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주식 ‘2라운드’가 시작됐다
미국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급등락이 잦은 밈(meme) 주식에 다시금 집중하며, 월가에서는 2021년 ‘게임스톱 사태’를 연상시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2025년 7월 23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랠리의 중심에는 온라인 부동산 거래 플랫폼 오픈도어 테크놀로지스(나스닥: OPEN), 백화점 체인 콜스(NYSE: KSS), 도넛 전문점 크리스피 크림(NASDAQ: DNUT), 그리고 액션 카메라 제조사 고프로(NASDAQ: GPRO)가 있다. 이들 종목은 공통적으로 실적 부진과 높은 공매도 잔량을 안고 있으나,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결집으로 짧은 기간에 주가가 급등하며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를 유발했다.
1. 이번 상승세의 촉발 요인
시장 참여자들은 최근 엠제이(EMJ) 캐피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에릭 잭슨이 X(옛 트위터)에 올린 강세 글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잭슨은 자사 헤지펀드가 오픈도어 지분을 대거 매입했다며, 장기적으로 주가가 82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당 게시물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오픈도어에 몰려들었고, 7월 들어서만 주가는 약 300% 급등했다.
오픈도어 주가는 2024년 6월 사상 최저치인 0.50달러까지 떨어졌으며, 2021년 고점 대비 가치가 90% 이상 증발한 상태였다. 최근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펀더멘털보다는 투기적 매수가 급등을 주도한 셈이다.
투자 심리 회복 또한 한몫했다. 미국 증시는 인플레이션 완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 그리고 일본 등 주요 교역국과의 무역 긴장 완화가 겹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풍부한 유동성과 박스권 상단 돌파 기대가 결합돼 위험자산 선호가 확대된 것이다.
2. ‘밈 주식’과 ‘쇼트 스퀴즈’란?
‘밈 주식(meme stock)’은 인터넷 밈처럼 온라인 커뮤니티의 유행에 힘입어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는 종목을 말한다. 기초 체력(펀더멘털)은 약하고 공매도 잔고가 많지만, 가격이 낮아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인기다.
“쇼트 스퀴즈는 공매도 세력이 주가 상승으로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되사야 하는 악순환이 촉발되면서, 매수세가 또 다른 매수를 부르는 현상이다.”
즉, 공매도 투자자가 많을수록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2021년 게임스톱·AMC 엔터테인먼트 사태가 대표적인 사례다.*2021년 당시, 리딧(Reddit)의 ‘WallStreetBets’ 포럼이 단체 매수를 조직하며 헤지펀드를 대규모로 압박했다*
3. 이번에 급등한 주요 종목
크리스피 크림과 고프로의 공매도 비중은 각각 14%, 8%다. 콜스와 오픈도어는 47.3%, 18.6%로 더 높다. LSEG 데이터에 따르면, 이 같은 수치는 공매도 투자자(베어리시 포지션)가 많다는 뜻이며, 개인투자자 매수세가 몰리면 쇼트 스퀴즈 확률이 높다.
올해 같은 시점,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키스 길(Keith Gill)의 게시물이 게임스톱·AMC 열풍에 불을 지핀 것처럼, 이번에도 SNS 게시물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다만, 당시와 달리 제로 수수료(commission-free) 모바일 브로커리지는 이미 대중화돼 있어, 진입 장벽은 더 낮아졌다는 평가다.
4. 거시 환경과 개인투자자 심리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달리 양적완화나 대규모 재정 부양책은 현재 없지만, 실업률 안정과 금리 인하 기대가 소비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 여건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 위험 감수 성향은 자연히 확대된다”고 분석한다.
또한, 단타(데이 트레이딩)를 즐기는 MZ세대 투자자들은 ‘손실제한·수익무한’이라는 기대 심리로 공매도 비중이 높은 저가주를 찾는 경향이 있다. 이는 ‘도박적 투자행태’라는 지적과 동시에, 자본시장 구조 변화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5. 향후 관전 포인트
전문가들은 “밈 주식의 내재 가치와 무관한 급등·급락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오픈도어·콜스·고프로·크리스피 크림 모두 최근 분기 실적이 부진했고, 향후 전망도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높은 공매도 비율과 SNS 확산력으로 인해 또 다른 단기 급등이 반복될 수 있다.
시장 감시기관은 공매도 보고 요건 강화, 플랫폼 사업자의 리스크 관리 점검 등을 논의 중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개인투자자의 민주적 투자 운동”이라고 평가하며, 규제 강화가 투자자 참여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결국 투자자는 ‘묻지마 추종’이 아닌, 기업의 재무 상태·시장 점유율·경영 전략 등 기초 체력 검증을 병행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된다.
6. 용어 설명(초보 투자자를 위한 부록)
· 밈 주식 : 인터넷 밈처럼 급속도로 퍼져나가며, 집단 심리에 의한 주가 변동 폭이 큰 종목.
· 쇼트 스퀴즈 : 주가 상승으로 공매도 투자자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을 되사면서, 추가 상승이 가속되는 현상.
· 공매도(Short Sale) :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 전략으로, 빌린 주식을 팔고 이후 되사서 갚는다.
· 제로 수수료 브로커리지 : 주식 거래 수수료가 없거나 매우 낮은 모바일 증권사(예: 로빈후드)로, 젊은 투자자 유입에 기여했다.
※ 본 기사는 원문에 포함된 사실과 수치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