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연료 영업비밀 침해…필립스 66, 8억 달러 배상 명령

미국 정유사 필립스 66(Phillips 66)이 캘리포니아 주 법원으로부터 총 8억 달러(약 1조 440억 원)의 손해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원고는 저탄소 연료 전문기업인 프로펠 퓨얼스(Propel Fuels)이며, 쟁점은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이다.

2025년 7월 31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다 카운티 고등법원은 필립스 66이 프로펠 퓨얼스의 기밀 정보를 부정하게 활용해 자사의 재생연료 사업을 구축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배심원 평결로 확정된 6억 4,900만 달러의 보상적 손해배상에 추가로, 재판부는 1억 9,5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필립스 66의 행위는 사업적 관점에서 볼 때 극히 비난받을 만하다(reprehensible)’”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는 인수 실사 과정에서 상대적 협상 우위를 남용해 원고를 기만했다”라고 명시했다.

“Evidence at trial reflects that Phillips 66 took advantage of Propel Fuels by abusing its bargaining power during due diligence.” — Alameda County Superior Court Order


사건의 전개*

프로펠 퓨얼스는 2017년 “재생연료 사업 강화를 위한 잠재적 인수”를 이유로 필립스 66이 접근했다고 밝혔다. 협상 과정에서 프로펠은 판매망·가격전략·재무제표 등 핵심 데이터를 공유했다. 그러나 필립스 66은 2018년 돌연 인수 제안을 철회했고, 이듬해인 2019년 자체 브랜드로 저탄소 연료를 출시했다.

프로펠은 2022년 “실사(due diligence) 과정에서 제공된 기밀 정보를 무단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배심원단은 2023년 10월 피고 측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했고, 이번 판결은 그 배심 평결에 근거해 손해배상 액수를 최종 확정했다.

주요 개념 해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피고의 고의적·악의적 위법행위에 대해 제재적 성격으로 부과되는 금액이다. 단순 손실 보전을 넘어, 재발 방지와 타 기업에 대한 경고를 목적으로 한다.

실사(due diligence)는 인수·투자 전에 목표 회사의 재무·법무·영업 상태를 면밀히 검토하는 절차다. 상대 기업의 내밀한 정보가 공유되므로, 통상 비밀유지협약(NDA)을 통해 보호된다.


당사자 반응

필립스 66 대변인은 “판결문을 접수했으며 모든 법적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고만 밝혔다. 반면 프로펠의 공동 대리인인 마이클 응(Michael Ng·Kobre & Kim 변호사)은 “혁신기업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는 선례”라며 소송의 의의를 강조했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재생에너지 산업 내 기술·영업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인수 협상 명목으로 접근해 기술을 확보하는 ‘정보 수집형 M&A’ 관행에 제동을 걸었단 분석이다.

시장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캘리포니아는 저탄소 연료표준제도(LCFS) 시행 지역으로, 재생연료 크레딧 가치가 높다. 따라서 대규모 배상금은 필립스 66의 재생연료 투자·가격 전략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프로펠은 성장 자금을 확보해 주유소 네트워크 확장R&D 강화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편, 필립스 66이 항소할 경우 최종 결론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거액의 잠재 부채가 재무제표에 반영될 수 있어, 신용등급·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위험도 제기된다.


결론

이번 사건은 대기업과 중소 혁신기업 간 영업비밀 보호의 경계를 분명히 설정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또한, 그린 에너지 전환이 급속히 진행되는 현시점에서, 기업 간 협력과 경쟁이 법적·윤리적 기준 위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하게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