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클레이스, 지정학·재정 리스크로 라이파이젠은행 투자의견 ‘동일 비중’으로 하향

바클레이스, 라이파이젠은행 투자의견 하향 조정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가 오스트리아 은행 라이파이젠 뱅크 인터내셔널(Raiffeisen Bank International·RBI)의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동일 비중(Equal Weight)’으로 하향했다. 이는 기본적으로 펀더멘털 개선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재정적 리스크가 향후 수익률을 제약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의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스는 라이파이젠은행이 중·동부유럽(CEE) 시장 성장세 덕분에 양호한 실적 모멘텀을 유지하고 있으나, 러시아 관련 리스크 및 각국 정부의 세금·부담금 확대가 2027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10% 수준으로 제한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경영진이 제시한 ‘중장기 13% 이상’ 목표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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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I 주가는 2024년 10월 말 이후 약 85% 급등해 SX7P(+59%) 및 SX7E(+68%)를 모두 앞질렀다. 이러한 랠리는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상 기대감이 커지면서 촉발됐다. 실제로 ‘트럼프–푸틴 회담’ 발표 직후 RBI 주가는 하루 만에 17%나 뛰었는데, 같은 기간 유럽 은행 섹터 지수가 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해당 종목의 지정학 민감도가 얼마나 높은지 방증한다.

“현 시점의 주가 리레이팅은 사실상 최상의 시나리오를 선반영하고 있어, 지정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다.” — 바클레이스 보고서


러시아 익스포저 축소 및 자본 여력

은행 측은 2021년 이후 러시아 익스포저를 지속적으로 줄여 왔다. 2027년에는 러시아에서 발생하는 순이익 비중이 25%로 떨어지고, 대출 포트폴리오 내 러시아 비중도 2%까지 축소될 전망이다. CET1※1 비율은 규제 기준을 웃도는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약 200bp(베이시스포인트)의 초과 자본은 시가총액의 18%에 해당한다. 그러나 바클레이스는 “배당 외 추가 자본 환원 가능성은 미미하다”며 ‘묶여 있는(trapped) 자본’으로 평가했다.

잠재적 촉매로는 스트라박(Strabag) 클레임 해결, 러시아 사업부 매각, 러시아 현지 법인의 배당 재개 등이 거론되지만, 바클레이스는 복잡한 법적 변수 탓에 이를 베이스 시나리오에 반영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스트라박 클레임이 해결될 경우 최대 20억 유로가 초과 자본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CEE 지역 성장률과 구조적 이점

블룸버그 컨센서스에 따르면, CEE 지역 국내총생산(GDP) 연평균 증가율은 2026~2027년 2.8%로 유럽연합(EU)의 1.4%를 두 배 이상 상회할 전망이다. RBI는 기업 대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투자·설비투자 재개 국면에서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독일의 재정 부양책이 지연되고 각국 정부가 이익환수세(levy)·초과이윤세(windfall tax)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어 모멘텀 일부가 2027년으로 이월될 수 있다고 바클레이스는 지적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대출 성장 가속화 △수수료 수익 확대 △외화 대출 비중 축소가 두드러진다. 바클레이스는 2025~2027년 연평균 3.5% 수준의 비용 증가를 가정해도, 2026~2027년 매출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


실적 추정 조정 및 밸류에이션

바클레이스는 2025년 그룹 세전이익 전망치를 세금 부담 및 외화대손충당금 증가를 반영해 2% 하향 조정했다. 2026~2027년 전망치는 변경하지 않았다. 러시아를 제외한 조정 세전이익(PBT)은 2025~2027년 각각 1%·5%·10% 하향됐다. 이는 낮아진 순이자마진(NIM)과 각국 정부의 부담금 연장 가정을 반영한 결과다.

주가는 2025년 예상 유형자산순가치(TNAV) 대비 0.5배, 2027년 예상 유형자본이익률(RoTE) 10% 기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유럽 은행 섹터 평균인 ‘TNAV 1.4배·RoTE 15%’와 비교해 할인된 수준이다. 바클레이스는 2025~2027년 기간 총주주환원율이 21%에 그쳐 섹터 평균을 하회하고, 러시아 관련 불확실성 및 법적 리스크가 초과 자본 배분을 제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1CET1: Common Equity Tier 1의 약자로, 은행의 핵심 자본을 나타내는 규제 지표다. 비상 상황에서 손실 흡수가 가능한 자본만을 산정하므로 은행 건전성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항목으로 꼽힌다.

TNAV: Tangible Net Asset Value의 약자이며, 무형자산을 제외한 순자산가치를 의미한다. 은행 주가가 장부가치 대비 얼마나 저렴하거나 비싼지 평가할 때 활용된다.

RoTE: Return on Tangible Equity로, 유형자본 대비 순이익률을 뜻한다. 주주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여서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전문가 시각

바클레이스의 이번 조정은 ‘러시아 디스카운트’가 얼마나 완전히 해소됐는지에 대한 시장 의견이 갈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배당·자사주 매입이 재차 제한될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가 반등세 속에서도 리스크·리턴 균형을 세심하게 점검해야 한다. 반대로 러시아 사업부 매각이나 스트라박 클레임 해결이 예상보다 신속하게 진행될 경우, 단기에 밸류에이션 재평가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