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즈, 예산안 앞두고 영국 길트 시장 ‘압박 커질 것’ 경고

영국 국채(길트) 시장의 수급 불균형예산안(Budget) 발표를 불과 몇 주 앞두고 심화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바클레이즈(Barclay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30년물 영국 길트 금리가 1998년 이후 최고치에 근접했다”며 정부와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구조적 대응을 촉구했다.

2025년 10월 16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30년물 금리는 불과 1년 전 4.5%에서 최근 5.7%로 급등했고, 10년물 금리 역시 2022년 1.0% 수준에서 약 4.7%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차입 비용 증가는 전통적인 부채·재정 적자 지표로 볼 때 영국이 주요 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재정 전망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특히 민간 부문이 부담해야 할 ‘순(純) 발행량’이 GDP 대비 4% 수준으로 뛰어오른 점을 ‘Step Change’로 규정했다. 바클레이즈는 4개 회계연도 평균 기준 민간 부문 보유량이 GDP 대비 6%씩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며, 이는 2019년 이전 평균치인 2.5%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결과적으로 “수급 불균형이 장기간 금리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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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더 이상 ‘차입 특권(borrower’s privilege)’을 누리지 못한다. 수요가 훨씬 탄력적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해진 만큼, 발행 물량·만기 구조를 재조정해야 한다.” — 바클레이즈 보고서

실제로 영국 채권 발행 관리 기관인 UK DMO(UK Debt Management Office)‘비용 효율 중심(cheapest‐to‐deliver)’ 발행 전략을 채택하면서 평균 만기(Weighted Average Maturity) 단축을 예고했다. 2016~2017회계연도에 20년을 상회했던 평균 만기는 2025~2026년에는 10년 미만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만기가 짧아질수록 롤오버(roll-over) 리스크가 커진다는 점에서 중장기 재정 건전성 우려가 제기된다.

‘길트’란 무엇인가?

국채라는 용어는 익숙하지만 ‘길트(gilt)’라는 표현은 다소 낯설다. 이는 영국 정부가 발행하는 파운드화 표시 국채를 가리키는 고유 용어로, 17세기 영국 국채 증서 테두리가 금박(gilt-edged)으로 장식된 데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신용 위험이 낮은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지만, 최근 금리 급등은 그 신화를 시험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3월 발표 예정인 예산안을 “시장 신뢰 확보를 위한 결정적 기회”로 표현하며, 재정 통합(consolidation) 조치의 ‘실현 가능성·신뢰성’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정부가 재정 규칙을 느슨하게 변경하거나 목표 시점을 연기할 경우, “역효과(reverse effect)로 길트 시장 위기가 재연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2022년 9월 이른바 ‘미니 예산(Mini-Budget)’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과도한 감세 정책 발표로 길트 금리가 폭등하고, LDI(Liability-Driven Investment) 전략을 운용하던 연기금들이 대규모 증거금 콜에 직면한 바 있다. 바클레이즈는 “시장의 기억은 길지 않다 해도 리스크 매트릭스에 영구 각인돼 있다”며 “정책 메시지 하나도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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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관점에서 본 리스크·기회

전문가들은 장기물 금리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 부채 매칭 수요가 일정 부분 유입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은행권·해외 중앙은행 보유량 감소, BOE(영란은행)의 양적긴축(QT) 병행 등 공급 측 요인이 더 강해 금리 하단이 제한적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실물경제 측면에서는 채무 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재정 운용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국민보건서비스(NHS) 예산, 에너지 보조금, 방위비 등 필수 지출 압력이 높아 “지출·세입 구조조정 없이는 재정 흑자 전환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향후 파운드화 변동성에도 직결될 수 있다.

편집자 시각 — ‘차입 비용이 모든 것을 바꾼다’

금리가 ‘제로’ 시대로 회귀할 가능성이 급격히 작아진 가운데, ‘공짜 돈’에 기반을 둔 재정·통화 정책 모델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영국 사례는 ▶양적긴축과 수급 불균형 ▶정책 신뢰도 ▶채권 만기 관리가 복합적으로 얽힌 전형적 케이스다. IMF·OECD 등 국제기구가 요구해온 ‘중기 재정 로드맵’ 수립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이유다.

최근 길트 금리 움직임은 미국·유로존 금리 스프레드와도 연동되며,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배분에도 영향을 준다. 따라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정부·기업도 외화 조달 비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 시장이 시험대에 오른 지금, “금리는 국경을 넘는다”는 경구가 새삼 실감된다.


※ 본 기사는 원문(Investing.com, 2025년 10월 16일자) 콘텐츠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수치·인용·날짜 등 사실 정보를 그대로 옮기되 국내 독자를 위해 용어 설명과 편집자 분석을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