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바이오의약품 기업 바이오젠(Biogen Inc.)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자사 생산 거점에 20억 달러를 추가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투자 확대는 다발성경화증·알츠하이머 치료제 등 핵심 파이프라인의 대량 상업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도 미국 현지 공급망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025년 7월 21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오젠은 이미 구축한 노스캐롤라이나 리서치 트라이앵글 파크(Research Triangle Park·RTP) 캠퍼스 두 곳에 걸쳐 누적 100억 달러를 투자해 왔으며, 이번 20억 달러는 그 연장선상에서 진행된다. 회사 측은 “다양한 제형·플랫폼(multiple modalities)뿐 아니라 두 캠퍼스 전체 생산 시설을 고도화하는 데 자금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RTP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도 롤리(Raleigh), 더럼(Durham), 채플힐(Chapel Hill) 세 도시를 연결하는 미국 최대 규모의 첨단기술 산업단지다. 1959년 설립 이후 정보통신, 생명공학, 제약회사가 밀집해 있으며, 연구 기반과 인재 파이프라인이 풍부하다는 점이 주목된다. 바이오젠은 1995년 첫 생산라인을 세운 뒤 꾸준히 대규모 설비를 증설해 왔다.
다발성경화증(MS)은 중추신경계에 염증이 반복돼 신경 전도에 장애가 발생하는 희귀 자가면역 질환으로, 바이오젠은 대표 치료제 ‘테크피데라(Tecfidera)’와 ‘아보넥스(Avonex)’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또한 알츠하이머 분야에서는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레카네맙(Leqembi·에자이 공동개발)’ 등 고난도 단백질 기반 항체 치료제를 생산해 왔다. 다만 항체·세포 치료제는 복잡한 배양·정제 공정이 필요해 공장 확충이 필수적이다.
바이오젠 관계자는 “현지 생산 역량을 강화해 미국 환자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에도 대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차 언급해 온 의약품 수입 관세 확대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도 해석된다.
■ 용어·배경 설명
Research Triangle Park(RTP)는 세 개의 연구중심 대학(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듀크대·노스캐롤라이나대 채플힐)이 만들어내는 ‘삼각지’에 조성된 산업지구로, 미국판 판교 테크노밸리로 비유된다. 약 300개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생명공학과 정보통신 연구개발(R&D) 클러스터로 명성이 높다.
Multiple modalities는 제약회사가 단백질 기반 바이오의약품·유전자 치료제·세포 치료제·합성의약품 등 다양한 치료 플랫폼을 동시에 개발·생산하는 전략을 뜻한다. 각 플랫폼별로 생산 공정·설비 요구 조건이 달라 대규모 투자 없이는 병행 생산이 어렵다.
■ 전문가 관전포인트
첫째, 제약주 투자 관점에서 바이오젠의 CAPEX(설비투자) 확대는 단기적으로는 비용 부담 요인이나, 생산캐파(Capacity) 증설가 매출·현금흐름을 끌어올려 장기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 미·중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 강화 흐름 속에서 미국 내 생산 인프라 확대는 관세·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이는 경쟁사인 노바티스·로슈 등이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행보와 방향을 같이한다.
셋째, 노스캐롤라이나 주 정부는 법인세 혜택·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내세워 바이오·제약 유치를 강화해 왔다. 바이오젠의 추가 투자 발표는 지역경제에 고급 일자리 창출·세수 확대 등의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넷째, 바이오젠은 아직 알츠하이머치료제 상업화 초기 단계에서 생산 병목(bottleneck) 가능성을 지적받아 왔는데, 금번 투자가 그런 우려를 해소할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향후 일정 및 주가 영향
회사 측은 구체적인 착공 시점·가동 목표 시기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업계는 2026~2027년 본격 가동을 예상한다. 프로젝트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바이오젠의 에비타(EBITDA) 마진은 2028년 이후 다시 확대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
투자 발표 직후 나스닥 상장 바이오젠 주가(티커: BIIB)는 장중 약보합세를 보였으나, 장 마감 기준 0.6% 상승해 215.34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은 중장기 성장동력 강화 측면에서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향후 FDA 승인 파이프라인, 미국 의회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하위 규정, 환율 및 원가 구조 변화 등이 주가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므로, 투자자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