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즈, 2025년 하반기 소비재·경기순환 업종 실적에 관세 역풍 경고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즈(Barclays)가 2025년 하반기(2H25) 기업 실적 전망에 대해 ‘관세로 인한 역풍’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은 연초 이후 업종별 이익 전망 조정(YTD 리비전)을 10년 평균과 비교해 관세 노출 업종의 취약성을 분석했으며, 그 결과 소비재와 경기순환(cyclical) 산업 전반에서 하향 조정이 두드러진다고 밝혔다.

2025년 8월 22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즈의 전략가 베누 크리슈나(Venu Krishna) 팀은 “관세 압력과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충격이 아직 거시지표에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으나, 개별 기업 실적 추정치에는 이미 반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 생태계에 속한 전자·전기장비(Electronics & Electrical Equipment) 업종은 평균 이상으로 실적 전망이 상향됐다. IT 인프라 수요 확대와 AI 칩·서버 투자가 지속되면서 반도체 후방 장비, 전력관리 솔루션 등 영역에서 이익 추정치가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다.

금융(Financials) 업종도 예외적 강세를 보였다. 금융 서비스(Financial Services), 은행(Banks), 자본시장(Capital Markets) 하위 업종 모두 올해 들어 잇단 상향 조정을 기록하며 바클레이즈가 유지해온 ‘Positive’(긍정적) 섹터 뷰를 뒷받침했다.

반면 소비재·경기민감 업종은 뚜렷한 부진을 드러냈다. 헬스케어 내 ‘매니지드 케어(Managed Care)’는 동종 업종인 제약(Pharma) 대비 “예외적으로 가파른 하향 리비전”이 진행 중이며, 가구·가전·스포츠용품을 포함하는 소비재(Consumer Durables), 기초화학(Chemicals), 식품(Food) 업종도 일제히 실적 전망이 악화됐다. 크리슈나 팀은 “해당 업종들은 모두 관세 노출도가 높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 용어 설명
시클리컬(Cyclical):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업종을 통칭한다. 자동차·건설·철강·소매 등이 대표적이다.
리비전(Revision): 증권사·투자은행이 발표하는 ‘이익 추정치’를 상향 또는 하향 조정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미 상무부, 400여 개 철강·알루미늄 관련 품목에 신규 관세 부과

실제 관세 정책은 2025년 들어 한층 강화됐다. 이번 주 미국 상무부(Commerce Department)풍력 터빈·중장비·가전·철도 차량·오토바이·해양 엔진·가구·포장재를 포함한 400여 개 철강·알루미늄 관련 품목에 대해 신규 관세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철강·알루미늄 함량에 50% 일률 관세를 부과하되, 부품별 원산지에 따라 추가 세율을 매기는 방식이다.

관세는 발표 즉시 발효됐으며, 압축기·펌프·화장품 및 퍼스널케어 포장용 금속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시장에서는 해당 조치가 소재비용 상승뿐만 아니라 공급망 병목, 소비자 물가 압력 등 2차·3차 파급 경로를 통해 기업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보고 있다.


바클레이즈의 분석이 시사하는 바

Barclays는 10년치 데이터로 ‘평균적 해’와 2025년의 이익 전망 변화를 비교했다. 그 결과 데이터센터·AI, 금융을 제외한 다수 업종이 과거 평균보다 저조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세 역풍이 산업별 경쟁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는 해석으로 연결된다. 특히 자본집약도가 높은 제조·소비재 기업들은 높은 원재료 비용을 가격에 전가하기 어렵기 때문에 마진 압축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관세 효과가 2026년까지 장기화될 경우, 달러 강세·글로벌 공급망 재편·제조업 자동화 투자 확대 등과 맞물려 산업 지형 변화를 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매니지드 케어·식품·화학필수 소비재 또는 방어적 성격이 강한 업종도 관세 노출 수준에 따라 차별화될 수 있으므로, 업종 내 종목 선별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조언이 이어진다.

한편, 크리슈나 팀은 “거시지표에서 관세발 인플레이션이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은 시장이 잠재적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투자자들은 재무제표상 매출·원가·마진 흐름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는 이번 보고서가 국내 투자자에게도 일종의 ‘경고등’을 켜준다고 판단한다. 한국 역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갖고 있어, 미·중 무역 갈등 심화 국면에서 유사한 관세 압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원재료 국산화율 개선, 공급망 다변화, 비용 전가력 확보 등 체질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