 약세를 연출했다.
장 초반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메타 플랫폼스(META)가 전날 장 마감 뒤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과 공격적인 인공지능(AI)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증시는 상승 탄력을 받았다.
두 기업 모두 자본적지출(capex)을 늘려 향후 AI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 거시지표: 고용 견조·소비 둔화
같은 날 공개된 경제 지표는 강한 노동시장과 완만한 소비·고집적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보여줬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1,000건 증가한 21만8,000건으로 시장 예상치(22만4,000건)보다 적게 늘었다. 반면 6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3% 증가해 예상치(+0.4%)를 밑돌았다.
미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6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8% 올라 예상치(2.7%)를 웃돌았다. 같은 분기 고용비용지수(ECI)도 0.9% 상승해 시장 전망(0.8%)보다 높았다.
무역정책 변수 확대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며 대만·태국·캄보디아와도 유사한 조치가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관세 유예 기간을 90일 연장했다. 시장은 8월 1일로 예고된 광범위한 관세 인상(15~50%) 통보서를 앞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8월 2일 발표될 7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NFP) 예상치는 10만9,000명 증가, 실업률은 4.2%로 0.1%p 상승,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 대비 0.3%·전년 대비 3.8% 증가로 집계됐다.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49.5로 소폭 반등이 전망된다.
연준·금리동향
연방기금선물시장은 9월 FOMC에서 25bp 금리 인하 가능성을 42%로, 10월 회의에서는 36%로 각각 반영했다. 전일 제롬 파월 의장은 관세발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지적하며 “현재의 다소 제약적인 정책 기조가 적절하다”고 밝혀 시장의 완화적 기대를 억누른 바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9월물 10년물 국채선물 가격이 2틱 상승했고, 이에 따라 10년물 금리는 4.365%로 0.6bp 하락했다. 영국 길트 10년물이 3.5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데 따른 동조화 현상, 그리고 월말 듀레이션 조정을 위한 기관 수요가 수익률을 눌렀다. 다만 고용·물가지표의 ‘강세’는 채권 가격 상승 폭을 제한했다.
유럽에서도 독일 10년물 국채금리가 2.695%로 1bp, 영국 10년물 길트금리가 4.567%로 3.5bp 각각 하락했다. 유로존 6월 실업률은 6.2%로 사상 최저치를 유지했으며, 독일 7월 실업자수는 2,000명 증가에 그쳐 예상치(+1만5,000명)를 크게 하회했다. 같은 달 독일 소비자물가지수(CPI, EU 조화 기준)는 전년 대비 1.8% 상승해 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요 개별종목 동향
● 반도체주 – ARM이 2분기 조정 EPS를 0.29~0.37달러로 가이던스 하단을 제시한 탓에 13% 폭락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파운드리(-5%), KLA·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마이크론·텍사스인스트루먼트(-4%대), 마이크로칩·ASML·NXP(-3%대) 등 동종업체가 줄줄이 하락했다.
● 제약·바이오 –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서한으로 BMS(-5%대), 머크(-4%대), 일라이릴리(-3%대), 화이자·암젠·길리어드·버텍스(-2%대) 등 시가총액 상위 제약사가 급락했다.
● 실적 부진주 – 얼라인 테크놀로지(-36%)는 2분기 매출 10억1,000만달러로 예상치(10억6,000만달러)를 밑돌고 3분기 가이던스도 실망을 안겼다. 박스터 인터내셔널(-22%), 인터내셔널 페이퍼(-12%), 퀄컴(-7%), 램리서치(-4%)도 매출·전망 악화로 큰 폭 조정받았다.
● 실적 호전주 – 메타(+11%)는 2분기 매출 475억달러로 예상치(448억달러)를 상회했고, 올해 capex 전망치를 상향했다. eBay(+18%), CH 로빈슨(+18%), 카르바나(+17%), 웨스턴디지털(+10%), 노르웨이지안 크루즈(+9%), 헌팅턴 잉걸스(+7%), 마이크로소프트(+3%) 등이 호실적에 급등했다.
해외 증시 및 원자재
유럽 Stoxx50 지수는 1.36% 하락하며 2주 반 만의 고점을 반납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18% 밀려 1주 최저치, 반면 일본 니케이225는 1.02% 상승 마감했다.
전문가 해설 및 용어 정리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율은 채권 투자자가 기대하는 향후 10년 평균 물가상승률을 의미한다.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의 수익률 차이를 통해 산출하며, 물가 전망·정책 기대를 선행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마그니피센트 세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엔비디아·메타·테슬라 등 시가총액 상위 7대 빅테크를 가리키는 용어다. 이들 기업의 실적·가이던스는 지수 변동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E-mini 선물은 CME에서 거래되는 지수 축소형(미니) 선물계약으로, 레버리지 운용과 헤지 수단으로 폭넓게 활용된다.
종합적으로 볼 때, 실적 시즌 양호한 수익에도 불구하고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반도체·제약에 집중된 실적 쇼크가 투자심리를 급냉시켰다. 8월 1일로 예정된 관세 발표와 7월 고용지표가 향후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