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즈 “AI 음악, 글로벌 음반사에 ‘위험 구간’ 진입 경고”

바클레이즈(Barclays)가 인공지능(AI)으로 생성된 음악의 급속한 확산이 전 세계 음반 산업의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투자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AI가 고도화되면서 음반사들이 새 성장 기회를 잡지 못하면 사용량(스트리밍) 수익 악화와 시장점유율 하락이라는 이중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25년 11월 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는 AI 음악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현 시점을 ‘디스럽션(Disruption)의 분기점’으로 규정하며 “음반사들이 이미 위험 구간(danger zone)에 들어섰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특히 오픈AI(OpenAI)의 음악 생성 툴 공개가 투자심리를 자극해 유니버설뮤직그룹(UMG) 주가가 유로스톡스(Eurostoxx) 지수 상승분(+0.6%)과 달리 2.4% 하락한 사례를 언급했다.

바클레이즈는 당초 2023년 5월 같은 주제의 리서치에서 “AI 노래의 저품질과 인간적 교감의 중요성”을 들어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번 보고서에서는 “① 음질이 비약적으로 향상, ② 음악적 역량이 없던 3억 명 이상의 크리에이터가 진입, ③ 해적행위(불법 복제·스트리밍) 고도화“라는 세 가지 요인이 음반사의 시장점유율을 실질적으로 깎아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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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대 시나리오: EBITDA (영업이익 전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최대 ±15%

바클레이즈는 ‘최악·중립·최선’ 세 가지 가정을 통해 재무 영향을 모델링했다. 최악의 경우 음반사는 사용량 수익의 50%시장점유율 10%를 잃어 UMG는 EBITDA가 13%, 워너뮤직그룹(WMG)은 18% 감소한다는 계산이다. 중립 시나리오에서는 UMG EBITDA –1%, WMG –4%로 피해가 축소되는 반면, 최선 시나리오에서는 AI 콘텐츠 라이선스와 ‘슈퍼팬(Superfan) 상품’ 도입 효과로 두 회사 모두 EBITDA가 17%까지 반등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결과적으로 EBITDA 변동폭은 –15%에서 +15%까지 열려 있다”고 요약했다.

투자은행은

“AI 아티스트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인간 아티스트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

며 변화의 징후로 Blow Records, Enlly Blue, Xania Monet 등을 예시로 제시했다. 이들 가상의 ‘AI 아티스트’는 스포티파이(Spotify)에서 수백만 명의 월간 청취자를 끌어모으고 있어, 인간 음악과 기계 음악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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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국의 JYP엔터테인먼트와 하이브 같은 대형 기획사가 이미 가상 아티스트를 선보이는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트렌드가 빠르게 확산 중이라고 덧붙였다.


■ 해적 행위와 ‘스팸 트랙’…DSP 생태계의 새로운 숙제

바클레이즈는 “스마트 해적행위(smart piracy)”가 가장 시급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음원 서비스 디저(Deezer)는 2023년 9월 하루 신규 업로드 중 28%가 100% AI 생성곡이었으며, 그중 최대 70%가 스트리밍 조작으로 판단됐다고 밝혔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1년 동안 ‘스패미 트랙(spammy tracks)’ 7,500만 곡 이상을 삭제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스트리밍 조작의 비용 대비 기대수익이 여전히 매력적이어서, AI로 더 교묘해진 해적행위가 음반사 점유율을 또 한번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반면 신규 수익원으로는 ① AI 생성 음원의 라이선스 판매, ② ‘슈퍼팬 티어(Superfan Tier)’ 도입을 통한 프리미엄 구독모델 등이 제시됐다. 바클레이즈는 “AI 리믹스·매시업 기능을 결합하면 DSP들이 슈퍼팬 티어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UMG CEO “AI, 아티스트와 팬을 연결할 새로운 창구”

UMG의 루시안 그레인지(Lucian Grainge) 회장은 “AI는 우리 아티스트가 팬과 새로운 방식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돕는 창의적 도구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언급했다. 바클레이즈는 “2026년이 기술 기업, 아티스트, 음반사 간 힘의 균형이 재편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전략은 부정적 결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실행력이 관건”이라고 결론지었다.


■ 용어 풀이와 배경 지식

• DSP(Digital Service Provider): 음악 스트리밍·다운로드를 제공하는 디지털 플랫폼(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을 말한다.
• EBITDA: 영업이익에서 이자·세금·감가상각비를 제외하기 전의 이익으로,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가늠하는 대표적 지표다.
• 슈퍼팬 티어: 충성도 높은 팬을 대상으로 한 고가격·고부가가치 구독 모델로, 독점 콘텐츠·맞춤형 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 AI 생성음악(Generative AI Music): 기계 학습 모델이 멜로디·가사·편곡을 자동으로 생성한 음악을 의미한다.

기자 시각 — AI가 음악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속도는 이미 ‘넥플릭스가 비디오 대여 시장을 장악한 속도’를 상회한다는 분석도 있다. 음반사들은 방어적 대응이 아닌 ‘플랫폼화’를 통해 창작 생태계 주도권을 지켜야 한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K-팝 IP를 기반으로 가상·현실 아티스트 융합 모델을 선도할 수 있어, 동종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