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부 셧다운 위기 속 건강보험 조항 관철 위해 강경 모드

워싱턴 D.C. — 의회가 연방정부 예산안 시한을 불과 보름여 앞두고도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부 셧다운(Government Shutdown) 위험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공화당이 추진하는 임시 지출법안에 건강보험 관련 핵심 조항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단호히 반대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2025년 9월 13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척 슈머(Chuck Schumer)와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Hakeem Jeffries)(이상 뉴욕주)는 ‘혼자만의 법안(일명 One, Big Beautiful Bill)’에 포함된 메디케이드(Medicaid) 예산 삭감보험료 세액공제 만료를 되돌리지 않는 한 어떤 공화당 발(發) 예산안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써 9월 30일 자정까지 새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불가피해지는 셧다운을 둘러싸고 양당 간 대치는 한층 격화되고 있다.

Chuck Schumer Press Con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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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스 원내대표는 이번 주 하원 본회의장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인들의 건강보험을 빼앗아 가는 일방적 공화당 예산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심 쟁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도입된 ‘어포더블 케어 액트(Affordable Care Act·ACA)’의 보험료 세액공제(프리미엄 택스 크레딧) 연장 여부다. 해당 세액공제는 올해 말로 만료될 예정인데, 만약 의회가 기한을 연장하지 못한다면 KFF(비영리 건강정책 연구단체) 분석 기준 평균 보험료가 약 75% 급등할 전망이다. 2025년 기준 ACA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가입한 대다수 미국인은 세액공제를 받고 있어, 제도 종료는 광범위한 사회·경제적 충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주장하는 메디케이드 예산 축소안에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 및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연방·주정부가 공동 운영하는 공공의료보험 프로그램이다. 민주당은 ‘One, Big Beautiful Bill’에 포함된 삭감이 시행될 경우 수백만 명이 의료 사각지대로 밀려난다고 경고한다. 이는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의 민감한 의료비 이슈를 자극, 정치적 후폭풍을 낳을 공산이 크다.


공화당·백악관의 반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폭스뉴스 ‘Fox and Friends’ 인터뷰에서 “그들(민주당)은 어딘가 문제가 있다”며 민주당의 요구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지금 그들의 모든 꿈을 들어준다 해도, 그들은 나라를 파괴하기 위해 돈을 여기저기 퍼주고 싶어 할 뿐이며 결국 표결에서 반대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존 튠(John Thune·사우스다코타) 역시 Punchbowl News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와 싸움을 원한다”며 “그러나 그럴 만한 정당한 이유가 없으며, 나는 그 이유를 만들어줄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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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하원은 공화당이 소수 여당이지만 당내 결집만 이뤄지면 민주당 협조 없이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다만 상원은 ‘초박빙’ 구도로, 공화당이 단독으로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저지를 위한 60표 요건을 충족할 수 없어 최소한 일부 민주당 의원의 찬성이 필수적이다. 지난 3월 슈머 원내대표는 셧다운 위기 해소를 위해 공화당 안에 동참한 전례가 있으나, 민주당 내부 반발이 거세 이번에는 동일한 선택을 반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셧다운이란 무엇인가

정부 셧다운은 의회가 예산안을 기한 내 통과시키지 못해 연방정부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상당수 행정 기능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를 의미한다. 과거 2018~2019년 35일간 이어진 셧다운에서는 약 80만 명의 공무원이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갔고, 항공·세관·국립공원 서비스 등 전방위 혼란이 발생해 미국 내총생산(GDP)을 0.1%포인트가량 갉아먹었다는 분석이 있다.

일반적으로 양당은 ‘CR(Continuing Resolution·계속결의안)’이라 불리는 ‘스톱갭(stopgap) 임시 예산’을 채택해 셧다운을 일시적으로 막는다. 그러나 이번처럼 핵심 정책 현안이 얽혀 있을 경우, CR 합의조차 난항을 겪는다. 일부 의원은 ‘짧으면 2주, 길어야 석 달’짜리 CR을 언급하지만, 그마저도 의료보험 조항이 빠져 있으면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겠다고 경고해 협상은 교착상태다.


숫자로 본 현황

· 9월 30일 : 현행 정부 자금 만료 시한
· 75% : ACA 보험료 평균 상승 예상치 (KFF 추산)
· 2025년 : ACA 가입자 중 ‘세액공제’ 적용 비중이 ‘대다수’인 해
· 2026년 : 중간선거가 예정된 해로, 이번 협상이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 시각과 전망

의회 전문 매체 로널드 리건 연구소의 크리스천 플랭크 선임연구원은 “민주당이 의료보험을 지렛대로 삼아 선거 구도를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셈법”이라며 “공화당 역시 예산 보수주의 이미지를 고수해야 하는 만큼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결국 크리스마스 이전에 또 한 번의 예산 전쟁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관측했다.

반면 브루킹스연구소 경제연구 책임자 시빌 맥키는 “만약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금융시장 변동성과 소비자 신뢰 지수가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며 “특히 ACA 세액공제가 사라질 경우 건강보험료 충격이 가계 소비를 위축시켜 4분기 성장률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로선 의회가 CR 형태의 ‘초단기’ 타협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열려 있으나, 민주당 지도부가 건강보험 조항을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설정한 이상 치열한 막후 협상이 불가피해졌다. 셧다운을 막기 위해서는 상·하원 통과→대통령 서명이라는 3단계 절차가 필수이며, 남은 기간은 약 2주뿐이다.


용어 풀어보기

ACA 보험료 세액공제(Premium Tax Credit) : 소득이 연방빈곤선 100~400% 구간인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성격의 세액공제다. 2021년 코로나19 구제법으로 일시 확대됐지만, 올해 만료가 예정돼 있다.

KFF(Kaiser Family Foundation) :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 본부를 둔 비당파적 건강정책 싱크탱크로, 의료보험·의료비 통계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One, Big Beautiful Bill :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광범위한 규제완화 및 예산삭감’ 패키지를 지칭하는 비공식 명칭으로, 메디케이드·환경·교육 예산에 대규모 수정을 가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향후 일정

9월 17~20일 : 상·하원 예산소위 추가 회의 예정
9월 24~25일 : CR 또는 본예산 초안 공개 가능성
9월 30일 23시59분 : 연방정부 자금 공식 만료

만약 기한을 넘기면 다음 날부터 대부분의 연방 부처가 부분 폐쇄에 돌입하고, 국립공원·여권 발급·세무·식품안전 검사 등이 지연되거나 중단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최악의 경우’ 2013년(16일), 2018~2019년(35일)에 이어 다시 한 번 장기 셧다운이 재현될 수 있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 현재 국민·시장·국제사회가 주목하는 핵심 변수는 ‘민주당의 보험료 세액공제 사수 의지’‘공화당의 메디케이드 삭감 철회 여부’다. 어느 한쪽이 선을 넘으면 협상판 자체가 깨질 수 있어, 양측 모두 여론의 파고를 면밀히 살피며 ‘누구 책임’ 공방을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