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Fed) ‘푸트(put)’ 재가동 시나리오 부상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가 2분기 실적 시즌이 전반적으로 견조했다는 평가를 내놓으면서도, 미·중 무역관세의 성장 둔화 효과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연방준비제도(Fed)의 선제적 금리 인하—일명 ‘Fed put’ 카드를 재가동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025년 8월 8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바클레이스 전략가는 투자노트에서 “2분기 실적 발표의 대부분이 마무리됐으며, 대체로 낮은 눈높이를 무난히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 대형 기술주(일명 ‘빅테크’)가 호실적을 주도하면서 지난주 S&P 500과 나스닥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재차 경신했다는 설명이다.
바클레이스는 “인공지능(AI) 테마의 차기 촉매”로 8월 27일 예정된 Nvidia(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지목했다.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수요를 등에 업고 2025년 들어서만 주가가 70% 넘게 급등하며 AI 랠리를 견인하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존
보고서는 “기업들이 지금까지 관세 영향을 상당 부분 흡수·회피해 왔지만, 이는 불확실성 해소를 의미하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정책 기조가 재부상할 여지가 있는 만큼, 관세 충격이 실물지표에 본격 반영되는 시차를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 노동부가 최근 3개월 치 고용 데이터를 하향 조정한 데다,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예상치를 하회하면서 미국 경기 모멘텀이 둔화한다는 ‘초기 시그널’이 관측됐다고 바클레이스는 덧붙였다.
“고용 리비전(개정치)과 ISM 지표는 관세·금융여건 긴축이 축적된 스트레스를 드러내고 있다.” — 바클레이스 보고서 중
금리 인하 기대치 급격히 상향
보고서에 따르면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시장은 올해 말까지 1.3회의 금리 인하를 반영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2.4회로 상향 조정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데이터 기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가 단행될 확률은 95%까지 치솟았다.
그럼에도 바클레이스는 “9월 인하가 기정사실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3.6% 수준에 머무는 미국 실업률과 하반기 재화 물가 반등 가능성이 여전히 매파(긴축 선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Fed put’이란 1998년 LTCM(롱텀캐피털) 사태 이후 시장 급락 때마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해 증시 하락을 막아 준다는 믿음을 가리키는 월가 은어다. 일종의 하방 보호장치로 간주되기 때문에, 해당 시나리오 부상은 위험자산 선호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관측 포인트: CPI·잭슨홀
바클레이스는 다음 주 발표될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결정적 촉매’로 규정했다. CPI가 예상보다 강세를 보이면 기존의 품질·성장주 중심 장세가 더욱 좁고 길어질 수 있지만, 반대로 둔화 흐름이 확인되면 연내 인하 기대가 굳어져 주식시장이 한층 넓은 상승세를 시도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어 8월 21~23일 열리는 와이오밍주 잭슨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제롬 파월 의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변수로 꼽았다. 보고서는 “연준 내부의 견해차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적 비판 속에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 어조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용어·배경 설명
Fed put: 옵션 거래에서 ‘풋(put)’은 특정 자산 가격이 하락해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를 의미한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주가 급락 시 통화 완화로 시장을 지지한다는 속설을 빗대 ‘Fed put’이라 부른다.
빅테크(Big Tech): 시가총액이 크고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미국 IT 대기업을 통칭한다. 일반적으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아마존, 메타플랫폼스, 엔비디아 등이 포함된다.
Jackson Hole 심포지엄: 매년 8월 미국 캔자스시티 연은이 주최하는 중앙은행가·학자 모임이다. 전 세계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이벤트로, 금융시장에선 파월 의장의 연설 문구 하나하나가 큰 파장을 불러온다.
전문가 시각 및 전망
바클레이스는 관세 불확실성과 거시지표 둔화가 결합할 경우, 연준이 ‘보험성 인하(insurance cut)’를 선택해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현재의 낮은 실업률과 임금 상승률을 고려하면 ‘빅 컷(big cut)’ 보다는 25bp 단위의 단계적 인하가 유력하다는 결론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CPI·잭슨홀 이후 9월 FOMC 결과가 확정되기 전까지, 엔비디아 실적과 소매판매·주택지표 등 고빈도 데이터를 통해 경기 냉각 속도를 점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형 기술주와 경기 방어형 자산 간 ‘바통터치(baton touch)’ 여부가 3분기 리스크자산 수익률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