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틱톡(TikTok)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가 2026년에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계획은 AI 모델과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인프라 확충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특히 고급 반도체 확보에 상당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5년 12월 2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익명의 관계자 두 명을 인용해 전한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에 본사를 둔 바이트댄스는 예비 계획으로 2026년 자본적지출을 약 1600억 위안(약 $230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는 올해 AI 인프라에 투입한 약 1500억 위안보다 소폭 증가한 규모이다.
구성 항목별로는 약 절반가량의 예산을 고급 반도체 확보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FT는 전했다. 특히 바이트댄스는 2026년 AI 프로세서 예산을 약 850억 위안으로 책정한 상태다. 다만 보고서는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NVIDIA)의 칩 접근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바이트댄스는 중국 내에서 가장 큰 AI 인프라 구축 기업 중 하나이지만, 올해 미국 빅테크(Big Tech) 기업들의 지출(총 3천억 달러 이상)에 비하면 여전히 적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다.
FT는 또한 엔비디아의 H200 프로세서 구매에 대한 제약이 완화될 경우 바이트댄스의 지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바이트댄스는 고급 하드웨어에 접근하기 위해 해외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방식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용어 설명
이번 기사에서 거론된 주요 용어들은 일반 독자에게 다소 낯설 수 있으므로 간단히 설명한다. AI 인프라는 대규모 AI 모델을 학습·운영하기 위한 컴퓨팅 리소스와 데이터센터,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을 포함한다. H200 프로세서는 엔비디아가 설계한 고성능 AI 학습용 가속기 중 하나로, 대규모 모델 트레이닝에서 높은 연산 성능을 제공한다. 수출 통제(Export controls)는 특정 기술·제품의 해외 판매나 이전을 규제하는 정책으로, 미국이 중국 기업에 대해 반도체와 관련 기술의 이전을 제한해 온 것이 대표적 사례다. 데이터센터 임대는 자사가 보유한 인프라가 부족할 때 해외나 타사 시설을 임대해 연산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전문적 분석 및 전망
바이트댄스의 이번 예비 계획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중국 대형 IT 기업들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프라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이트댄스의 2026년 계획은 올해 대비 소폭 상향된 수준이지만, AI 프로세서 예산(850억 위안)이 전체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은 하드웨어 확보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음을 보여준다.
둘째, 엔비디아 칩 접근성의 불확실성은 중국 기업들의 AI 추진에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남아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고성능 GPU·가속기 확보가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대규모 AI 모델 학습 속도와 비용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제약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외 데이터센터 임대와 같은 단기적 해법이 활용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자체 설계·제조 또는 대체 공급망 확보가 필수적이다.
셋째, 글로벌 AI 하드웨어 수요 측면에서의 영향이다. 바이트댄스와 같은 대형 수요자의 지출 증가는 반도체 업계에 추가 수요 신호를 보낸다. 특히 엔비디아 등 AI 가속기 공급사가 제약을 받지 않는 한, 수요 확대는 관련 부품·장비 가격 상승과 공급 체인의 재편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규제 강화로 특정 공급 경로가 봉쇄될 경우, 중국 기업들은 국내 업계와 협력을 통해 대체 기술을 개발하거나 해외 장비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다.
넷째, 시장 생태계와 경쟁 구도의 변화다. FT가 언급한 것처럼 미국 빅테크의 연간 AI 투자(총 3천억 달러 이상) 규모와 비교하면 바이트댄스의 지출은 아직 작은 편이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의 연속적 투자 증가는 장기적으로 기술 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는 AI 서비스, 광고 플랫폼, 소셜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등 바이트댄스의 핵심 사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면, 바이트댄스의 투자는 반도체·데이터센터 장비·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의 수요를 촉진하고 관련 산업의 고용과 연구개발(R&D)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다. 다만 엔비디아 칩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 비용 상승과 성능 제약은 단기적인 성장 둔화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바이트댄스의 향후 행보는 ‘제한된 해외 장비 접근을 어떻게 보완하느냐’에 따라 단기적 리스크와 장기적 기회가 갈릴 전망이다.
정책·시장 리스크와 투자자 시사점
정책 리스크 측면에서 미국의 수출 규제는 여전히 핵심 변수다. 규제 완화 시 바이트댄스의 추가 지출 확대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글로벌 AI 하드웨어 수요를 더욱 자극할 것이다. 반대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중국 기업들은 내재화 전략과 외교·상업적 우회로를 모색할 수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는 반도체 관련 공급망, 클라우드 및 데이터센터 장비 제조사, 그리고 AI 소프트웨어·서비스 업종의 수혜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바이트댄스의 2026년 AI 투자 계획은 단순한 자본지출 증가를 넘는 전략적 의미를 가진다. 이는 중국과 미국 간의 기술 경쟁 구도와 글로벌 AI 인프라 수요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요인으로, 향후 정책 변화, 반도체 공급 상황, 해외 데이터센터 활용 전략 등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그 효과의 폭과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