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2개 민주당 소속 주(州) 법무장관들이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근거로 보건복지부(HHS)가 보조금에 부과한 새로운 조건을 문제삼아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해당 조건이 트랜스젠더 미국인에 대한 차별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며, 수백억 달러 규모의 연방 자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2026년 1월 13일, 로이터 통신의 네이트 레이먼드 보도에 따르면, 이번 소송은 뉴욕과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12개 주의 법무장관이 화요일 연방 법원에 제기했다. 소송은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연방법원에 제출되었다.
소송 원고에는 뉴욕, 캘리포니아, 콜로라도, 델라웨어, 일리노이, 미시간, 미네소타, 네바다, 오리건,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워싱턴 등 12개 주가 포함된다. 원고들을 대표하는 뉴욕 법무장관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는 성명에서 “이 정책은 가족들의 의료 서비스, 생명을 구하는 연구, 젊은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위협하며 트랜스젠더의 존엄성과 존재를 부정하는 것을 옹호한다”고 밝혔다.
소송은 미국 보건복지부(HHS)가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Robert F. Kennedy Jr.) 장관의 지도 하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Title IX 해석에 무리하게 적용하려 했다고 주장한다. 원고들은 HHS가 보조금 수혜자들에게 Title IX 준수 여부를 인증하도록 요구하는 조건을 부과했으며, 이 조건들이 트럼프 행정명령의 요구 사항을 포함하는 것으로 표현되었다고 지적했다.
행정명령의 핵심 내용은 정부가 인식할 수 있는 성별을 남성과 여성 두 가지로만 인정하도록 지시하고, 성별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트랜스젠더를 보호하기 위해 적용된 것을 “오용”했다고 규정하며 이를 되돌리려 한 것이다. 해당 행정명령은 ‘gender ideology’(성별 이데올로기)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연방 자금의 배분 기준을 변경하도록 지시했다.
소송에 따르면, 문제의 보조금 조건은 신규 보조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소급적으로 적용되어, 보조금 수혜 기관들이 보조금 중단, 반환 요구, 심지어 민형사상 책임에 직면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조치는 병원, 대학, 연구소 등 다양한 수혜 기관들의 운영과 재정 건전성에 즉각적이고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 해당 조건을 채택한 기관으로는 Centers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CMS)와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NIH)가 포함된다. 소송문은 HHS가 이러한 조건을 부과할 권한이 없으며, 의회가 지닌 지출 권한을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또 HHS가 Title IX 해석을 변경한 데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용어 설명
HHS(미국 보건복지부)는 연방 차원의 보건 및 사회복지 정책을 관장하는 행정기관이다. Title IX는 연방 자금이 투입되는 교육 프로그램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중요한 민권법이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HHS가 행정명령을 근거로 Title IX의 적용 범위를 변경하거나 보조금 조건을 재정의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다.
CMS(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는 공공의료보험 프로그램을 운영·관리하는 기관이며, NIH(국립보건원)은 생의학 및 공중보건 연구에 대한 주요 연방 자금 지원 기관이다. 이들 기관이 보조금 조건을 변경하면 대학과 연구기관, 병원 연구개발(R&D) 예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법적 쟁점과 향후 절차
소송은 다음과 같은 법적 주장들을 포함한다. 첫째, HHS에게 이러한 조건을 부과할 일반적 권한이 없다는 점, 둘째, 의회의 지출 권한을 침해하여 헌법상 권한 분배를 위반했다는 점, 셋째, 행정절차법(Administrative Procedure Act)에 따른 합리적 설명 없이 정책 해석을 변경했다는 점이다. 원고들은 연방 법원이 HHS의 조치를 금지(가처분)하고 보조금 조건의 집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방 정부 측은 소송에 대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HHS의 대변인 또는 법무팀의 반응이 향후 소송 진행과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문적 분석 및 전망
이번 소송은 연방 행정기관의 권한 행사와 의회의 예산 통제 권한 사이의 경계를 둘러싼 중요한 법적 선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보조금 조건의 소급적 적용 여부는 법적 다툼의 핵심인데, 연방법원은 통상적으로 행정 조치의 소급 적용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따라서 법원이 HHS의 권한 범위를 축소하거나, 소급적 조치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연방 보조금 집행 방식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병원과 대학, 연구기관이 보조금 중단이나 반환 요구에 직면하면 단기적으로 연구와 진료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NIH의 연구 보조금은 생의학 연구와 임상 시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며, CMS의 조치 변화는 보험 지불 구조와 병원 수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연구 투자 감소, 연구인력 유출, 장기 프로젝트 지연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직접적인 주가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학 부속 병원이나 연구 중심의 기업들은 보조금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해당 기관들의 수익성 전망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법적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보건·의료 섹터의 자금 조달 조건이 보수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투자자들은 규제 리스크를 반영해 리스크 프리미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사회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행정명령과 그에 따른 보조금 조건은 트랜스젠더 권리와 의료 접근성 문제를 둘러싼 공적 논쟁을 증폭시킬 소지가 크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 간, 나아가 주들 간 법적·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 공중보건 프로그램의 효율성 및 연방-주 간 협력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향후 예상 일정
이번 소송은 초반 단계로, 원고들의 가처분 신청 여부와 연방 법원의 빠른 심리가 주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예비적 판단이 나올 경우 HHS의 보조금 집행 방식이 일시 중단될 수 있으며, 본안 소송은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걸릴 수 있다. 판결 결과에 따라 의회 차원의 입법 대응이나 추가 행정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
이번 사건은 법적·정책적 쟁점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향후 판결과 정부의 대응을 주의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